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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탄생 - 왜 시장경제가 최적의 경제 시스템인가?
존 맥밀런 지음, 이진수 옮김 / 민음사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대입 준비에 한창 박차를 가하던 고교시절 수능시험 과목으로 경제를 선택한 나는 온몸을 짜릿하게 만드는 한 문장을 접할 수 있었다.
“푸줏간 주인, 양조장 주인, 빵 굽는 사람들의 호의 때문에 우리가 오늘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하기 때문인 것이다.” -A. D. Smith
경제란 무엇일까? 그리고 그것에 있어서 가장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올바른 행로는 무엇일까? 아마도 나는 대입이 끝나고도 지금까지 위와 같은 물음을 반복함으로써 새로운 깨우침과 사고의 범위를 획득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때의 나는 고작 몇 줄 되지도 않는 그 짧은 문장에 너무도 감명을 받은 나머지, 시장경제만이 세상의 진리이자 성장이라는 청사진을 이룩시킬 유일한 방안이라고 굳게 믿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경제는 지금 농업에서 시작하여 어느새 지식과 기술을 산업의 기반으로 하는 4차 산업까지 발전해왔다. 그래서 우리 세대는 굳이 경제학적 전공이 아닌 다른 여러 과목 및 일상에서도 늘 정보와 지식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는 말을 받아들이며 성장한 세대이기에 그러한 정보개념의 가치를 중요시 한 5장의 내용이 무척 친숙하게 와 닿았다. 처음 대학에 진학했을 당시는 경제학과로 마음을 정하고 입학했기에 경제관련 서적들을 두루 읽었었다. 그리고 그런 경험 덕분에 <시장의 탄생>도 같은 수강생인 선후배들에 비해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는 2년 전 즈음 Tim Harford의 <경제학 콘서트>라는 책을 매우 흥미롭게 읽었는데, 위 서적에서도 유용한 재화와 그것에 비해 내구적 가치가 떨어지는 재화를 레몬과 복숭아로 비유하여 그러한 재화에의 정보에 대한 탐색비용과 그것을 살피는 구매자들의 행태를 분석한 내용이 떠올랐다. 그 책을 접하던 순간에도 이미 우리에게는 인터넷 검색엔진을 이용한 가격비교 사이트나 단 몇 초면 원하는 정보가 무한대로 쏟아져 나오는 주변 환경이 충분히 구축된 생활 속에 익숙해진 터라 그런 모습들에서 왠지 모를 위화감을 느꼈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은 우리도 우리가 획득하고자 하는 모든 것들에서 판매자만큼의 정보를 얻을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으니 세월의 흐름과 그것으로 인한 경험으로 인한 정보는 정말 그 값어치를 헤아릴 수 없는 유용한 재화라는 것을 새삼 절실히 느꼈다.
그 어린 날의 우연한 계기를 시작으로 시장 매커니즘에 흥미를 두어 많은 생각을 하고 가치관에 의한 판단을 거듭해왔다. 여러 사례들을 접하고, 해석하고, 그리고 이해한 끝에 내린 결론의 선택은 결국 시장경제가 옳다는 맺음이었지만 대공황을 예로 하는 여러 시장실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는 어느 하나의 극단적인 대안만으로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만약 시장경제와 계획경제 중 우리가 선택을 해야 한다면 단연코 시장경제가 옳을 것이다. 보호무역과 자유무역 그 둘만을 대상으로 하는 흑백논리에서도 자유무역이 비교우위이듯이 말이다. 내가 읽은 <시장의 탄생> 또한 그 문제를 세계 각국의 상황들과 연계하여 내가 믿고 있는 지론과 같이 시장 주도하의 무한 경쟁 시스템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더불어 어느 한쪽의 입장에서만 극단적인 시장경제가 무조건적으로 옳다고 하지 않는 것 또한 나의 의견과 일치한다.
무언가 하려고 애쓰는 과정 속에서 더 노력한자와 덜 한자의 격차발생은 필수불가결한 문제다. 그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기본을 보장받을 수 있는 구조 속에서 모두 함께 나태해지고 무기력해지는 것 보다 어떤 의미에서든 우월하다. 바로 이러한 가치관 속에서 조금이라도 여러 대안 중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것을 선택하고, 그 속에서 모순점을 개선함으로써 발전해 나가는 것이 인류의 과제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보완적 의미의 시장 경제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기존의 계획경제가 철저히 도산해 버리는 예를 우리 주변에서 여러 사례로 접해왔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개방경제 및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시장이 우리에게 올바른 대안이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시장의 탄생>은 여러 친근한 사례들로 우리 일상에서 무심코 스쳐갈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학문적 관점에서 매우 유익하게 풀어 설명해 준다. 특히 목차만 보고도 그 내용을 대강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저자가 가진 매우 훌륭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제 13장에서 ‘시장 혹은 국가’가 아니라 ‘시장과 국가’라는 문장을 읽을 때는, 내가 옳다고 믿고 지금까지 펼쳐 온 논리를 단 한 문장으로 완벽하게 정리해 주는 것 같아 희열에 가까운 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제나 머릿속에서는 무언가 말하고자 하는데, 그것을 간단한 문장 혹은 멘트로 나타내지 못하는 나로서는 그 능력이 무척 부럽기도 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주변에서 겪은 내용이나 자신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안에 더 시선을 오래 집중하며 관심을 표현한다. 그것은 시끄러운 잡음 속에서도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언급할 때 그 소리만은 명확히 들리는 현상과도 같다. 얼마 전 마케팅원론 전공과목에 오래 전 졸업하여 교토의정서 관련 CDM사업 분야에서 종사하고 계시는 선배님의 특강이 내게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그 날을 전후로 하여 시장의 탄생을 구입하게 되었으니 아무래도 목차를 펼치는 순간 14장이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당연한 일이었던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거듭 감탄하며 저자의 의견에 동조했다. 일단 그 무엇보다 시장경제의 우수함을 강조하되 더불어 무조건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는 것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가장 아쉬운 점은 제 3장 제약 혁신에 관한 단락이었다. 내용의 핵심으로 빠져들수록 그 어떤 부분보다 가장 흥미도가 높았던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단락보다도 저자만의 명쾌하고도 독창적인 대안으로써 매듭짓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시장경제는 옳다. 앞으로 우리의 경제적 선택이 나아가야 할 경우의 수 중에서 가장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인류의 현재는 각자에게 주어진 기회나 조건들이 너무도 천차만별이라 매우 불공평하다. 그렇기에 약자를 배려하고 조금 더 나누어 주는 ‘기회의 평등’을 전제로 하는 시장 매커니즘의 구축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유일한 행보이자 정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