유시민씨는 정치평론가로 유명하다. 물론, 지금은 개혁당 대표와 국회의원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유시민씨가 가장 처음 세상에 유명해진 것은 그 유명한 유시민의 항소이유서 때문이었다. '보잘것 없는 독백'을 마친다면서 인용하는 다음과 같은 네크라소프의 시구를 나는 기억한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의 저자이기도 했던 유시민씨는 어느날 국내에 나타나더니 정치평론가로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대선에서 당시 노무현 후보를 두고 벌어졌던 민주당 몇몇 세력과 몇몇 언론사의 '반칙' 행위를 고발하며 '화염병을 들고 바리케이트를 돌진하는' 마음으로 절필을 선언하고 본격적으로 노무현 선거운동을 전개했다. 지금까지 왜 책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유시민씨 저자의 이력을 이야기했냐하면 그러한 그동안의 글쓰기 활동 경험이 이 책 내용과 무관하지 않게 느껴지기 때문이다.강준만, 진중권, 유시민 등이 한국 사회와 한국 지식인들의 이중성을 공격하는 글쓰기로 유명세를 떨치던 무렵, 나는 유시민씨를 많이 좋아했다. 그래도 경제학을 전공하신 분이라 그런지 사태의 핵심이 되는 예산 제약과 합리적 선택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합리적으로 기존의 비합리적 관행을 비판했기 때문이다. 시사평론가나 정치평론가가 사회나 정치를 비판할 때 흔히 저지르기 쉬운 실수가 바로 예산 제약을 고려하지 않고 '올바른 말, 좋은 말'은 다하려는 비현실적인 태도이다.즉, 현재의 정책이나 제도를 비판하면서 그것보다 기회비용이 더 큰 다른 정책이나 제도를 대안으로 옹호하는, '웃다 못해 짜증나는' 한심한 '하나마나'한 지적 쓰레기 수준의 비평을 양산해내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유시민의 경제학 까페'가 나왔다길래 나는 유시민씨가 '예산제약하에서의 합리적 선택'을 강조하는 경제학적인 합리적 사고방식을 현실적인 이슈들에 대해 잘 적용시킨 글을 보여줄 것이라고 잔뜩 기대했었다. 그러나 막상 글을 읽어본 결과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이슈들에 대해 어느 정도 합리적 사고의 결과에 따른 어느 정도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긴 했으나, 저자 특유의 합리적인 경제학적 사고방식에 의한 명쾌한 현실 인식과 합리적 선택 결과에 따른 대안 제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흥분하기 쉬운 정치적 의견을 피력하는 글을 그동안 너무 많이 쓰다보니 그 영향을 받아서 '냉철한' 합리적인 경제학적 사고방식이 글에서 줄어들지 않았나 추측해본다.그러나.. 기본적으로 유시민씨의 살아있는 양심과 자신의 신념 선택에 따른 정직하고 용감한 실천을 믿기에 한 번쯤은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독자들에게는 큰 유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