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손을 놓지 마라
고든 뉴펠드 외 지음, 이승희 옮김 / 북섬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자녀교육에 관한 이론서와 실천서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의 경우 '아버지로서 나의 판단이 옳구나'하는 것이었다. 아버지로서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것도 분명하지만 잘하고 있는 것도 분명하기 때문에 안심하곤 했다. 이 안심은 기존에 해왔던 아버지 역할을 계속 감당하라는 격려와 같았다. 물론 부족한 부분은 간단한 메모와 함께 당장 실천하기도 했다. 방향이 맞으면 행동도 그만큼 쉬웠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서 나의 방향이 많이 틀렸음을 알게 되었다. 과장해서 말하면 아버지로서 나의 생각과 판단 기준 자체를 완전히 뒤흔들었다. 초등학교 6학년, 4학년 다니는 딸들과 6살인 아들을 두고 있는 아버지로서 이처럼 당황스러웠던 적은 없었다. 오늘을 살아가는 아버지로서 위기감을 느낄 정도였다.
 
무엇보다도 아버지로서 나의 마음에 찔림을 받은 것은 '무조건적 사랑'에 대한 부분이었다. 이 책에 나오는 중요한 용어중에 하나가 '애착'이란 단어이다. '애착'이란 무엇인가?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두 개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다. 서로를 끌어당기는데 조건은 필요없다. 원래 애착은 의식하지 않는 것이 이상적이다(35쪽 참조). 자녀와의 관계에서 어느 덧 조건적인 것들이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시험을 잘보았으니까...','설겆이 하느라 수고했으니까..','동생을 잘 보았으니까..' 대부분이 자녀가 한 행동에 대한 칭찬과 보상이었다. 저자의 말대로 존재자체에 대한 칭찬은 무척이나 인색했음을 스스로 고백할 수 밖에 없었다. 언제 자녀와의 관계가 이렇게 거래적으로 변질되었는지 알 수 없다.
 

오늘 아침 늦잠을 청하는 막내아들이 나에게 다가와 팔베게를 하고 누울 때 느꼈던 진한 감동은 그 어떤 것으로도 보상할 수 없는 따뜻함이었다. 나의 속에서 아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이 끓어 올랐다. 얼마만에 느끼는 따뜻한 감정인가.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너무 일찍 아버지로서 나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책임 그리고 권위를 쉽게 포기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곰곰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바쁘다는 이유로 더 인내하는 사랑보다 자녀의 독립을 외쳤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친밀한 여행보다 친구들끼리 떠나는 캠프에 아이들의 등을 떠밀려했던 부끄러운 순간들이 떠올랐다. 부모가 필요한 자리에 또래들에게 그것을 떠맡기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 것인지를 알았을 때 부끄러움은 오싹한 공포감으로 변했다.
 
나는 저자의 말처럼 자녀들이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에 근거한 애착을 충만하게 누리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또래들과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 갈 것임을 믿기로 했다. 건강한 관계는 건강한 관계를 만들고 건강한 애착은 바람직한 애착관계을 형성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아이들의 만들어진 독립이 아니라 부모와의 친밀감임을 아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나는 이 책을 오늘을 살아가는 아버지들에게 강하게 권하고 싶다. 특히 자녀의 독립을 외치면서도 또래문화에 문외한 아버지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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