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홍은택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의 여러 가지 꿈, 아니 계획들 중 하나가 아메리카 대륙을 자동차로 횡단하는 일이다. 어릴 때 '주말의 명화'를 통해 본 서부영화의 배경인 미국을 꼭 가보고 싶은 '웨스턴 키드'의 호기심 내지는 꼭 찾아봐야 할 성지 비슷한 느낌도 들어서다.

 

우리 나라 땅, 우리 역사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 세기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그 땅에 발을 딛고 싶은 욕망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 경제가 구조적으로 미국 경제에 종속되어 있는 상황이니...

 

서부 영화 말고도 '브레이크 아웃' '지퍼스 크리퍼스', 그 밖에 헤아리기 힘들 만큼 많은 헐리우드 영화들이 광활한 미국 대륙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그 곳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은 이유기도 하다.

 

 

 

폭주족은 아니었지만 오토바이의 스피드에 매료돼 있는 나로서는 어딜 가나 꽉 막힌 우리 나라 도로를 벗어나 7천킬로미터가넘는, 가도가도 끝없는 그 도로를 자동차의 나라에서 한번 마음껏 달려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러던 차에 만나게 된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은 새롭게 다가온 책이었다. 차로도 7천킬로미터를 달리자면 하루 1천킬로를 달린다 해도 일주일간이나 가야 하는 길을 자전거를 타고 간다

 

한편 의미있는 일이겠다 싶었는데, 앞부분을 읽어보니 이건 '힘들겠다' 정도가 아니라, 언제 차에 받혀 죽을지도 모르는 '고행'길이다. 편편한 길만 있는 것도 아니고, 산을 넘어야 하기도 하고, 일미터 일미터가 자신의 힘을 다한 페달을 통해서만 갈 수 있으니 말이다.

 


자동차가 대중화 되면서 비롯되는 환경오염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 원료인 석유를 차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전쟁을 하고, 속도에서 비롯되는 조급함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가.

 

저자는 아주 세세하게 여행과 관련한 일들을 적고 있다. 작가들의 여행기가 여행을 매개로 해 자신의 마음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저자는 저널리스트답게 여행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아주 꼼꼼하게 보여준다.

 

그렇다고 정보만 나열한 여행가이드 같은 내용만 있는 건 아니다. 여행하면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에 대한 얘기, 중간중간 자신의 생각들을  덧붙여 사색할 수 시간들을 마련해 주고 있다. 여행기의 장점은 독자 자신은 여행을 떠날 형편이 못되지만 책이 안내하는 곳을 저자와 함께 체험하는 맛이다. 지금 현재 떠날 수 없는 자리에 있지만 그 글을 읽으면서 저 멀리 떠날 수 있다는 데 그 기쁨이 있다.

 

 

물론, 다른 책들을 보는 것도 이런 간접적인 체험이고, 영화를 보는 재미도 주인공과 각각의 인물들에 대한 감정이입과 역할에 대한 체험이긴 하지만, 여행책처럼 더 직접적이진 않다. 소설이든, 영화든 현실이 아닌, 진짜처럼 가공한 상상의 산물이니까.

 

이 책은 표지 사진이 너무 멋지다. 이 책을 들고 다니면서 보노라면 표지 사진만 힐끗 봐도 마음은 이미 아메리카를 자전거로 여행하는 나 자신을 상상하게 되고, 흐뭇한 마음이 드는 말이다.

 

지질도 스노우화이트의 맨질맨질한 느낌인데다 한두 페이지만 넘겨도 시원하게 찍은 한두개의 사진이 여기저기 나타나니 글 읽는 재미를 만끽하게 해준다. 사진 편집이 일률적으로 정형화된 게 아니라 두 페이지 전체를 사진으로 채우기도 하고, 페이지 귀퉁이에 작게 넣기도 해서 지루해질 틈이 없다.

 


여행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데다 멋진 배경을 한 사진과, 세련된 사진 편집까지 더함에야 흠 잡을 데가 없다. 400페이가 넘는 분량이지만, 빨리 다 읽어야는데 하는 마음보단 아껴가면서 보고 싶은 책이다.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한번쯤 가보고 싶은 영화의 배경지가 있다거나, 사막에 쭉 뻗은 도로를 달리는 체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그 경험을 대신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그 도로를 자동차로 달릴 날을 상상해본다. 어쩌면 저자처럼 자전거 횡단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 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라도 지금 현재의 삶의 작은 계획들 하나하나도 차곡차곡 실천할 일이다.

 


저자의 모습

 

함께 달린 자전거

 

이런 멋진 집을 만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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