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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최고 만화가가 되겠어! - 만화가 ㅣ 일과 사람 19
김홍모 글.그림 / 사계절 / 2014년 3월
평점 :
‘일과 사람’ 시리즈의 첫 권인 <짜장면 더 주세요>를 보았을 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글과 그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구성도 멋지고, 따뜻하고 꼼꼼하게 표현된 그림도 정감 가고, 무엇보다 작가의 어린 시절이 고스란히 담긴 이야기라는 게 감동적이었다. 아주 작고 사소한 정보들에도 작가의 생활 감각이 배어 있어 단지 사실과 정보를 제공하는 지식책이 아니라 한 가정의 삶이 빼곡이 들어찬 이야기책이었다. 남녀노소 맛있는 음식을 눈앞에 두면 눈이 반짝이고 입에 침이 고인다. 이런 에너지와 활기도 고스란히 느껴지고, 하루 종일 요리하고 장사하는 엄마 아빠의 근면함과 피로도 살갑게 다가왔다.
그 뒤로 일과 사람 시리즈는 부지런히 한 권 한 권 늘어나 어느새 19권이 되었다. 꼬박꼬박 챙겨 본 것은 아니지만 항상 작가와 화가 그리고 편집자의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책들이었다. 1권처럼 작가의 삶에서 끌어올린, 감동적인 책을 매번 만들 수는 없었겠지만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열심히 취재하고, 공부해서 만든 책이라는 게 느껴지는 책들이었다. 때로는 취재하고 공부한 결과를 하나부터 열까지 다 보여 주려는 욕심이 엿보여서 다소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만든 이들의 선한 의도가 퇴색되지는 않았다.
19권인 <우주 최고 만화가가 되겠어!>는 이전의 권들과 또 다른 느낌의 책이어서 신선했다. 이전의 책들이 일반적인 혹은 이상적인 직업인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책은 일반적인 만화가가 아니라 이 책의 작가인 ‘김홍모’ 개인에 대한 책처럼 읽혔기 때문이다. <짜장면 더 주세요>도 작가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어린 화자의 관찰자 시점으로 펼쳐지고 있고, ‘일과 사람’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직업인이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긴 하지만 작가와 화가가 ‘남’의 이야기를 취재한 결과로 재구성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 책은 작가가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서술의 톤이 미묘하게 다르다. 만화가의 고민, 기쁨, 노력 등이 더욱 살갑게 다가온다. 게다가 어린 시절부터 시작하는 구성이라니, 마치 자서전 같은 구성이 아닌가. 이런 점이 처음에는 다소 걱정스럽기도 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에 너무 몰두한 느낌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소재가 ‘만화’지 않은가! 요즘 아이들이 다소 낯설게 느낄 법한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도 만화라는 소재 덕분에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만화가가 ‘내 친구 마로’라는 만화를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는데, 이 과정이 무척 구체적이고 직관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게다가 ‘내 친구 마로’에 등장하는 캐릭터도 굉장히 귀여워서 책 속의 책을 보는 느낌이다. ‘내 친구 마로’는 잡지에 연재 중이고 조만간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자기 만화책을 홍보하는 효과도 톡톡히 하는 셈이다.
나 역시 어릴 때 보물섬, 소년중앙 같은 월간 만화잡지를 무척 좋아했다. 매월 사다 볼 형편은 아니었지만 어쩌다 한 권이 생기면 마르고 닳도록 읽었던 기억이 난다. 지루하고 평범한 시골 생활에서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이미지나 스토리가 대단히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다. 요즘 아이들도 여전히 만화를 좋아하지만 대부분 학습만화에 치우쳐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만화의 완성도로만 따지면 그 시절에 비해 더 수준이 낮은데다가, ‘학습’을 위한 만화라니! 김홍모 만화가의 바람처럼 많은 아이들이 담벼락에 기대 앉아 키득키득거리며 본격 모험 만화를 즐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