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짱꿀라 > 해방전후사 인식 ‘제3의 길’…‘근대를 다시…’ 출간

해방전후사 인식 ‘제3의 길’…‘근대를 다시…’ 출간

 

 

 

 

기사제공 : 동아일보

‘해방전후사의 인식’(약칭 해전사·한길사)과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약칭 재인식·책세상)을 동시에 비판하는 제3의 근현대사연구서 ‘근대를 다시 읽는다’(전 2권·역사비평사)가 20일 출간됐다. ‘해전사’가 폐쇄적 민족주의에 묶여 있었다면 ‘재인식’은 국가주의적 함정에 빠져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골자다.

이 책은 윤해동(한국사)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 천정환(국문학) 성균관대 교수, 허수(한국사) 동덕여대 교수, 황병주(한국사) 국사편찬위원회 편년연구사, 이용기(한국사)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 윤대석(국문학) 인하대 연구원 등 40대 소장학자 6명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일제강점기부터 박정희 통치기까지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한 2000년 이후 국내외 논문 중 주로 젊은 학자들의 논문 28편을 선정해 6부로 나눠 수록했다.

이 책은 ‘해전사’를 민족주의와 민중주의의 낡은 관점에 묶여 있다고 비판하고 일제강점기 분석에 있어 친일과 항일의 이분법적 도식을 거부한다는 점에서 ‘재인식’의 문제의식을 상당부분 공유한다. 그러나 ‘해전사’가 제국주의의 쌍생아인 민족주의에 묶여 있다면 ‘재인식’은 개발지상주의와 국가주의로 요약되는 근대주의와 실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편집위원들은 머리말에서 “‘재인식’의 개봉박두가 예고되었을 때 ‘이제야 나와야 할 것이 나왔다’라는 기대로 반가웠으나 기대는 곧 큰 실망으로 바뀌고 말았다”고 밝혔다. 편집위원들은 그 이유를 “전체적으로 ‘재인식’은 한국 학계와 사회를 냉전적인 진영논리로 채색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편집위원들은 “‘재인식’의 논리적 기저에는 ‘(근대)국가는 문명의 상징’이고 ‘민족은 전근대적 야만의 상징’이라는 이분법이 깔려 있다”며 “‘재인식’의 논리는 민족주의를 지양·극복하기는커녕 새로운 우익적 ‘대한민국 국가주의’를 강화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민족주의나 국가주의 모두 근대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재인식’은 변종 근대주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또 편집위원들은 ‘해전사’와 마찬가지로 ‘재인식’ 또한 실증을 통해 역사적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실증주의가 작동하고 있는데 “실증주의는 역사인식의 근대주의 그 자체”라는 점에서 그 한계를 보여 준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낡은 근대에 대한 젊은 비판’을 모토로 한 이 책은 어떤 차별성을 지닐까. 이 책은 ‘해전사’의 수탈론과 ‘재인식’의 식민지근대화론을 모두 비판하며 근대성 자체에 수탈과 개발의 양면이 공존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식민지 경험을 통한 한국의 근대화 과정이 우리만의 특수성이 아니라 제국주의시대 대다수 국가가 경험했던 세계적 보편성의 관점에서 바라볼 것을 주장한다. 또 광복 이후 국민국가 형성 과정에서 민주화세력이나 산업화세력 모두 개발을 강조하는 근대주의 논리 아래 민중 또는 대중을 억압, 포섭, 조작했다는 비판적 시각을 견지한다.

해방전후사의 인식-해방전후사의 재인식-근대를 다시 읽는다 비교
- 해전사(1979∼1989) 재인식(2006) 근대를 다시 읽는다(2006)
역사관 민족주의·민중주의수정주의·이상주의 탈민족주의·실증주의탈수정주의·현실주의 탈민족주의·탈국가주의탈근대주의·포스트모던 역사관
일제강점기 친일 대 반일, 애국 대 매국, 수탈과 핍박이라는 이분법적 시각 일제를 적으로 삼으면서도 모범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던 모순적 중층적 상황에 초점 수탈과 개발이 중첩된 식민지조선의 상황을 특수성이 아니라 보편성의 관점에서 조망
광복 이후 국민국가 형성기 대한민국 건국세력은 민족통일을 외면하고 민주주의를 억압한 독재세력 대한민국 건국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토대로 이뤄졌기 때문에 북한독재체제를 압도하는 번영과 자유를 확보 ‘대중의 국민화’ 과정에서 공식역사가 지워버린 하위주체의 잃어버린 기억에 초점을 맞춰 근대화 논리에 감춰진 폭력성을 비판함

권재현 기자(동아일보)

# 해방전후사의 재인식(=해전사)이 나온 이후로 근대사를 다시 재조명해서 책이 나온다고 하네요. 기대를 가지고 출판을 기다려봐야 겠습니다.  해전사도 재미 올 3월달에 줄을 쳐가면서 아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나는데 또 다른 시각으로 나온다니 기다려 지네요.

 

  인식과 재인식을 넘어… '근대를 다시 읽는다' 출간
  진보학자들, 새 인식 틀 제시

 
  사진과 기사 제공 : 한국일보


   <해방전후사의 인식>(이하 <인식>)을 겨냥한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하 <재인식>)이 지난 2월 출간된 뒤, 진보학계는 학문적 분노와 함께 참담함을 곱씹어야 했다. 일각에서는 <재인식>이 우리 인문학의 퇴행이라며 흥분했고, 낡은 <인식>을 17년 동안이나 방치함으로써 퇴행을 방조했다며 반성했다. 20일 출간된 <근대를 다시 읽는다1ㆍ2>(이하 <근대>, 역사비평사ㆍ사진)는, 그런 <인식>의 낡음과 <재인식>의 퇴행에 대한 소장 진보학자들의 응답이자, 1990년대 말 이후 근대 인식의 새로운 결산이다.

   <근대>는 윤해동(성균관대) 천정환(성균관대) 허 수(동덕여대) 황병주(국사편찬위원회) 이용기(역사문제연구소) 윤대석(인하대)씨가 편집을 맡아, 40대 학자 28명의 근년 논문(2편은 새 논문)들을 모은 책이다. 책은 한국의 식민경험과 국민형성 관련 논문을 모은 1권과 문화연구 담론비판, 하위주체 연구 등 방법론적 문제의식을 부각한 2권으로 구성됐다.

   <근대>는 <인식>의 민중ㆍ민족주의와 <재인식>의 국가주의, <인식>의 식민지 수탈론과 <재인식>의 식민지 근대화론을 ‘식민지근대’라는 개념을 통해 돌파하고자 한다. “식민지는 근대 세계체제의 가장 중요한 축”인 만큼, 근대란 ‘식민지’를 배제한 채 홀로 설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근대>는 “사회진화론이나 문명론의 발전단계론에 따라 식민지를 서구 근대의 하위 단계”로 규정하지도, 협소한 민중ㆍ민족주의적 관점으로 우리의 근대를 특수성 속에 가두지도 않는다. 책임편집을 맡은 윤해동 교수는 ‘근대 미화론’의 관점에서 수탈론과 근대화론을 비판했다. 그는 “근대는 좋은 것이기에 식민지에 근대는 없다는 식의 수탈론이나, 다이내믹한 경제지표만으로 식민지를 설명하려는 근대화론 모두 근대를 미화하고 있다”며 “하지만 근대가 해방의 측면과 억압의 측면을 동시에 지닌 것처럼, 식민지 역시 수탈과 억압, 문명화와 개발의 이중성을 갖는다”고 말했다.

  해방 이후의 국가(국민) 만들기 과정에 대해서도 <인식>이 지녔던 민주-반민주, 민족-반민족의 이분법적 시각이나 이승만 정부의 시장ㆍ민주주의의 건실한 국가 건설이라는 <재인식>의 국가주의적ㆍ선악론적 시각을 넘어 근대화의 다양한 모습들을 ‘하위주체’(subaltern) 연구 방법으로 고찰한다.  국민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배제된 하위주체를 <인식>과 <재인식>의 실증적 방법이 아니라, 기억과 체험을 통해 근대의 풍경으로 흡수하는 등 탈근대 역사학적 방법론을 모색하기도 한다. 윤 교수는 “이번 책이 학계의 성과를 충실히 모았다고 말하기 힘들고, 누락된 연구 성과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여전히 우리의 삶을 규정하고 지배하고 있는 근대 연구가 건설적인 지평에서 활발히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말했다.

      

 

‘인식’과 ‘재인식’을 넘어 탈근대 눈으로 근대읽기

해방전후사 제3의 인식 ‘근대를 다시 읽는다’ 출간                         

기사와 사진제공 : 한겨레신문


‘해방 전후사에 대한 제3의 인식’을 보여주는 논문집 <근대를 다시 읽는다>(역사비평사 펴냄)가 두 권으로 나왔다. 일제 강점기에서 박정희 정권까지의 시대를 포괄하는 역사·사회·문학 각 방면의 논문 28편이 묶였다. 윤해동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를 비롯해 탈근대 역사학의 학문인식을 함께하는 학자 28명이 필자로 참여했다. <근대를 다시 읽는다>가 ‘제3의 인식’을 지향하고 있음은 윤해동 교수 등 편집진이 쓴 ‘머리말’에서 확인된다.

편집진은 올해 초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하 재인식)과 이 책이 겨냥했던 <해방전후사의 인식>(이하 인식)이 모두 근대주의와 내셔널리즘(국가주의·민족주의)의 틀에 갇혀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 근대 인식의 새로운 패러다임’ 창출을 제안하고 있다. 요컨대, 탈근대주의의 시선으로 근대를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근대는 동경의 대상이나 지향해야 할 목표가 아니며, 근대주의가 내포하는 폭력을 바로 보고 근대를 넘어설 전망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 편집진의 공통 인식이다.

민족주의를 갇혀 식민지 경험 과잉부각 비판

“재인식, 새로운 우익적 논리만 강화” 혹평


이들은 특히 “근대 민족주의가 한편으로는 제국주의에 저항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제국주의를 모방하면서 형성된 인위적 구성물임”을 강조한다. 한반도의 경우 민족주의는 식민지 경험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데, 편집진은 이 경험을 과도하게 특화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식민지가 ‘근대 미달’이거나 ‘왜곡된 근대’가 아니라 근대 속에 포함된 ‘근대의 작동기제’이며 한국의 근대사는 그런 ‘보편적’ 작동 기제 속에서 해명될 수 있는 전형적인 대상이라는 것이다. “식민지는 근대 세계체제의 가장 중요한 축이었으며, ‘근대’의 고유하고 중요한 현상의 일부였다. 서구와 식민지는 동시적으로 발현한 근대성의 다양한 ‘굴절’을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서구=보편’이나 ‘식민지=특수’라는 도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서구든 식민지든 근대성이 관철되는 공간이며, 따라서 식민지도 근대성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논리다. 이런 인식 위에서 편집진은 ‘친일’ 행위를 ‘민족에 대한 배신’이라는 ‘국민윤리적 관점’에서 읽을 것이 아니라 ‘협력’이라는 개념으로 바꿔 그 양상을 보편적인 관점에서 읽어내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한 식민지 시기를 지배와 저항이라는 이분법으로 보아선 안되며 둘 사이의 넓은 ‘회색지대’를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편집진은 이런 논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인식>과 <재인식>의 논의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인식>의 한계를 극복하겠다고 천명한 <재인식>이 심각한 논리적·실천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논박한다.

“<재인식>에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그리고 낡은 사고방식, 곧 ‘(근대)국가는 문명의 상징’이고 ‘민족은 전근대적 야만의 상징’이라는 이분법이 깔려 있다.” 나아가 편집진은 “이 논리가 ‘대한민국=문명’,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야만’이라는 사고를 정치적 배후이자 ‘의도’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황당하다”고 평하면서 “<재인식>의 논리는 민족주의를 지양·극복하기는커녕 새로운 우익적 ‘대한민국 국가주의’를 강화할 뿐”이라고 진단한다.

편집진이 <재인식>을 이렇게 혹평한 것은 <재인식>의 편집진이 ‘탈근대’의 역사인식으로 해방전후사를 다시 보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인식>의 민족주의에 대항해 ‘탈민족’만 외쳤을 뿐 ‘탈국가’는 전혀 이루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민족주의 대신 ‘애국주의’를 강조함으로써 ‘저열한 변종 근대주의’를 옹호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편집진은 <재인식>이 한국 사회에 “명백히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보수우익의 정치적 이해에 복부하면서 시대착오적인 좌우대립에 편승하는 논리적 빈곤과 퇴행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한겨레신문 기사제공)

탈근대 역사학이란? = 기존의 역사학이 근대주의와 민족주의의 패러다임에 갇혀 있다고 보면서 탈국가·탈민족의 관점에서 역사를 재해석할 것을 요구하는 역사학이다. 이들에게 근대는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국가·민족·계급 중심으로 역사를 해석하는 것이 전형적인 근대주의적 역사 인식이며 이런 인식이 억압한 여성·소수자 등 다양한 주체들의 목소리를 복원해야 한다는 게 탈근대적 역사학의 관점이다. 탈근대 역사학은 실증적 자료 중심인 근대적 역사방법론도 비판하면서 기록을 남길 수 없는 하위주체들의 ‘기억’과 ‘증언’을 역사 해석의 중요한 요소로 강조한다.

 

 '낡은' 近代에 '젊은' 비판을 던지다

근대를 다시 읽는다(전2권) | 윤해동·천정환 등 엮음


한국의 20세기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그럴듯한 질문이지만 쉽게 답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이다. 얼핏 짚어보아도 한국의 20세기는 대한제국의 멸망과 식민지 지배, 민족해방과 남북분단, 동족상잔과 체제경쟁, 경제발전과 세계진출, 냉전완화와 남북교류 등으로 이어졌다. 또 그것은 전쟁과 혁명, 파괴와 혁신, 분열과 통합, 냉전과 화해 등으로 표상되는 20세기의 세계 역사와 공명하며 전개된 우여곡절의 역사였다. 그런데 최근 이 복잡다단하고 변화무쌍한 역사를 나름대로의 논리를 가지고 ‘새롭게’ 조망해보려는 두툼한 책이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올해 2월 출간된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전2권)과 이번에 발행된 ‘근대를 다시 읽는다’(전2권)가 그것이다. 두 책은 거의 같은 시대와 주제를 비슷한 분량으로 다루면서도 편찬 의도가 명백히 다르다. 전자는 1980년대에 출판된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시정하고 극복할 것을 표방했다. 후자는 ‘해방전후사의 인식’과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을 모두 비판하며, 이에 대신하는 새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전자에 대해서는 출간과 동시에 찬·반 논쟁이 거세게 일어났는데, 후자에 대해서는 어떤 반응이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

‘근대를 다시 읽는다’는 주로 2000년 이후에 발표된 다양한 주제의 연구 중에서 편집자들이 한국의 근대를 새롭게 보는데 적당하다고 판단한 논문들을 선택하여 편집한 것이다. 수록된 28편의 논문을 전공에 따라 분류하면 역사학과 문학이 20여 편, 정치학·사회학·경제학·인류학·종교학·교육학 등이 한두 편씩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다방면에 걸친 논문 하나하나에 대해 논평하기보다는 편집자의 의도가 잘 반영된 각 부의 주제에 대해 언급하는 게 책의 전모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의 식민지 경험과 국민형성에 관련된 논문들을 수록한 제1권(1~3부)은 한국근대사를 ‘식민지 근대’‘대일협력’‘국민국가의 형성과 균열’이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다. 그 중에서 “모든 근대는 식민지근대이다”라는 자극적 부제를 단 1부는 지배와 저항 사이에 존재했던 다양한 스펙트럼의 조선인 상과 조회라는 학교규율을 통해 형성된 굴절된 내셔널리즘의 모습을 보여준다. ‘친일’을 ‘협력’이라는 개념으로 바꿔 성찰하려고 시도한 2부는 조선인 내선일체론자의 전향과 동화의 논리 등을 통해 식민지에서의 국민형성을 살펴보고 있다. 3부는 대한민국과 국민만들기라는 주제 아래 한국전쟁이 사회의식 및 생활문화에 미친 영향과 박정희체제의 지배담론 등을 다루고 있다.

문화현상, 담론비판, 하위주체와 관련된 논문들을 담은 제2권(4~6부)은 새로운 연구방법론을 제시하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그 중에서 개인의 행위를 통해 근대성과 새로운 문화를 더듬어 본 4부는 일제 아래에서의 책읽기, 연애, 영화, 검열 등을 통해 조선인이 어떻게 근대에 대응해갔는가를 그리고 있다. 5부는 근대인식과 담론분석에 관한 논문을 싣고 있는데, 민족주의 청년담론, 민족개조논쟁, 근대철학 수용 등을 통해 조선인 엘리트가 근대를 어떻게 고민하며 받아들였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민중의 경험과 기억을 다룬 6부는 하위주체가 전쟁과 노동 등의 경험을 어떻게 역사에 기록해왔는가를 묻는다.


  기사와 사진 제공 : 조선일보사 

이 책은 1990년대 이후 한국의 젊은 인문·사회과학자들이 20세기의 한국사를 어떤 시각과 방법으로 연구해왔는가를 짚어보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그들의 지향은 각양각색이지만 굳이 공통점을 찾는다면 민족주의나 민중주의, 국가주의나 개발주의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다. 요컨대 탈(脫)민족주의와 탈(脫)근대주의를 모색하고 있다. 편집자들은 이 점을 부각시켜 ‘낡은 근대’에 대한 ‘젊은 비판’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여기에서 ‘낡은 것’은 민족주의·민중주의를 주창한 ‘해방전후사의 인식’과 근대주의· 개발주의를 옹호한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전공의 벽을 넘어 다양한 시각과 방법을 통해 20세기 한국사를 다각적으로 파악했다는 점이다. 변화가 넓고 깊었던 시대를 하나의 도구와 잣대로 연구하고 평가하는 것은 원래 벅찬 일이었는데 불구하고 종래에는 이런저런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단순명쾌 하게 재단하고 논평하는 만용이 유행했다. 이 책은 그 한계를 직시하고 각 학문의 융합을 통해 20세기의 파란만장한 한국사 상을 보여주려고 고민했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편집자들의 입맛에 잘 맞지 않는 논문도 섞이게 되어 ‘해방전후사의 재인식’과 첨예하게 대결하겠다던 당초의 의도가 많이 무뎌졌다. 다채로운 모습을 그리고자 하는 점은 ‘해방전후사의 재인식’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한국 근대 인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하여’라는 거창한 부제를 달 바에는 이에 걸 맞는 논문들을 새로 집필하여 묶었더라면 역사 논쟁을 생산적 방향으로 이끄는 데 훨씬 더 기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재정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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