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Ritournelle > [퍼온글] 한국 출판계의 고질병

출판계의 고질적인 관행/병폐를 짚어보는 기사를 옮겨온다.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내용이지만 종합/정리한다는 의미는 있겠다. '2007년 한국 출판의 현단계'라고 보아도 좋겠고. 올 연말에는 출판계가 얼마나 달라질 것인지 기대해보면서 짚을 건 짚고 넘어가도록 해보자.  

 
뉴스메이커(07. 01. 09) 출판계의 고질병 ‘스타마케팅’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푸른숲)과 ‘마시멜로 이야기’(한국경제신문). 두 책의 공통점은 2006년 서점가를 강타한 베스트셀러라는 점이다.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12월말 현재까지 70만 부가 팔려 2007년 하반기 100만 부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자기계발서 ‘마시멜로 이야기’는 2006년 8월 이미 100만부 판매 기록을 세웠다.

베스트셀러라는 점 외에도 두 책의 공통점은 공지영과 정지영이라는 ‘스타’가 각각 저자와 번역자라는 점이다. 물론 ‘마시멜로 이야기’는 정지영이 아닌 제3의 인물이 대리번역한 사실이 뒤늦게 폭로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지만….

그러나 역설적으로 ‘마시멜로 이야기’가 밀리언셀러로 등극하는데 가장 큰 공로자는 10대, 20대에 인기가 높은 정지영이라는 TV스타였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정지영은 프리랜서로 독립하기 전까지 ‘SBS 뉴스퍼레이드’ ‘접속 무비월드’ ‘출발 모닝와이드’ ‘TV문화지대-낭독의 발견’ 등을 진행하며 지적인 아나운서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출판사는 이 점에 착안, 책 광고모델로도 정지영을 내세웠고 수차례에 걸쳐 팬사인회도 열었다.

공지영 소설이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역시 그가 지닌 스타성과 무관치 않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뿐 아니라 일본작가 쓰지 히토나리와 함께 펴낸 ‘사랑 후에 오는 것들’(소담출판사)도 2006년 28만 부가 판매됐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문학성 외에도 대중이 공지영이라는 스타작가에게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그의 책 판매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지영은 2006년 5월 산문집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황금나침반)를 출간했다. 이 산문집에서 공지영은 늘 왕따였던 어린시절 이야기와 세 번 결혼해 세 번 이혼했고 성이 다른 세 아이를 낳은 사연 등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한기호 소장은 “이 산문집에 실린 공지영의 인생역정 등도 대중이 공지영이라는 스타작가를 한결 인간적으로 느끼게 해준다”고 말했다.

정지영의 대리번역 파문에 이어 최근 출판계를 발칵 뒤집은 또 다른 사건은 대필 논란이다. 유명 화가 겸 방송인 한젬마의 최근작 ‘화가의 집을 찾아서’와 ‘그 산을 넘고 싶다’(샘터)가 거의 전적으로 대필작가에 의해 완성됐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논란은 출판계에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던 대필작가, 일명 고스트라이터(Ghostwriter:그림자작가 또는 유령작가)에 대한 환기를 불러 일으켰다. 고스트라이터는 수려한 문장력과 적절한 비유로 책을 완성도 높게 만들지만 책 판권정보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한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필자이기 때문에 그림자작가 또는 유령작가로 통한다.
 

 

 

이들의 역할은 저자가 쓴 원고를 좀더 매끄럽게 손보는 윤색 수준부터 완전 대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들의 도움을 얻어 책 판권정보에 이름을 올린 저자는 명예와 인세(보통 판매수입의 8~10%)를 챙기는 반면 대필작가는 대부분 인세 대신 원고지 장당 얼마씩 계산하는 식의 수고비를 받는다. 한성출판기획 박영욱 대표는 “가령 대필자에게 원고료로 500만 원을 지불하기로 계약했고 책의 정가가 1만 원이라고 하면 초판을 5000부 찍어 여기서 나오는 인세를 대필자에게 주고 재판부터 발생하는 모든 인세는 저자로 이름을 올린 이에게 준다”고 설명했다.

대필은 주로 자서전 위주로 이루어져왔다. 작가지망생들이나 배고픈 문인들이 부업으로 정치인이나 재벌총수의 자서전을 대신 써주는 것으로 이는 가장 흔한 대필의 형태이다. 출판계 풍문에 따르면 고(故)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국내 최고의 드라마작가로 손꼽히는 A씨가 2억 원을 받고 대필했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도 대필자가 따로 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문인 중 대필작가 시절을 한번쯤 거치지 않은 이는 드물다. 그러나 자서전을 대필하는 것에 딴죽을 거는 이는 없다.

문제는 이처럼 자서전 위주로 이루어지던 출판계의 관행이 이제는 자기계발서나 수필, 동화에까지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 출판관계자는 “소설을 제외하고 국내에서 발간되는 서적의 50% 이상은 고스트라이터의 손을 거쳤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자서전과 자기계발서는 100%, 베스트셀러 중 6~7권은 대필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젬마의 두 책이 문제가 된 것도 이 지점이다. 맨 처음 한젬마의 두 책에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한젬마가 자신이 직접 쓴 초고라며 구성작가에게 준 것은 메모와 자료 더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출판 직후 각종 인터뷰에서 대필작가의 경험을 마치 자신의 경험인 양 이야기했다고 보도했다. 한성출판기획 박영욱 대표는 “한젬마씨는 자료라도 줬으니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심한 경우 대필작가가 취재와 집필을 다하고, 책 판권정보에 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람은 마지막 교정지만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출판계의 대필관행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엿볼 수 있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은 출판사의 도를 넘는 대필관행이 ‘스타’를 내세워 판매부수를 높이려는 의도와 맞물려 있는 점이다. 한젬마의 경우 1999년 ‘그림 읽어주는 여자’ ‘나는 그림에서 인생을 배웠다’(명진출판)를 내며 스타덤에 올랐다. 출판계에서 명진출판은 기획출판을 통해 스타 저자를 많이 배출한 출판사로 이름이 높다. 1999년 당시 한젬마를 출판사에 소개한 출판전문가 김영수씨(김&정 기획실장)는 “한젬마씨는 서울대 미대 출신에 예쁘장한 외모여서 스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명진출판이 한젬마의 이와 같은 스타성을 더욱 부각시켰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명진출판이 내놓은 두 책과 이번에 문제가 된 샘터사의 두 책의 표지사진은 모두 스튜디오에서 공들여 촬영한 한젬마의 모습이다.

 


김영수씨는 “요즘엔 작가도 이미지가 따라주지 않으면 책이 안 팔린다”며 “이는 소설부문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책 판매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글이 50%이고 나머지는 작가의 외모나 경력, 사생활 등에 의해 만들어지는 이미지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이때 출판사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신문 등 인쇄매체와 TV 등 영상매체다. 신문이나 TV를 통해 이름과 얼굴이 알려지면 쉽게 유명인이 되고 이는 곧 책 판매와 직결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출판사는 책 출간과 동시에 보도자료를 내는 것은 기본이고 책 성향에 따라 방송 프로그램을 섭외해 저자를 직접 출연시키면서 스타 만들기에 힘을 쏟는다. 김영수씨는 “1990년대 중반부터 출판사들은 기획을 통해 스타 만들기가 가능한 사람에게 자전적 에세이를 의뢰하는 경우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아예 연예인 등 스타를 내세운 에세이도 줄을 이었다. 1998년 박원숙의 ‘열흘 운 년이 보름은 못 울어?’(중앙M&B)부터 1999년 서갑숙의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 2004년 김혜자의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오래된미래) 등 많은 책이 나왔다. 이 중 서갑숙의 ‘나도 때론…’은 100만부 이상 팔린 밀리언셀러다.

그러나 정지영과 한젬마를 둘러싼 파문에서 보듯 부작용도 적잖다. 글솜씨는 물론 너무 바빠 원고를 직접 쓸 시간조차 없는 스타들을 내세우면서 대리번역, 대필문제가 대두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글솜씨가 없는 전문가가 글솜씨가 있는 이의 도움을 얻어 자신의 전문지식을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는 것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얼굴마담으로 이름과 얼굴만 빌려주고 책의 내용 대부분이 대필자의 창작에 의해서 완성된 것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출판을 통해 스타가 된 이가 심각한 문제와 직·간접적으로 연루되는 일도 있다. 1995년 베스트셀러가 된 ‘나는 언제나 한국인’(대원미디어 출간)의 주인공 에리카 김(한국명 김미혜)이 한 사례다. 문제는 그의 동생인 김경준씨가 일으켰다. 김씨는 2001년 크게 회자된 ‘옵셔널벤처스 금융사기사건’의 주인공이다.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피해자 중 한 사람이다. 이 전 시장은 2000년 김경준씨와 함께 서로의 머리글자를 딴 ‘LK이뱅크’ 사업을 벌였다. 그러나 김씨는 2001년 당시 코스닥 기업이던 옵셔널벤처스코리아를 운영하다 거액의 회사 자금을 유용하고 미국으로 도망쳤다. 인터폴의 수배를 받던 김씨는 2004년 5월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돼 현재 LA 메트로폴리탄 디텐션 센터에 수감돼 있다. 1990년대 후반 당시 이 전 시장에게 김씨를 소개한 이는 다름아닌 베스트셀러 저자로 명성을 높인 에리카 김이었다.

출판계에서는 정지영과 한젬마를 둘러싼 파문을 ‘출판계의 황우석 사태’라며 자조한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유영준 팀장은 “국민을 상대로 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사기극은 비난받아야 마땅하지만 그로 인해 우리 과학계 전체가 욕을 먹고 위축되지 않았느냐”며 “마찬가지로 자기가 쓰지 않은 책을 자신이 썼다며 명예와 인세 등 달콤한 과실만 먹은 이는 비난받아야 하지만 잇따른 이 두 번의 파문에 의해 출판계 전체가 위축될 수 있어 염려스럽다”고 토로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나 출판사들이 두 번에 걸친 파동으로 보조작가가 필요한 서적마저 출간을 꺼릴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대리번역과 대필, 사재기 등 출판계의 도덕성 시비가 당분간 봇물 터지듯 터질 것”이라며 “그러나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 출판계 스스로 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례사비평이 한국문학 죽였다”

 


출판계의 ‘스타 마케팅’은 비단 요즈음의 일만은 아니다. 국내 소설이 한창 대중적 사랑을 받던 시절, 즉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는 소설가를 ‘스타’로 띄우기 위한 출판사들의 노력이 있었다. 이유는 당연히 책의 판매부수를 높이기 위해서다.

물론 당시의 마케팅은 대리번역, 대필, 사재기 등으로 얼룩진 지금의 상황과는 다르다.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솜씨와 문장력이 뛰어난 작가의 작품을 언론을 통해 띄우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신경숙, 은희경, 전경린 등 많은 독자의 아낌을 받았던 작가들이 이때 등장하여 주목을 받았다. 스타를 만들어낸 주역은 출판사와 평론가, 주류 언론이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특정 스타 작가의 작품이라면 완성도와 상관없이 한국 최고의 문학작품인 양 소개하는 주례사 비평이 평론가와 언론의 입을 통해 잇따랐다”며 “궁극적으로 이런 문화가 한국문학을 절벽으로 내몬 것”이라고 꼬집었다.

주례사비평이란 비평가적 양심보다 출판사, 학연·지연 등 특정한 이해관계에 얽혀 마치 결혼식에서 주례를 서듯 작품과 작가에 대해 좋은 이야기만 풀어놓는 비평행위를 말한다. 2002년에는 이런 잘못된 비평행위를 정면으로 비판한 ‘주례사비평을 넘어서’라는 책이 나오기도 했다. 이 책의 표지에는 ‘비판 없는 비평이 몰고 온 비평의 타락과 문학의 위기’라는 소제목이 달려 있다. 이 책에서 김명인, 고명철, 이명원, 홍기돈, 김진석, 신철하, 하상일, 진중권 등은 신경숙, 은희경, 전경린, 김형중 등 스타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비평을 냉철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한기호 소장은 “평론가와 언론은 주례사비평을 일삼고 스타 작가들은 작품을 공들일 여유조차 없이 비슷한 성향의 작품을 연달아 성급하게 생산하면서 현재 한국문학의 자멸을 초래한 것”이라며 “요즘은 팩션이나 일본소설을 제외하면 공지영과 김훈 외에 초판 3000부 이상 팔리는 책조차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한국문학이 침체를 면치 못하자 지난해부터 문화예술위원회(옛 문예진흥원)는 ‘힘내라, 한국문학’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문학회생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수십억 원의 복권기금을 이용해 우수문학도서 구입과 배포, 문예지 게재 우수작품 원고료 지원, 우수 문예지 구입과 배포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이 같은 문학회생프로그램이 오히려 한국문학을 한층 더 고사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작가에게 원고료를 지원하고 한국문학을 출판한 출판사의 해당 책을 사주겠다는 것인데 이는 근원적 해결방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심지어 ‘죽어가는 사람에게 산소호흡기를 달아주는 정도의 미봉책’이라는 시각도 적잖다. 출판평론가 한미화씨는 “국가에서 한국문학의 침체를 손놓고 보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자세는 좋으나 방식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할 것”이라며 “작가나 출판사에 대한 지원이 궁극적으로 한국문학을 회생시키는 방안이라기보다는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박주연 기자)

 

07. 0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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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쿠자누스 > [퍼온글] [퍼온 글]평택에 왜 미군기지가?

1) 왜 제주(그것도 남서쪽 끝단에 있는) 모슬포에 첨단전략공군기지가 들어서야 합니까?
☞ 이곳은 대만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대만해협을 향한 전투/전폭기의 즉각적인 출격이 가능한 유일한 대한민국 영토입니다.
☞ 이곳에는 F15가 우선배치되는 것은 이미 결정된 사안이고, 현재 군산비행장에 배치된 스텔스전략폭격기까지 배치될 것입니다.

2) 왜 제주남단에 모슬포 공군기지 예정지 옆에 첨단해군기지가 들어서야 합니까?
☞ 이는 중국과 대만분쟁에 미국의 항공모함과 같은 전략무기들이 상주하는 기지가 됩니다.

3) 왜 제주도 남서쪽 모슬포에 MD기지가 들어섭니까!!
☞ 도대체 어디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막겠다는 겁니까!!

4) 왜 미사일방어기지(패트리어트기지)들이 모조리 서해안에 집중배치되어야 합니까!
☞ 인천 문학산에 들어설 예정입니다. 수원/오산/평택/군산/광주에 이미 있습니다.
  제주 모술포옆에 MD기지가 들어설 예정이랍니다.
☞ 도대체 어디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잡으려고 만든겁니까!! 그리고 하나같이 미군부대들을 기준으로 서쪽지역에 모두 배치되었는데 이건 또 뭐하는 플레이입니까!!

5) 군산항에 핵잠수함이 들어왔다 나갔다 합니다. 중국은 여기에 상당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죠. ☞ 왜냐하면 핵잠수함은 중국의 바로 코앞에서 중국을 향해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대전에서 항공모함과 거의 동격으로 가장 위협적인 전략무기로 평가받고 있죠.



6) 왜 군산 미공군기지에서는 24시간 핵전략폭격기인 스텔스기가 하루종일 공중에 떠있을까요?
☞ 꼭 이래야 됩니까! 남의 나라에 다른나라의 전략핵무기 공격수단이 마음대로 돌아다닌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7) 왜 미국의 핵항공모함이 우리나라에 들락날락합니까!! 뭐 어쩌자는 겁니까!!

8)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러한 모든 미군의 전쟁기지들을 왜 우리가 공짜로 지어줘야 합니까!!

9) 미군은 평택의 미군기지가 앞으로 100년이상 영구적으로 사용될 동북아시아 전략기지가 될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합니다. 왜 우리가 이런 화약고를 우리돈으로 지어주고 평생을 자자손손 당신들의 머나먼 후손까지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합니까!!

10) 그리고 마지막으로 왜 한미전략적유연성합의에서 동북아분쟁발생시 한국군이 자동으로 동북아 지역군으로 편제되어 재배치된다라고 합의하고 있습니까!! 우리가 미국놈들 총알받이가 아니고서는 이게 말이 됩니까! 우리 젊은이들.. 당신의 후손들이 왜 총을 짊어지고 남의나라 전쟁터에 동원됩니까!!

이상 10가지 질문에 대한 합리적이고 명쾌한 답변을 내세울 자신이 없다면 조용히 읽어만 보시고 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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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최근에 나온 책들(77)

바쁜 일들을 핑계로 '최근에 나온 책들'을 외면해 왔는데,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가벼울 리는 없다. 매도 일찍 맞는 게 낫다고 빨리 해치우는 게 제일 속편한 일일 듯싶다. 연재를 조금 늦추는 바람에 다루어야 책들이 좀 많다. 성큼성큼 보폭을 좀 늘려잡아야겠다.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책이 <서양의 고전을 읽는다>(휴머니스트, 2006)이다. 소위 '고전해제'류에 해당하는 책인데, 기획과 편집에 꽤 손이 많이 간 것으로 입시 논술 등을 준비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대학생, 일반인들에게도 '서양 고전'에 대한 유익한 길잡이가 되어줄 듯하다. 출판사 휴머니스트에서는 동양편으로 이미 2권을 출간한 바 있는데, 아마도 4권까지 나온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의 '성공'에 힙입어(내가 이 출판사의 책을 처음 접한 것도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 시리즈를 통해서였지 않나 싶다) '고전'에까지 손길을 뻗은 게 아닌가 싶다. 한편으로 '교양'과 '고전'은 거의 '한 식구'라고도 할 수 있으니(고전에 대한 식견이 바로 교양 아닌가?) 이 '손길'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잠시 소개를 옮겨보면, "총 네 권에 걸친 방대한 분량으로 각 분야/각 권마다 '시간과 문명의 파노라마', '정의와 권력, 정치 변증법' ,'영혼과 성장' 등의 주제에 따라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부터 20세기 현대 지성들의 저서까지 고전들을 선정, 소개한다. '교과서적인 고전 편식'을 지양하고 우리 사회에 가장 깊고 넓게 영향을 끼치는 책, 21세기 한국의 문화 상황에서 다시 읽으면 좋은 작품을 선정했다."

 

 

 

 

그렇게 선정된 목록을 죽 훑어보았는데, 인문/자연과 정치/사회 분야에서 특별히 억지스럽게 들어앉아 있는 책은 보이지 않는다. 대개가 고전으로서의 평판을 얻고 있는 책들이란 얘기이다. '문학'쪽에는 다소 눈길을 끄는 책들이 몇 권 포함돼 있는데, 먼저 시집들. 릴케의 <릴케 시집>과 하이네의 <노래의 책>(이상 독일어권), 푸슈킨의 <서정시집>(러시아), 엘리어트의 <황무지>(영미권), 네루다의 <모두의 노래>(스페인어권) 등이 언어권별로 선정된 듯한데, 프랑스 시인들이 빠진 것이 좀 특이하다(요컨대, 보들레르가 빠져 있는 것). <모두의 노래>를 제외하면(음반에 부록으로 포함돼 있다) 모두가 번역본이 나와 있는 작품들이다(푸슈킨의 경우엔 단도직입적으로 운문소설 <예브네기 오네긴>을 꼽는 게 어땠을까 싶다).

 

 

 

 

소설의 경우에도 토마스 만의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이나 발자크의 <잃어버린환상>, 만초니의 <약혼자들> 등이 포함된 것은 안심할 수 있는 번역본들이 출간된 사실에 힘입은 바 클 것이다. 특이사항이라 할 만한 것은 프란츠 파농의 <검은 피부, 하얀 가면>, 피어시그의 <선(禪)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등이 포함된 것인데, 파농의 책이야 번역서라도 있지만, 생소한 피어시그(1928- )의 책은 어떤 연줄로 포함된 것인지?(굳이 지적하자면, 플로베르와 조이스도 빠졌는데 말이다. 프루스트는 분량 때문에 뺐다손 치더라도.)

물론 그의 작품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Zen and the Art of Motorcycle Maintenance)>이 멜빌의 <모비딕>에 비견되기도 할 만큼 중요한 작품이라지만, 문제는 독자가 우리말로 읽을 수 없다면 말 그대로 '그림의 떡' 아닌가? '21세기 한국이 문화적 상황에서 다시 읽으면 좋은 작품'이 문제가 아니라 '읽을 수라도 있으면 좋은 작품'이 문제가 되는 것이니까. 여기서 '고전'에 대한 한 가지 원칙에 합의할 수 있는데, 그건 일차적으로 '번역'돼 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손쉽게 구해서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번역본이 나와 있다고만 해서 문제가 종결되는 것은 아니다. 가령,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같은 경우는 <영미명작, 좋은 번역을 찾아서>(창비, 2005)에 따르면 다수의 번역본들에도 불구하고 추천할 만한 번역이 한 종도 없는 걸로 돼 있는데(제목은 '막대한 유산'으로 하고), 이 해제를 읽은 (청소년을 포함한) 독자들은 어떻게 '고전'과 만나야 하는 걸까? 궁극적으로 '고전해제'라는 것은 고전 읽기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읽기를 제안하고 유혹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라고 할 때 말이다. 해서, 우리가 합의할 수 있는 또다른 원칙은 신뢰할 수 있는 번역이어야 한다는 것.

 

 

 

 

거기에 마지막 원칙을 하나 더 덧붙이자면, '가벼운 해제'와 함께 '부피 있는 독해'가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필요에 따라 우리는 고전을 (다이제스트로) 줄여 읽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그렇게 단순하게 요약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고전의 '본때'를 맛보게 해줄 만한 책들도 필요한 것이다. 나는 이 세 가지 원칙이 고전 읽기와 이해의 3박자라고 생각한다(우리네 인생살이는 네박자라지만, 교양은 세박자로 이루어진다). 그러니까 한 고전 작품에 대해서 우리는 적어도 3종의 책들을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

  

 

 

 

해서, '21세기를 사는 한국인에게 서양 고전을 어떤 의미인가'를 묻기 위해서는, 그보다 먼저 그런 물음을 가능하게 할 만한 조건을 우리가 충족시키고 있는가를 따져물어야 한다. 그건 우리 사회의 교양지수를 묻는 것과 같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환영할 만한 것이 최근에 나온 <파우스트> 번역과 주해서, 연구서 3권이다. 이 책들은 교양 3박자에 대한 요구조건을 상당 부분 충족시키고 있기에 그러하다.

먼저, 이인웅 교수의 새번역 <파우스트>(문학동네, 2006). "괴테가 1773년 집필을 시작해 1831년 완성한 독일 고전주의 문학의 걸작 <파우스트>를 들라크루아의 석판화 연작, 막스 베크만의 펜 소묘 삽화와 함께 수록했다. 국내에서 이루어진 수많은 번역 및 연구 성과를 집적한 완결판으로서의 의미가 있는 책"이라는 것이 의의로 제시돼 있는데, 의당 기대해볼 만하지 않는가? 거기에 작품에 대한 상세한 해설을 담은 <파우스트 주해>(한국외대출판부, 2006)과 공동 연구서 <파우스트 그는 누구인가?>(문학동네, 2006)은 <파우스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심화시켜줄 것이다. 작년에 나온 <괴테 -그리고 그의 영원한 여성들>(서울대출판부, 2005)까지 챙겨두게 되면, 가히 전문가 수준의 교양이라 할 만하다.  

 

 

 

 

해서, <서양의 고전을 읽는다>에 한정하더라도 선정된 68종에 대한 이러한 검토작업이 필요하다. 번역되었는가, 신뢰할 만한 번역인가, 주해서가 나와 있는가, 새로운 독해/연구가 소개돼 있는가, 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자세히 살펴볼 형편은 아니지만, 3박자가 고루 갖춰진 경우도 있고 2박자 정도의 빠른 템포에 엇박자인 경우도 드물지 않다. 가령, 소쉬르의 <일반언어학 강의>처럼 예전에 두어 종이 번역돼 나왔지만 모두 절판되어 현재 시중에서는 구할 수 없는 책들이 있는가 하면(역설적인 건 2차 참고문헌들은 다수 나와 있다는 것), 다윈의 <종의 기원>처럼 여러 종의 번역본이 출간되었지만 전공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책들도 적지 않다(일반인들은 '대에충' 읽으면 된다는 뜻인가?). 때문에 우리사회는 분류하자면, '아직도 교양이 고픈 사회'이다.  

<서양의 고전을 읽는다>의 취지는 이렇다: "단순한 고전 해제를 넘어서 21세기 한국이라는 시공간에서 동시대인들과 청소년들에게 걸맞는 새로운 문제의식으로 고전들의 가치를 재발견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이들 대표독자들이 제시하는 고전에 대한 시각과 문제의식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보다 새로운 고전과 사유의 세계로 나아가게 한다." '고전해제'를 읽고서 '새로운 고전과 사유의 세계'로 나간다는 건 물론 오버이고 과장이다. '새로운 고전과 사유의 세계'로 나가기 전에 '있는 고전들'만이라도 꼼꼼히 자신의 힘으로 읽어내는 것이 우선적이며, 그게 '진짜 교양'이다.

 





 

예컨대,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선언>만 하더라도 수 종의 번역서 중 하나 정도는 읽어주고, <세계를 뒤흔든 공산당선언>(그린비, 2005)로 역사적 배경을 확인해둔 다음, <강유원의 고전강의 공산당선언>(뿌리와이파리, 2006) 같은 책을 통해 한 장이라도 자세히 따라 읽어보는 습관을 길러야 하는 것. 강유원에 따르면 그게 '근대인'의 기본조건이기도 하다.

"서양 근대인들은 인간의 힘으로 세계를 구축하자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왕의 권력을 신이 준 것이라고 하는 왕권신수설을 부정하고 프랑스 혁명과 같은 정치적 혁명을 통해 인간 중심의 사회를 이룩하려 하였다. 이들은 긴간의 힘에 의해 파악된 지식을 바탕으로, 이른바 근대의 교양을 형성하였다. 이들이 부르주아로 불리는 근대의 시민인데 고전적 의미에서의 우파, 즉 오늘날의 의미에서 자유주의자다. 즉, 근대의 지식인이라 하면 일단 누구나 다 우파 수준의 교양을 갖춘 셈이다... 그러니까 일단 '근대인'이라 하면 우파적인 교양을 갖추는 게 기본이다. 우파적 교양을 기본으로 갖추고 거기서 좀더 나가서 골고루 먹고사는 문제, 그러니까 평등의 문제 등을 고민하면 좌파인 거다. 우파건 좌파건 근대인이라는 것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 사람들 모두 교양인이다."(50-1쪽, 강조는 나의 것)

 

 

 

 

흥미로운 대목인데, 일단 '근대인=교양인'이라는 것, 그리고 그때의 '교양인'이란 '우파 부르주아지(시민)'라는 것. '좌파'는 그 '우파 부르주아지'에서 나온다는 것(일단 기본 교양을 갖춘 우파가 평등의 문제를 고민하면 좌파라는 것이이니까.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교양 대가리' 없는 놈들이 좌파 행세하면 안된다). 예전에 나는 강유원이 '배고픈 우파'가 아닐까란 지적을 했었는데, 크게 잘못 짚은 것 같지는 않다. 좌파가 되기 이전에 우리는 모두 교양있는 우파가 될 필요가 있다고 그는 말하는 것이니까('이사야 벌린' 정도 된 이후에 '칼 마르크스' 쪽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니까. 마르크스 또한 일차적으론 '근대적 교양인'이었다).

조금 확대해석하면, 그는 고전적인 역사적 유물론에 따라, '프롤레타리아 혁명(=좌파 혁명)'보다 '부르주아 혁명(=우파 혁명)'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된다(그런 관점에 설 경우, (조급했던) 러시아 혁명이 정통에서 일탈한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더불어, 교양이 아닌 '품성론'에 기초한 현실 사회주의가 '전근대적' 체제라는 진단도 가능하다).' 없는 것들'이 순서도 모르고 나서면 곤란한 것이다.  

아무려나 우파이건 좌파이건 간에 '근대인'이 되기 위해서라면 '근대인이 알아야 할 모든 것'으로서의 '교양'이란 문턱을 넘어서야 한다. <서양의 고전을 읽는다>는 그 문턱에서 요긴한 가이드북 노릇을 해줄 것이다(하긴 68종의 고전에 대한 3종 세트를 구입하여 읽을 만한 여가를 프롤레타리아가 마련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전무할 터이니 교양은 우파 부르주아의 전유물이 아닐 도리가 없다. 이건 혹 딜레마가 아닐까?).

 

 

 

 

교양 있는 분들을 위한 책으로 또한 꼽을 만한 것이 <브레히트 희곡선집1, 2>(서울대출판부, 2006)이다. 예전에 '한마당'에서 브레히트 선집이 나온 적은 있었지만, 이처럼 정격 번역이 두 권 분량으로 묶여서 출간된 건 처음이 아닌가 싶다(역자는 브레히트와 독일 희곡의 전문가이며 유려한 문장을 자랑한다). 사실, 폴 존슨의 보고에 따르면, 브레히트야 말로 '배부른 좌파'의 표본적인 작가였다(고가의 노동자복을 맞춰 입고 다녔던 브레히트는 자기PR의 귀재이기도 했다). '배고픈 좌파'라는 게 편견일 수도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사례인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희곡들은 고전으로서의 '명망'을 유지하고 있다. 한 작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선천적인 재능(=문학적 재능) 못지 않게 후천적인 재능(=정치적 감각)도 갖추어야 함을 웅변해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끝으로 <세계의 고전을 읽는다 -동양문학편>(휴머니스트)에 '해제'가 포함돼 있는 시선(詩仙) 이백의 시선집 <이백 오칠언절구>(문학과지성사, 2006)를 꼽아두기로 한다. 소개에 따르면, "이백 시세계의 백미를 담아낸 책. 현전하는 이백의 절구시(絶句詩) 전체인 187수를 우리말로 옮기고, 이백 시의 전문 연구자 황선재 씨의 주석과 해설을 곁들여 소개했다. 이백의 시 중에서 가장 짧은 형식인 '오.칠언절구시'만을 묶어 펴낸 것은 중국을 포함하더라도 이 책이 세계 최초이다." 이 어이 아니 주목할 수 있겠는가?

"오칠언절구(李白 五七言絶句)는 이백의 작품 1천여 편 가운데 가장 짧은 형식의 시로서, 작품 한 편이 오언절구는 20자, 칠언절구는 28자로 이루어져 있다. 시 한편은 비록 짧지만, 그 가운데는 오묘한 진리와 풍부한 음악성이 스며들어 읽으면 읽을수록 운치 있는, 즉 말은 다했지만 뜻이 무궁하게 남는 경지(言有盡而意無窮) 속으로 몰고 간다. 이백 시를 내용에 따라 15장으로 분류하고 후대의 연구자들에 의해 이백 시로 추정되는 17편을 추가해 이백 오칠언절구 전편을 이해할 수 있도록 편집했다. 한시 원문을 읊고 적확한 우리말로 음미한 뒤, 이백의 생애와 역사 등 시가 씌어진 배경 해설을 함께 읽을 수 있다."

 
 
 
 
 
 

러시아 문학에서의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처럼, 당시(唐詩)에서 '이백'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가 알다시피 시성(詩聖) '두보'이다. 이 기회에 두 시인에 관한 책들과 두보 시선도 몇 권 눈여겨 봐두도록 한다(두시에 대해서는 고전적인 '언해'와 현대적인 '언해'가 제법 출간돼 있다). 자, 이런 것들이 '고전'들이다. 이걸 읽고 음미할 만한 여유만 각자 마련하면 되겠다...

06. 05. 24-28.

 

 

 

 

P.S. 그럴 만한 여유/형편이 안되는 이들이 왜 없겠는가? 그런 이들은 '세계의 고전'이니 '서양의 고전'이니 다 (개)무시하고, 백석의 시집 한 권과 최근에 나온 고형진 교수의 <백석 시 바로 읽기>(현대문학, 2006) 같은 책 한 권 정도 사놓고 틈틈히 읽어보면서 노트에다 시와 자기만의 감상을 적어보는 걸로 '교양'을 대신하면 되겠다. 백석의 절창 '흰 바람벽이 있어'(1941)에 나오는 "외롭고 높고 쓸쓸한"은 시인 안도현이 자신의 시집 제목으로도 갖다쓴 시구이지만, 그가 멋있는 제목에서 빼먹은 것은 '가난하고'란 단어였다. 외롭고 높고 쓸쓸하지만, '가난한' 이들은 오늘도 '흰 바람벽'을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과 함께 오래 응시해볼 일이다...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 절은 다 낡은 무명셔츠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 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 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을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느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지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어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격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여 어느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굴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어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 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하눌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 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스 쨈’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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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짱꿀라 > 해방전후사 인식 ‘제3의 길’…‘근대를 다시…’ 출간

해방전후사 인식 ‘제3의 길’…‘근대를 다시…’ 출간

 

 

 

 

기사제공 : 동아일보

‘해방전후사의 인식’(약칭 해전사·한길사)과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약칭 재인식·책세상)을 동시에 비판하는 제3의 근현대사연구서 ‘근대를 다시 읽는다’(전 2권·역사비평사)가 20일 출간됐다. ‘해전사’가 폐쇄적 민족주의에 묶여 있었다면 ‘재인식’은 국가주의적 함정에 빠져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골자다.

이 책은 윤해동(한국사)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 천정환(국문학) 성균관대 교수, 허수(한국사) 동덕여대 교수, 황병주(한국사) 국사편찬위원회 편년연구사, 이용기(한국사)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 윤대석(국문학) 인하대 연구원 등 40대 소장학자 6명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일제강점기부터 박정희 통치기까지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한 2000년 이후 국내외 논문 중 주로 젊은 학자들의 논문 28편을 선정해 6부로 나눠 수록했다.

이 책은 ‘해전사’를 민족주의와 민중주의의 낡은 관점에 묶여 있다고 비판하고 일제강점기 분석에 있어 친일과 항일의 이분법적 도식을 거부한다는 점에서 ‘재인식’의 문제의식을 상당부분 공유한다. 그러나 ‘해전사’가 제국주의의 쌍생아인 민족주의에 묶여 있다면 ‘재인식’은 개발지상주의와 국가주의로 요약되는 근대주의와 실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편집위원들은 머리말에서 “‘재인식’의 개봉박두가 예고되었을 때 ‘이제야 나와야 할 것이 나왔다’라는 기대로 반가웠으나 기대는 곧 큰 실망으로 바뀌고 말았다”고 밝혔다. 편집위원들은 그 이유를 “전체적으로 ‘재인식’은 한국 학계와 사회를 냉전적인 진영논리로 채색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편집위원들은 “‘재인식’의 논리적 기저에는 ‘(근대)국가는 문명의 상징’이고 ‘민족은 전근대적 야만의 상징’이라는 이분법이 깔려 있다”며 “‘재인식’의 논리는 민족주의를 지양·극복하기는커녕 새로운 우익적 ‘대한민국 국가주의’를 강화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민족주의나 국가주의 모두 근대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재인식’은 변종 근대주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또 편집위원들은 ‘해전사’와 마찬가지로 ‘재인식’ 또한 실증을 통해 역사적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실증주의가 작동하고 있는데 “실증주의는 역사인식의 근대주의 그 자체”라는 점에서 그 한계를 보여 준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낡은 근대에 대한 젊은 비판’을 모토로 한 이 책은 어떤 차별성을 지닐까. 이 책은 ‘해전사’의 수탈론과 ‘재인식’의 식민지근대화론을 모두 비판하며 근대성 자체에 수탈과 개발의 양면이 공존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식민지 경험을 통한 한국의 근대화 과정이 우리만의 특수성이 아니라 제국주의시대 대다수 국가가 경험했던 세계적 보편성의 관점에서 바라볼 것을 주장한다. 또 광복 이후 국민국가 형성 과정에서 민주화세력이나 산업화세력 모두 개발을 강조하는 근대주의 논리 아래 민중 또는 대중을 억압, 포섭, 조작했다는 비판적 시각을 견지한다.

해방전후사의 인식-해방전후사의 재인식-근대를 다시 읽는다 비교
- 해전사(1979∼1989) 재인식(2006) 근대를 다시 읽는다(2006)
역사관 민족주의·민중주의수정주의·이상주의 탈민족주의·실증주의탈수정주의·현실주의 탈민족주의·탈국가주의탈근대주의·포스트모던 역사관
일제강점기 친일 대 반일, 애국 대 매국, 수탈과 핍박이라는 이분법적 시각 일제를 적으로 삼으면서도 모범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던 모순적 중층적 상황에 초점 수탈과 개발이 중첩된 식민지조선의 상황을 특수성이 아니라 보편성의 관점에서 조망
광복 이후 국민국가 형성기 대한민국 건국세력은 민족통일을 외면하고 민주주의를 억압한 독재세력 대한민국 건국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토대로 이뤄졌기 때문에 북한독재체제를 압도하는 번영과 자유를 확보 ‘대중의 국민화’ 과정에서 공식역사가 지워버린 하위주체의 잃어버린 기억에 초점을 맞춰 근대화 논리에 감춰진 폭력성을 비판함

권재현 기자(동아일보)

# 해방전후사의 재인식(=해전사)이 나온 이후로 근대사를 다시 재조명해서 책이 나온다고 하네요. 기대를 가지고 출판을 기다려봐야 겠습니다.  해전사도 재미 올 3월달에 줄을 쳐가면서 아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나는데 또 다른 시각으로 나온다니 기다려 지네요.

 

  인식과 재인식을 넘어… '근대를 다시 읽는다' 출간
  진보학자들, 새 인식 틀 제시

 
  사진과 기사 제공 : 한국일보


   <해방전후사의 인식>(이하 <인식>)을 겨냥한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하 <재인식>)이 지난 2월 출간된 뒤, 진보학계는 학문적 분노와 함께 참담함을 곱씹어야 했다. 일각에서는 <재인식>이 우리 인문학의 퇴행이라며 흥분했고, 낡은 <인식>을 17년 동안이나 방치함으로써 퇴행을 방조했다며 반성했다. 20일 출간된 <근대를 다시 읽는다1ㆍ2>(이하 <근대>, 역사비평사ㆍ사진)는, 그런 <인식>의 낡음과 <재인식>의 퇴행에 대한 소장 진보학자들의 응답이자, 1990년대 말 이후 근대 인식의 새로운 결산이다.

   <근대>는 윤해동(성균관대) 천정환(성균관대) 허 수(동덕여대) 황병주(국사편찬위원회) 이용기(역사문제연구소) 윤대석(인하대)씨가 편집을 맡아, 40대 학자 28명의 근년 논문(2편은 새 논문)들을 모은 책이다. 책은 한국의 식민경험과 국민형성 관련 논문을 모은 1권과 문화연구 담론비판, 하위주체 연구 등 방법론적 문제의식을 부각한 2권으로 구성됐다.

   <근대>는 <인식>의 민중ㆍ민족주의와 <재인식>의 국가주의, <인식>의 식민지 수탈론과 <재인식>의 식민지 근대화론을 ‘식민지근대’라는 개념을 통해 돌파하고자 한다. “식민지는 근대 세계체제의 가장 중요한 축”인 만큼, 근대란 ‘식민지’를 배제한 채 홀로 설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근대>는 “사회진화론이나 문명론의 발전단계론에 따라 식민지를 서구 근대의 하위 단계”로 규정하지도, 협소한 민중ㆍ민족주의적 관점으로 우리의 근대를 특수성 속에 가두지도 않는다. 책임편집을 맡은 윤해동 교수는 ‘근대 미화론’의 관점에서 수탈론과 근대화론을 비판했다. 그는 “근대는 좋은 것이기에 식민지에 근대는 없다는 식의 수탈론이나, 다이내믹한 경제지표만으로 식민지를 설명하려는 근대화론 모두 근대를 미화하고 있다”며 “하지만 근대가 해방의 측면과 억압의 측면을 동시에 지닌 것처럼, 식민지 역시 수탈과 억압, 문명화와 개발의 이중성을 갖는다”고 말했다.

  해방 이후의 국가(국민) 만들기 과정에 대해서도 <인식>이 지녔던 민주-반민주, 민족-반민족의 이분법적 시각이나 이승만 정부의 시장ㆍ민주주의의 건실한 국가 건설이라는 <재인식>의 국가주의적ㆍ선악론적 시각을 넘어 근대화의 다양한 모습들을 ‘하위주체’(subaltern) 연구 방법으로 고찰한다.  국민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배제된 하위주체를 <인식>과 <재인식>의 실증적 방법이 아니라, 기억과 체험을 통해 근대의 풍경으로 흡수하는 등 탈근대 역사학적 방법론을 모색하기도 한다. 윤 교수는 “이번 책이 학계의 성과를 충실히 모았다고 말하기 힘들고, 누락된 연구 성과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여전히 우리의 삶을 규정하고 지배하고 있는 근대 연구가 건설적인 지평에서 활발히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말했다.

      

 

‘인식’과 ‘재인식’을 넘어 탈근대 눈으로 근대읽기

해방전후사 제3의 인식 ‘근대를 다시 읽는다’ 출간                         

기사와 사진제공 : 한겨레신문


‘해방 전후사에 대한 제3의 인식’을 보여주는 논문집 <근대를 다시 읽는다>(역사비평사 펴냄)가 두 권으로 나왔다. 일제 강점기에서 박정희 정권까지의 시대를 포괄하는 역사·사회·문학 각 방면의 논문 28편이 묶였다. 윤해동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를 비롯해 탈근대 역사학의 학문인식을 함께하는 학자 28명이 필자로 참여했다. <근대를 다시 읽는다>가 ‘제3의 인식’을 지향하고 있음은 윤해동 교수 등 편집진이 쓴 ‘머리말’에서 확인된다.

편집진은 올해 초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하 재인식)과 이 책이 겨냥했던 <해방전후사의 인식>(이하 인식)이 모두 근대주의와 내셔널리즘(국가주의·민족주의)의 틀에 갇혀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 근대 인식의 새로운 패러다임’ 창출을 제안하고 있다. 요컨대, 탈근대주의의 시선으로 근대를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근대는 동경의 대상이나 지향해야 할 목표가 아니며, 근대주의가 내포하는 폭력을 바로 보고 근대를 넘어설 전망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 편집진의 공통 인식이다.

민족주의를 갇혀 식민지 경험 과잉부각 비판

“재인식, 새로운 우익적 논리만 강화” 혹평


이들은 특히 “근대 민족주의가 한편으로는 제국주의에 저항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제국주의를 모방하면서 형성된 인위적 구성물임”을 강조한다. 한반도의 경우 민족주의는 식민지 경험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데, 편집진은 이 경험을 과도하게 특화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식민지가 ‘근대 미달’이거나 ‘왜곡된 근대’가 아니라 근대 속에 포함된 ‘근대의 작동기제’이며 한국의 근대사는 그런 ‘보편적’ 작동 기제 속에서 해명될 수 있는 전형적인 대상이라는 것이다. “식민지는 근대 세계체제의 가장 중요한 축이었으며, ‘근대’의 고유하고 중요한 현상의 일부였다. 서구와 식민지는 동시적으로 발현한 근대성의 다양한 ‘굴절’을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서구=보편’이나 ‘식민지=특수’라는 도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서구든 식민지든 근대성이 관철되는 공간이며, 따라서 식민지도 근대성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논리다. 이런 인식 위에서 편집진은 ‘친일’ 행위를 ‘민족에 대한 배신’이라는 ‘국민윤리적 관점’에서 읽을 것이 아니라 ‘협력’이라는 개념으로 바꿔 그 양상을 보편적인 관점에서 읽어내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한 식민지 시기를 지배와 저항이라는 이분법으로 보아선 안되며 둘 사이의 넓은 ‘회색지대’를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편집진은 이런 논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인식>과 <재인식>의 논의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인식>의 한계를 극복하겠다고 천명한 <재인식>이 심각한 논리적·실천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논박한다.

“<재인식>에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그리고 낡은 사고방식, 곧 ‘(근대)국가는 문명의 상징’이고 ‘민족은 전근대적 야만의 상징’이라는 이분법이 깔려 있다.” 나아가 편집진은 “이 논리가 ‘대한민국=문명’,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야만’이라는 사고를 정치적 배후이자 ‘의도’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황당하다”고 평하면서 “<재인식>의 논리는 민족주의를 지양·극복하기는커녕 새로운 우익적 ‘대한민국 국가주의’를 강화할 뿐”이라고 진단한다.

편집진이 <재인식>을 이렇게 혹평한 것은 <재인식>의 편집진이 ‘탈근대’의 역사인식으로 해방전후사를 다시 보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인식>의 민족주의에 대항해 ‘탈민족’만 외쳤을 뿐 ‘탈국가’는 전혀 이루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민족주의 대신 ‘애국주의’를 강조함으로써 ‘저열한 변종 근대주의’를 옹호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편집진은 <재인식>이 한국 사회에 “명백히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보수우익의 정치적 이해에 복부하면서 시대착오적인 좌우대립에 편승하는 논리적 빈곤과 퇴행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한겨레신문 기사제공)

탈근대 역사학이란? = 기존의 역사학이 근대주의와 민족주의의 패러다임에 갇혀 있다고 보면서 탈국가·탈민족의 관점에서 역사를 재해석할 것을 요구하는 역사학이다. 이들에게 근대는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국가·민족·계급 중심으로 역사를 해석하는 것이 전형적인 근대주의적 역사 인식이며 이런 인식이 억압한 여성·소수자 등 다양한 주체들의 목소리를 복원해야 한다는 게 탈근대적 역사학의 관점이다. 탈근대 역사학은 실증적 자료 중심인 근대적 역사방법론도 비판하면서 기록을 남길 수 없는 하위주체들의 ‘기억’과 ‘증언’을 역사 해석의 중요한 요소로 강조한다.

 

 '낡은' 近代에 '젊은' 비판을 던지다

근대를 다시 읽는다(전2권) | 윤해동·천정환 등 엮음


한국의 20세기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그럴듯한 질문이지만 쉽게 답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이다. 얼핏 짚어보아도 한국의 20세기는 대한제국의 멸망과 식민지 지배, 민족해방과 남북분단, 동족상잔과 체제경쟁, 경제발전과 세계진출, 냉전완화와 남북교류 등으로 이어졌다. 또 그것은 전쟁과 혁명, 파괴와 혁신, 분열과 통합, 냉전과 화해 등으로 표상되는 20세기의 세계 역사와 공명하며 전개된 우여곡절의 역사였다. 그런데 최근 이 복잡다단하고 변화무쌍한 역사를 나름대로의 논리를 가지고 ‘새롭게’ 조망해보려는 두툼한 책이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올해 2월 출간된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전2권)과 이번에 발행된 ‘근대를 다시 읽는다’(전2권)가 그것이다. 두 책은 거의 같은 시대와 주제를 비슷한 분량으로 다루면서도 편찬 의도가 명백히 다르다. 전자는 1980년대에 출판된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시정하고 극복할 것을 표방했다. 후자는 ‘해방전후사의 인식’과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을 모두 비판하며, 이에 대신하는 새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전자에 대해서는 출간과 동시에 찬·반 논쟁이 거세게 일어났는데, 후자에 대해서는 어떤 반응이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

‘근대를 다시 읽는다’는 주로 2000년 이후에 발표된 다양한 주제의 연구 중에서 편집자들이 한국의 근대를 새롭게 보는데 적당하다고 판단한 논문들을 선택하여 편집한 것이다. 수록된 28편의 논문을 전공에 따라 분류하면 역사학과 문학이 20여 편, 정치학·사회학·경제학·인류학·종교학·교육학 등이 한두 편씩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다방면에 걸친 논문 하나하나에 대해 논평하기보다는 편집자의 의도가 잘 반영된 각 부의 주제에 대해 언급하는 게 책의 전모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의 식민지 경험과 국민형성에 관련된 논문들을 수록한 제1권(1~3부)은 한국근대사를 ‘식민지 근대’‘대일협력’‘국민국가의 형성과 균열’이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다. 그 중에서 “모든 근대는 식민지근대이다”라는 자극적 부제를 단 1부는 지배와 저항 사이에 존재했던 다양한 스펙트럼의 조선인 상과 조회라는 학교규율을 통해 형성된 굴절된 내셔널리즘의 모습을 보여준다. ‘친일’을 ‘협력’이라는 개념으로 바꿔 성찰하려고 시도한 2부는 조선인 내선일체론자의 전향과 동화의 논리 등을 통해 식민지에서의 국민형성을 살펴보고 있다. 3부는 대한민국과 국민만들기라는 주제 아래 한국전쟁이 사회의식 및 생활문화에 미친 영향과 박정희체제의 지배담론 등을 다루고 있다.

문화현상, 담론비판, 하위주체와 관련된 논문들을 담은 제2권(4~6부)은 새로운 연구방법론을 제시하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그 중에서 개인의 행위를 통해 근대성과 새로운 문화를 더듬어 본 4부는 일제 아래에서의 책읽기, 연애, 영화, 검열 등을 통해 조선인이 어떻게 근대에 대응해갔는가를 그리고 있다. 5부는 근대인식과 담론분석에 관한 논문을 싣고 있는데, 민족주의 청년담론, 민족개조논쟁, 근대철학 수용 등을 통해 조선인 엘리트가 근대를 어떻게 고민하며 받아들였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민중의 경험과 기억을 다룬 6부는 하위주체가 전쟁과 노동 등의 경험을 어떻게 역사에 기록해왔는가를 묻는다.


  기사와 사진 제공 : 조선일보사 

이 책은 1990년대 이후 한국의 젊은 인문·사회과학자들이 20세기의 한국사를 어떤 시각과 방법으로 연구해왔는가를 짚어보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그들의 지향은 각양각색이지만 굳이 공통점을 찾는다면 민족주의나 민중주의, 국가주의나 개발주의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다. 요컨대 탈(脫)민족주의와 탈(脫)근대주의를 모색하고 있다. 편집자들은 이 점을 부각시켜 ‘낡은 근대’에 대한 ‘젊은 비판’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여기에서 ‘낡은 것’은 민족주의·민중주의를 주창한 ‘해방전후사의 인식’과 근대주의· 개발주의를 옹호한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전공의 벽을 넘어 다양한 시각과 방법을 통해 20세기 한국사를 다각적으로 파악했다는 점이다. 변화가 넓고 깊었던 시대를 하나의 도구와 잣대로 연구하고 평가하는 것은 원래 벅찬 일이었는데 불구하고 종래에는 이런저런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단순명쾌 하게 재단하고 논평하는 만용이 유행했다. 이 책은 그 한계를 직시하고 각 학문의 융합을 통해 20세기의 파란만장한 한국사 상을 보여주려고 고민했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편집자들의 입맛에 잘 맞지 않는 논문도 섞이게 되어 ‘해방전후사의 재인식’과 첨예하게 대결하겠다던 당초의 의도가 많이 무뎌졌다. 다채로운 모습을 그리고자 하는 점은 ‘해방전후사의 재인식’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한국 근대 인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하여’라는 거창한 부제를 달 바에는 이에 걸 맞는 논문들을 새로 집필하여 묶었더라면 역사 논쟁을 생산적 방향으로 이끄는 데 훨씬 더 기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재정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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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좀머 > 물고기 낚는 법, 바로 이런 것
인물사진을 잘 만드는 비결 내셔널 지오그래픽 포토그래피 필드 가이드 3
로버트 카푸토 지음, 김문호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작년 하반기에 출간된 이후 아직까지 대한민국 사진 교재 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하고 있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포토그래피 필드가이드'의 제3권이다. 입문/총론에 해당하는 1권, 1권의 부록쯤 되는 2권(디지털 사진)에 이어 3권이 인물사진, 4권이 풍경사진, 5권이 여행사진을 다루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추천하고 싶은 것은 3권과 4권이다. 1권은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대다수의 사진교재보다 훌륭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다른 내용은 아니고, 2권은 말 그대로 부록쯤밖에 되지 않으며, 5권은 1·3·4권을 봤다면 굳이 또 볼 필요가 없다. 반면 3권과 4권은 얇은 분량 속에 정말로 듣고 싶었던 이야기와 보고 싶었던 사진들이 알차게 그득하다. 다른 책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던 내용들이다. 두 권이 내용적으로 별로 중복되지도 않아서 함께 권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장점이 참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물고기를 주는 게 아니라 물고기 낚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사진은, 이를테면 그림이나 바둑이나 서예처럼, 자신이 스스로 실습을 반복함으로써만 실력이 느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선 앵글을 이렇게 잡으시고, 조리개와 셔터스피드는 이렇게 놓으시고..." 식의 너무나 친절한 교재나 강좌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은 그 순간의 재미뿐이다. 혼자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을 때는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한다.

사진 장비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각각의 기능을 어떻게 조작할 것인지, 특정한 상황에서 어떤 기법을 구사할 것인지, 그리고 후보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만으로 요즘 사진 교재들이 내용을 다 채우고 있다는 점은 사실 걱정스러운 일이다. 이에 앞서 모든 창작 분야에 공통되는 기초란 것이 사진에도 있기 때문이다. 문학에서는 이를 다독, 다작, 다상량으로 표현해왔다.

그것이 사진에서는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볼 필요가 있다. 요즘 나오는 다른 교재들과는 목차부터 다르다. 장비소개나 촬영기법으로 눈을 홀리지 않는다. 대신 인물사진의 본질은 무엇인지부터 말해준다. 그리고는 바로 구성이다. 어떻게 구도를 잡고 화면을 구성하면 좋을지를 가르친다. 분야별로 하나씩 설명해들어가는 이후의 내용들에서도 언제나 앞서 강조되는 것은 마음가짐, 기본원칙, 연습하는 방법 등이지 "이럴 때는 조리개 몇에 셔터속도 몇..."이 아니다. 자뭇 고전적이어서 미덥기 그지없다. 또한 이런 특성 때문에 거창한 DSLR이 아닌 컴팩트 카메라 사용자에게도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도움이 된다.

예제 사진들은 더없이 훌륭하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다양한 사진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엄선되어있기 때문이다. 수록작들만 보고 있어도 "나도 사진을 더 잘 찍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만들어준다. (모 사이트에 넘쳐나듯) 할머니나 아이들이나 걸인 찍은 것을 흑백으로 변환해서 콘트라스트 잔뜩 높여놓은 것이 왜 겉멋에 불과한지 저절로 깨닫게 해준다.

그러면서도 종이를 낭비하지 않는다. 요즘 나오는 사진책들은 지면낭비가 너무 심하다. 과도하게 큰 예제사진, 본문의 절반쯤 되는 여백, 잡지처럼 난삽한 편집, 휴대가 불가능한 두께와 판형으로 가격만 올려놓았다. 훨씬 더 좋은 내용과 사진으로 가득 채우고도 얼마든지 얇고 작게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 책의 외형 자체가 자신감의 반영이다.

시리즈의 모든 책에 들어있는 '프로들의 이야기'도 여전히 도움이 된다. 분량이 많지 않아 [풍경사진]편과 마찬가지로 3명만 담고 있지만, 세계적인 프로들이 어떻게 사진에 입문하게 되었고 어떤 생각을 하며 활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초보자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점이 무엇인지를 귀담아 듣는 일은 귀중한 공부다. 이 부분만을 모아 따로 한 권의 책으로 내도 각광을 받을 것 같다.

이 책을 완독할 즈음이면 분명히 얻는 것이 있으리라 본다. 사람 하나 앞에 두고 셔터를 누르는 게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깨달음일 수도 있고, 내가 지금까지 찍어온 사진들이 왜 그저그랬는지 드디어 이유를 알아냈을 수도, 맨날 장비탓만 하고 뽐뿌에 시달려온 것이 얼마나 허망한 노릇이었는지 절감했을 수도 있다. 시작은 어느 지점이건 좋다. 그 방향만은 분명 카메라 회사들 배만 불려주고 사진은 몇년이 지나도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는 요즘의 풍토로부터 벗어나는 쪽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진짜 사진 생활이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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