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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만의 도시 - 알라딘월드북 20
헨리 빈터펠트 지음 / 웅진주니어 / 1995년 5월
평점 :
절판
최근에서야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재미있었다.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좀 더 어렸을 때, 머리가 너무 커져버리기 전에 읽었으면 어땠을까였다. 처음 책의 제목을 보고 생각한 것은 무슨 환상이나 마법 같은 게 나오는 동화인지 알았다. 보통 생각으로는 아이들만의 도시는 현실에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의 내용도 그렇게 현실적이진 않다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실제로 있을 법 하게 설명을 했다. 아이들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 어른들이 도시를 떠난다는 것.
어른들이 떠난 도시에서 아이들은 처음에는 무질서한 행동을 하지만 차츰 자신들의 규칙을 정하고 지도자를 뽑는 식으로 정리되어간다. 불량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해적단과의 싸움은 지금의 내가 보기엔 좀 우습게도 느껴졌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다를 것이다. 어쨌든 아이들은 일종의 그들만의 정부를 만들게 되고 그렇게 해서 질서를 유지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약간의 씁쓸함을 느꼈다. 분명히 '아이들만의 도시'지만 결국 그 모습은 '어른들의 도시'였다는 것. 어른들의 사회 모습을 그대로 닮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사회의 모습을 요구하는 건 아니지만 조금 다른 모습으로 그 도시를 그려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약간은 독재적으로까지 느껴지는 아이들의 지도자를 꼭 만들었어야 했을까?
물론 이 책은 동화책이다. 그리고 재미있다. 아이들의 동화를 이런 식의 비뚤어진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잘못된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안타깝다. 이런 식으로 트집을 잡지 않아도 되는 순수했던 시절에 이러한 책들을 읽지 못한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