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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파더 스텝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1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가족하면 으레 핏줄공동체를 생각한다. 집안에서는 피터지게 싸워도 막상 밖에서 동생이 맞으면 눈에 불을켜고 함께 싸우는 형이나 누나를 상상해보라. 위대한 핏줄의 힘이 저절로 느껴진다. 형제간의 우호조약을 맺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조약보다도 더 헌신적인 형제애를 발휘한다. 어머니의 헌신은 그 어떤 포악한 남자도 감동하게 만든다. 가족에는 이렇듯 함부로 끊을 수 없는 끈끈함이 있다.
그러나 가족의 해체가 급속도로 이루어지는 현 세태에서는 다양한 가족들이 생겨나고 있다.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가족이 생겨나고 동성으로 이루어진 가족마저 생겨나고 있다. 서로 이질적인 이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가족의 이러한 헤쳐모여는 계부, 계모를 양산하고 있는듯 하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계모하면 떠오르는 생각이 그리 긍정적이지 못하다. 오히려 지극히 부정적이다. 어릴적 동화의 영향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실 그러나 주변에는 계모로서 낳은정에 뒤지지 않을만큼 기른정으로 자녀들을 훌륭히 길러낸 위대한 어머니들도 많이 있다. 그런 점에서 스텝파더 스텝에 나오는 계부는 아버지가 되어서는 안될 모든 조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아버지가 될 수 밖에 없는 코믹한 가족구성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도둑인 의붓아버지와 동업적 형태의 쌍둥이 자녀가 만들어 내는 정감있는 이야기는 정이 사라진 현대가족의 비애를 역설적으로 꼬집고 있다. 이야기의 전개는 끊어질듯 끊어질듯한 이들의 관계가 계속 연결되는 과정을 반복하며 오히려 삼겹줄보다 더 강한 정을 만든다. 이를 통해 계부와 쌍둥이 자녀는 가족 이상으로 위험을 각오하고 서로를 생각하는 진정한 가족의 모습을 드러낸다.
이야기 중간에 나오는 시장과 아들의 갈등은 또 다른 가족의 일면을 보여준다. 유명한 화가의 초기작품을 두고 벌어지는 아들의 배신과 이를 알지만 씁슬하게 덮어주는 아버지. 이 둘 사이에는 가족이지만 가족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배려나 사랑은 없고 자신의 이익만 좇는 이기심이 자리하고 있다.
가족이 가족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빼았는 사랑이다. 의붓아버지는 도둑이지만 쌍둥이 자녀들에게 마음을 빼았긴다. 그러나 이 잃어버림은 즐거운 것이다. 그는 전에 경험하지 못하던 - 그의 아버지에게서도 느껴보지 못한 - 사랑을 경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