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그리다 - 화가들이 사랑한 '나의 어머니'
줄리엣 헤슬우드 지음, 최애리 옮김 / 아트북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화가들이 화폭에 담은 어머니의 모습은 다른 모델들 과는 다른 분위기가 풍긴다. 친밀한 가족이기에 가능한 그 무엇, 어머니에 대한 애정과 따스함이 화가의 개성어린 화풍으로 그려져 오랜 세월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어머니'를 남긴다. 시대와 문화, 모습 등이 달라도 '어머니'라는 말이 주는 느낌은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느낄수 있는 것이다. 끊임없이 자식들에게 사랑을 주는 어머니 라는 존재는 신이 나약한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다.

 
알브레히트 뒤러 부터 톰 필립스 까지 소개한 이 책은 많은 화가들이 나오는만큼 자세한 설명 대신 간단한 이력과 어머니에 대한 소개와 관계를 짧게 보여준다. 폴 고갱, 빈센트 반 고흐, 카미유 피사로, 에곤 실레 처럼 익숙한 화가들은 괜찮았지만 이번에 처음 본 화가들 경우엔 더 많이 알고 싶고 어머니 그림 이외의 다른 작품도 보고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화풍도 잘 알수 있고 이력에 대해 많이 알면 알수록 더 풍부한 감상을 할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런 면이 아쉬웠지만 이 책은 화가들이 그린 어머니 그림을 다룬 것이기에 그 외의 것을 바란다는 건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어머니 그림은 많은 사전지식이 필요하지 않아도 충분히 감동받으며 감상할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에 많은 정보가 자칫 불필요한 소개로 느껴질수도 있다. 그림 속엔 어머니에 대한 화가의 애정이 잘 녹아있기 때문이다.


  

종교화와 초상화가 특기인 렘브란트는 많은 자화상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자신의 얼굴 말고도 어머니도 많이 그린 모양이다. 초기작인 '토비트와 염소를 든 안나'에 그려진 안나의 얼굴은 그의 어머니의 얼굴이라는게 정설인데 다른 작품에서도 종종 나타난다. 어머니의 얼굴에서 영감의 원천을 찾았던 모양이다.

 

섬세한 얼굴 표현에 비해 다른 곳은 대충 스케치한 모습이 인상적인 이 그림은 앵그르의 어머니이다. 색칠 없이 연필로만 그렸는데 이 그림은 아들을 보러 프랑스에서 로마로 온 어머니의 짧은 방문을 기념해 그린 것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자 아들 곁에 가고 싶다는 절절한 편지를 보내온 어머니가 드디어 아들을 만났는데 자주 보지 못하니 얼마나 아쉽고 걱정스러웠을까 싶다.

 

헨리크 로다코프스키의 어머니 마리아의 인자한 미소는 따스함을 준다. 어머니의 그림을 그린 화가들은 당연히 사이가 좋았는데, 어머니에게서 전폭적인 지지와 도움을 받는다. 아이의 재능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좋은 교육을 받도록 해주고 끊임없이 잘될거라는 용기를 북돋아 준다. 세상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단 한 사람, 어머니 만은 나를 최고의 화가라고 인정해준다면 실패가 두렵지 않을 것이다. 부모로, 친구로, 때로는 모델로 자식들을 돌보는 어머니의 응원과 도움이 있었기에 그들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작품을 남기게 된 것이다.

 

남성 화가들이 대부분인 미술계에서 베르트 모리조는 꾸준한 활동과 노력으로 인정을 받게 된다. 그녀의 어머니는 딸들의 교육에 열성적으로 참석 시켰는데 이 그림은 언니 에드마와 책을 읽어주는 어머니를 그린 작품이다. 어머니의 든든한 뒷받침과 교육열이 있었기에 그녀는 남자들의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낼수 있었던 것 같다. 베르트 모리조가 어머니와 친구 처럼 지냈듯이, 훗날 낳은 딸 쥘리와도 가장 좋은 벗으로 함께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쥘리도 어머니의 그림을 그렸을까?

 

외국에선 제임스 맥닐 휘슬러의 '회색과 검정의 배열 제 1번' 이 어머니의 초상화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고 한다. 이 초상화는 처음부터 어머니를 그리려고 했던게 아니라 새 그림을 그리려 준비하던 아들이 모델이 나타나지 않자 어머니 애나 마틸다 휘슬러에게 대신 부탁한 것이라고 한다. 석 달 동안 수십 차례나 모델을 서면서 완성한 이 작품을 애나는 무척 자랑스럽게 여겼는데 그녀는 아들의 예술적 재능을 일찍 발견하고 황실미술학교에 입학 시키며 열성을 보였다고 한다. 그런 아들이 자신의 모습을 그렸으니 뿌듯하고 자랑스러 웠으리라.

 

폴 고갱의 어머니 알린-마리 고갱의 젊은 시절 모습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란색을 곁들여 그렸는데, 수록된 진짜 사진과 비교하면 얼굴 윤곽이 조금 차이가 난다. 고갱은 사진을 항상 가지고 다녔다는데, 같은 사진을 그림으로까지 그렸던걸 생각하면 어머니에 대한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마르크 세갈이 그린 어머니 페이가-이타 세갈은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하는 것 같다. 세갈은 우리 가족이 가난을 면한 것은 어머니의 수고 덕분이라고 했는데, 왼쪽 구석에 작게 그려진 아버지와 많이 비교 된다. 가정에서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것이 어머니임을 짐작할수 있는데, 세갈의 여러 말에서 애정을 느낄수 있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것은 어머니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나를 따뜻하게 안아 젖 먹이고 어르던 그 가슴을 기억할 때면 나는 달이라도 붙잡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라고 했는가 하면  자서전에선 어머니의 무덤 곁에 있는 자기 모습을 그린 스케치를 실으며 "말해주세요, 어머니. 다른 세상에서,낙원에서,구름저편,어디든 계신 곳에서. 제 사랑이 어머니께 위로가 되나요?" 라고 했단다.

세상에서 가족 만큼 내 편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가족이기에 때론 상처를 받거나 아픔을 당하기도 한다. 내가 꾸는 꿈을 친구나 타인이 반대하는 것 보다 가족이 안된다고 말릴 때 더 상처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가족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이해해주고 성원을 보내준다면 그 어떤 왕도 부럽지 않을 정도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부모님, 특히 어머니는 가장 큰 지원군이다. 그 아름다운 마음을 충분히 알았던 자식들은 자신의 재능을 살려 그림으로 남겨 오래도록 잊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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