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진수로 나아가라
호라티우스 보나르 지음, 이태복 옮김 / 지평서원 / 2002년 3월
평점 :
품절


'양떼를 떠나서 길 잃어버린 나
 목자의 소리 싫어서 먼길로 나갔네...'

찬송가 277장입니다. 이 찬송을 작시한 자가 바로 호라티우스 보나르입니다. 그는 19세기 스코틀랜드 복음 전도자요 찬송가 작시자이었습니다.
그는 스코틀랜드 교회가 분열하는 아픔을 겪을 때 철저하게 복음주의 입장에 섰던 목회자자이었습니다. 그런 그의 철저함이 이 책에 흥건하게 젖어있습니다. 이 부분이 고스란히 이 책의 장점이면서 동시에 단점이 됩니다.

그 흔한 예화도 없습니다. 나름 저자가 사용하는 예(例)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저자는 철저하게 말씀만을 인용하여 복음을 선포합니다. 다소 거칠고 세련되지 못한 표현들이 있고 딱딱해서 금방 페이지를 넘길 수 없지만... 여유를 가지고 읽으면 복음의 단물이 쏟아지는 책입니다. 오히려 읽다보면 중간에 손을 놓을 수 없는 중독성이 강한 책입니다.

"그분이 우리 가까이 오셨다는 사실을 아는 것, 바로 이것이 복음의 시작"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하나님과 화목하는 것이 모든 신앙의 초석"임을 강조합니다. 그가 말하는 인간은 그야말로 총체적인 타락에 빠진 자들입니다. 선한 행동을 통해 하나님께 범한 악을 상쇄하려하는 자들입니다. 하나님께로 나아갈 자격증을 스스로 만들려는 사람들에 불과합니다.

"우리의 성품 중에서 장점들을 모두 더함으로써, 그리고 우리 자신의 선한 감정이나 행위를 생각하거나 우리의 믿음과 사랑과 회개에 대해서 생각함으로써 일어나는 평강이나 담대함은 교만으로 구성되어 있음이 틀림없습니다. 그런 평강이나 담대함의 기초는 자기 의로움이거나, 최소한의 자기 만족입니다."(p.38)

저자의 이런 인간이해는 반대로 철저한 삼위일체 하나님을 바라보게 합니다. "성령께서는 우리로 하여금 우리 안에 우리 자신의 행위를 바라보지 못하게 하시고, 오직 하나님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 시선을 고정하도록 만드십니다."(p.53)

또한 저자는 우리시대가 겪는 '믿음'의 정체성을 명료하게 정의합니다.
"믿음의 직무는 무슨 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를 중단하는 것입니다. 믿음의 직무는 무엇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이미 이루어졌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입니다."(p.92)
아! 얼마나 명료한 말입니까. 그분이 주시는 믿음이라는 선물 앞에 과연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이 신적 근거가 분명한 이 믿음이야 말로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은 절대 행위가 아닙니다. 오히려 예수 그리스도를 의지하는 것입니다.(158쪽)...그러나 "우리에게 믿을 수 있는 힘이 존재한다고 스스로 상상하는 한, 우리는 절대 그리스도의 품에 안기지 않을 것입니다."(156쪽)라는 저자의 지적은 믿음과 의지라는 양 갈래 속에서 방황하는 우리의 자세를 바르게 지적한 것입니다. 의지하는 믿음을 가진 자는 죄를 향하여 고집을 부리지 않습니다. 저자는 죄를 사랑하는 나머지 무슨 일이 있어도 죄와 결별하지 않으려고 고집을 부리는 죄인은 죄인 중에서도 괴수라고 말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복음은 이렇게 결론납니다.
"무가치하고 전혀 사랑스럽지 않으며 무감각한 사람들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
저는 개인적으로 저자가 가지고 있는 분명한 복음적 질서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복음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았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는 콜쿠훈 박사의 말을 인용해서 말하기를 "회개는 바로 믿음에 이르게 하는 수단이 아니라 믿음이 지향하는 목적(177쪽)"이라고 단언합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에게 나아오는 죄인에게 그 어떤 종류든지 사전 준비를 절대 요구하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탁월한 복음적 질서는 성령과 그리스도와 관계입니다.
"그리스도는 여러분이 먹어야 하는 약이요, 성령은 여러분을 돌봐야 하는 의사입니다."
저는 이 말씀을 통해 무엇인가 엉킨 영적 질서들이 분명해 짐을 느꼈습니다.

저 자신도 막 읽어내려간 책은 아니었습니다. 다소 반복되는 내용에다 딱딱함이 마음에 걸렸지만 씹을수록 단맛을 내는 쌀처럼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렀을 때는 큰 마음의 수확을 얻었습니다.

인상 깊은 구절
"때때로 우리는 하나님께서 이런 세상에 그토록 큰 사랑을 낭비하신다는 것이 정말 사실인지, 또는 그 일이 정말 가능한 일인지 의심에 가까운 생각을 합니다."(2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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