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소설가의 고백 - 세상의 모든 지식을 읽고 쓰는 즐거움
움베르토 에코 지음, 박혜원 옮김 / 레드박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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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학문에대한 책이건 성배를 찾는 탐구 보고서처럼 써야한다는 말에 공감 백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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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과 여전사 1 - 21세기 남과 여
이명옥 지음 / 노마드북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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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백인 페미니스트 에이드리언 리치는 <고정관념에 관한 실상>이라는 책을 통해서 이성애가 강요된 정치체계라는 도발적인 문제제기를 했다.

남자답다, 여자답다라는 고정관념을 깨자는 사회적 이슈를 제기했다고 볼 수 있겠다. <꽃미남과 여전사>를 읽고 난 소감을 풀어내는 자리에서 먼저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이 책이 바로 이러한 문제제기를 기저에 깔고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는 내내 과연 ‘페미니스트라고 자처하는 나의 관점에서 이 책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점에 대해 적잖이 고민을 하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히딩크 감독의 말을 빌려, ‘나는 아직도 배고프다’ 정도가 될 것 같다.

꽃미남이든 여전사이든 힘으로 혹은 아름다움으로 권력을 잡고,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친 인물들이 중심이 됐기 때문이다. 그것은 신화 속, 종교 속, 예술 속 인물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래서인지 양성평등이나 양성성의 아름다움이라는 대명제는 권력과 힘에 눌려 빛을 잃는 느낌이다. 남자는 어디까지나 남성성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아름다워야 용서했던 역사적 분위기. 여자는 어디까지나 조국이나 민족을 위해 여성을 아예 버리고 남자가 되어야만 인정을 했던 역사적 분위기. 그 점을 지적해주었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은 페미니스트인 나만의 욕심일까?(그래서 별 하나 뺀다.)


어쨌든 그런 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빛나는 이유는 저자의 부지런한 자료 조사와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 덕분이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던가. 전혀 연관성이 있어 보이지 않았던 명화들은 저자가 정리한 양성성이라는 명제 하에 어느새 연결고리가 이어진다. 그리고 이 점 때문에 나는 이 책을 미워할 수가 없다. 저자가 본문 중 언급한 연금술사에 대한 정의를 읽고 무릎을 치게 되는데 어찌할 도리가 있겠는가. 바로 이런 점에서 <팜므 파탈>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저자의 새로운 해석을 맛볼 수 있었다. 또한 고대 원시시대에는 남녀에 대한 구분이 없었고, 그때의 성이 남-남, 여-여, 남-여, 이렇게 세 성이었다는 플라톤의 <향연> 대목을 예로 들면서 고대의 성이 양성성을 지향한 여러 사료들을 제시하는 대목에서는 그야말로 연금술사 같은 저자의 재주에 감탄하게 된다.


 

-본문 중에서

 

인간은 무생물인 바위에 절을 하고, 정안수를 떠놓고 소원을 빌며, 세상을 떠난 이의 옷을 불태우고, 마음이 사악한 사람이 요리한 음식은 몸에 해롭다고 거부하며, 애인의 사진에는 열정적인 입맞춤을 한다. 이런 일련의 생각과 행동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바로 물질에 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기 때문이 아닌가. 그렇다면 독자여. 이제부터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연금술사로 부르면 어떨까.



향연에 등장한 아리스토파네스의 입을 빌려서 최초의 인류를 이렇게 묘사한다. 최초의 인간은 남-남, 여-여, 남-여, 이렇게 세 성이며 그들은 각자 등을 맞대면서 살았다. 또 그 모습은 둥근 형태이며 팔과 다리는 각각 네 개이다. 그런데 인간의 능력이 신의 권위를 넘볼 수 있을 만큼 막강해진 것에 불안해진 제우스가 그 힘을 제거하기 위해서 몸체를 댕강 절반으로 나누어버렸다. 신에 의해 강제로 몸이 잘리게 된 인간은 이후 잃어버린 자신의 반쪽을 그리워하면서 재결합을 시도하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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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에
에델 릴리언 보이니치 지음, 서대경 옮김 / 아모르문디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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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와 질투,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과 출생의 비밀.

급기야는 아버지가 아들을 죽일 수밖에 없는 상황 설정과 비극적인 결말.

이 책은 굳이 이탈리아 통일 운동에 대한 기본적 지식이 없더라도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소설이었다.

증오는 사랑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

절제할 줄 아는 사랑이 더 절절하다는 것 등등.

주인공 아서가 읊어대는 대사는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성의 힘을 보여준다.

타락한 종교와 권력에 맹공격을 가하지만 가슴에는 뜨거운 피가 흐르는 아서라는 캐릭터는 진정한 혁명가의 모습 그대로이다. 그러나 그런 캐릭터는 결코 오랫동안 살아남아 우리 곁에 남아 있을 수는 없나 보다. 마치 이 세상이 완전히 평등해지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T.T

100년 전에 씌어진 이 소설을 읽으면서 지금 가슴 깊게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아직도 진정한 혁명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음... 혁명은 돌고 돌고 돌고.....



 

“아, 하지만 전 싸우고 싶어요. 싸움이 없는 삶은 참을 수 없어요. 좋은 싸움은 세상의 소금과도 같은 거니까요. 서커스보다야 훨씬 낫지요.”

-189쪽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것이 어떤 형태의 것이든 무의식적인 습관은 모두가 해로운 노예근성의 산물이에요. 게다가 폭력에 대한 습관은 야만적이기까지 하죠.”

-235쪽


“신부님, 당신의 예수그리스도는 사기꾼, 협잡꾼일 뿐입니다. 그의 상처는 가짜 상처이며, 그의 고통은 웃음거리에 불과합니다.”

-3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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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피포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마드북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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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가 톡 쏘는 사이다 맛이라면 <라라피포>는 진하게 우려낸 차맛이라고나 할까. 질척대고 축축하고 암담한 현실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면서 그저 허허 한번 웃어보자니......

척 보면 주인공들의 삶은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삶들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떻게 이 판국에 웃음이 나오냐고요. 그저 콧구멍이 두 개라서 사는 건데 어떻게 웃음이 나올 수 있냐고요... 하지만 이 소설 속에는 단연코 쓴웃음, 단웃음이 다 들어 있다.

그것도 <공중그네>처럼 가벼운 터치의 웃음이 아니라 저변에 깔린 무거움을 날려보내는 만만치 않은 쓴웃음이기도 하다.

사람 만나는 게 무서워서 골방에 처박혀 지내는 자칭 엘리트 히로시가 자신의 이기심으로 이용해먹었던 여인, 사유리가 결국은 시원하게 복수하는 장면. 남들에게는 큰소리 한번 못 치던 고이치가 협박편지를 쓰는 장면. 항상 똑같은 멘트로 여자들을 유혹하는 겐지네 회사의 사장 오무라가 화려한 대사를 내뿜는 장면 등등에서 말이다.

쓴 현실을 웃음으로 승화해주는 오쿠다 히데오의 실력에 감탄할 따름이다.

인물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개성으로 똘똘 뭉쳐 살아 움직이는 것만 같다. <공중그네>에서 느꼈던 인물들의 캐릭터 설정이 언뜻 엿보인다. 더불어서 인간이라는 괴물을 관찰하는 작가의 깊은 통찰력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참고로 오쿠다 히데오는 일본의 한 주간지와 인터뷰하는 도중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무리 힘든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도 심각하게 생각해봤자 아무것도 해결 안 되거든요. 그런 사람들한테는 ‘어차피 인생은 계속되잖아. 까마귀로 태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감사하라니까!’라고 강하게 조언해주는 게 최선의 해결책 아닐까요? 이 소설 <라라피포> 안에 담겨 있는 긍정적인 메시지는 바로 이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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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과 떨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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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바라죠? 그분은 부사장이에요. 우리는 아무 힘도 없어요.”

소설 속 후부키의 이 대사는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들어봄 직한 대사일 것이다.
나는 얼마나 많이 저 대사에 상처받았던가.
노통 자신이 일본 회사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 소설은 전체가 리얼리즘과 유머로 가득 차 있다. 연신 웃으면서 그리고 내 쓰라린 직장 생활을 떠올리면서 읽었다.
상명하복의 집단 문화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다를 바가 없나 보다. 노통이 우리나라 회사에서 일한 경험을 소설로 써서 그 회사의 문화를 까발렸으면 더 통쾌했을 것을. 삼성이나 sk 같은...
쉬운 말 어렵게 쓰는 건 일부 교수님들의 특기이고, 어려운 말을 이리도 쉽게 표현할 줄 하는 건 노통 같은 소설가의 특기인가 보다. ㅎㅋㅋㅋㅋ 이 언니 넘 멋있다.
냉소를 유머로 승화시키는 재주를 가진 인간들의 뇌는 어떻게 생겼을까. 노통의 뇌 속에 들어가고 싶다. 이제부터 난 노통(노무현대통령 아님) 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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