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보바리'를 다 읽고 나서 덮었을 때 든 생각은 '아, 드디어 다 읽었구나' 였다. 나는 책 읽는 속도가 꽤 빠른 편이지만 보바리는 그렇게 쉽게 읽히지 않았다. 이처럼 힘들게 책을 읽은 것은 처음이었다. 4년 반에 걸친 힘든 창작과정 끝에 보바리를 완성했다는 플로베르의 이야기 때문일까. 처음엔 하루에 10페이지 이상은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2부부터는 조금씩 속도가 붙기 시작해서 3부는 하루만에 읽었다.비록 번역된 글이긴 하지만 단어 하나를 택하는데도 많은 고심을 했다는 플로베르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문장 하나하나가 그의 고통의 집약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주인공 엠마의 감정과 꿈, 환상, 그리고 그러한 엠마의 눈으로 본 외부세계가 너무나도 세밀하게 그려져 있었기 때문에 마치 나 자신이 엠마가 된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생각을 그대로, 한 점의 오차도 없이 표현하려 했던 플로베르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도 했다.과연 플로베르는 그 기나긴 지루한 시간의 고통을 이겨내고 자신이 그토록 쓰고 싶어하던 '무(無)의 책'을 써낸 것일까. 나는 잘 알 수 없지만 그가 겪었을 창작의 고통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단지 감상문을 쓰는데도 이렇게 힘든데 소설을 쓰는 것은 오죽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