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
에델 릴리언 보이니치 지음, 서대경 옮김 / 아모르문디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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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와 질투,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과 출생의 비밀.

급기야는 아버지가 아들을 죽일 수밖에 없는 상황 설정과 비극적인 결말.

이 책은 굳이 이탈리아 통일 운동에 대한 기본적 지식이 없더라도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소설이었다.

증오는 사랑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

절제할 줄 아는 사랑이 더 절절하다는 것 등등.

주인공 아서가 읊어대는 대사는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성의 힘을 보여준다.

타락한 종교와 권력에 맹공격을 가하지만 가슴에는 뜨거운 피가 흐르는 아서라는 캐릭터는 진정한 혁명가의 모습 그대로이다. 그러나 그런 캐릭터는 결코 오랫동안 살아남아 우리 곁에 남아 있을 수는 없나 보다. 마치 이 세상이 완전히 평등해지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T.T

100년 전에 씌어진 이 소설을 읽으면서 지금 가슴 깊게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아직도 진정한 혁명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음... 혁명은 돌고 돌고 돌고.....



 

“아, 하지만 전 싸우고 싶어요. 싸움이 없는 삶은 참을 수 없어요. 좋은 싸움은 세상의 소금과도 같은 거니까요. 서커스보다야 훨씬 낫지요.”

-189쪽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것이 어떤 형태의 것이든 무의식적인 습관은 모두가 해로운 노예근성의 산물이에요. 게다가 폭력에 대한 습관은 야만적이기까지 하죠.”

-235쪽


“신부님, 당신의 예수그리스도는 사기꾼, 협잡꾼일 뿐입니다. 그의 상처는 가짜 상처이며, 그의 고통은 웃음거리에 불과합니다.”

-3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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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피포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마드북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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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가 톡 쏘는 사이다 맛이라면 <라라피포>는 진하게 우려낸 차맛이라고나 할까. 질척대고 축축하고 암담한 현실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면서 그저 허허 한번 웃어보자니......

척 보면 주인공들의 삶은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삶들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떻게 이 판국에 웃음이 나오냐고요. 그저 콧구멍이 두 개라서 사는 건데 어떻게 웃음이 나올 수 있냐고요... 하지만 이 소설 속에는 단연코 쓴웃음, 단웃음이 다 들어 있다.

그것도 <공중그네>처럼 가벼운 터치의 웃음이 아니라 저변에 깔린 무거움을 날려보내는 만만치 않은 쓴웃음이기도 하다.

사람 만나는 게 무서워서 골방에 처박혀 지내는 자칭 엘리트 히로시가 자신의 이기심으로 이용해먹었던 여인, 사유리가 결국은 시원하게 복수하는 장면. 남들에게는 큰소리 한번 못 치던 고이치가 협박편지를 쓰는 장면. 항상 똑같은 멘트로 여자들을 유혹하는 겐지네 회사의 사장 오무라가 화려한 대사를 내뿜는 장면 등등에서 말이다.

쓴 현실을 웃음으로 승화해주는 오쿠다 히데오의 실력에 감탄할 따름이다.

인물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개성으로 똘똘 뭉쳐 살아 움직이는 것만 같다. <공중그네>에서 느꼈던 인물들의 캐릭터 설정이 언뜻 엿보인다. 더불어서 인간이라는 괴물을 관찰하는 작가의 깊은 통찰력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참고로 오쿠다 히데오는 일본의 한 주간지와 인터뷰하는 도중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무리 힘든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도 심각하게 생각해봤자 아무것도 해결 안 되거든요. 그런 사람들한테는 ‘어차피 인생은 계속되잖아. 까마귀로 태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감사하라니까!’라고 강하게 조언해주는 게 최선의 해결책 아닐까요? 이 소설 <라라피포> 안에 담겨 있는 긍정적인 메시지는 바로 이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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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과 떨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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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바라죠? 그분은 부사장이에요. 우리는 아무 힘도 없어요.”

소설 속 후부키의 이 대사는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들어봄 직한 대사일 것이다.
나는 얼마나 많이 저 대사에 상처받았던가.
노통 자신이 일본 회사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 소설은 전체가 리얼리즘과 유머로 가득 차 있다. 연신 웃으면서 그리고 내 쓰라린 직장 생활을 떠올리면서 읽었다.
상명하복의 집단 문화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다를 바가 없나 보다. 노통이 우리나라 회사에서 일한 경험을 소설로 써서 그 회사의 문화를 까발렸으면 더 통쾌했을 것을. 삼성이나 sk 같은...
쉬운 말 어렵게 쓰는 건 일부 교수님들의 특기이고, 어려운 말을 이리도 쉽게 표현할 줄 하는 건 노통 같은 소설가의 특기인가 보다. ㅎㅋㅋㅋㅋ 이 언니 넘 멋있다.
냉소를 유머로 승화시키는 재주를 가진 인간들의 뇌는 어떻게 생겼을까. 노통의 뇌 속에 들어가고 싶다. 이제부터 난 노통(노무현대통령 아님) 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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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가는 먼 집 문학과지성 시인선 118
허수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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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끼리 헤어지기 싫어할 때

견딜 수 없는 몸은 마음으로 들어온다 에이 바보같이 에이

마음의 어깨, 마음의 다리, 마음의 팔로 몸을 안는다.

허수경, <사랑의 부선> 중 일부

 

마음으로 안아야 진짜 안는 것인 줄 누군들 모르나

마음이 있으면 몸은 저절로 움직인다는 걸 누군들 모르나

에이 바보같이 그래도 그래 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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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만찬 1
하비에르 시에라 지음, 박지영 옮김 / 노마드북스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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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세어라

그러나 얼굴은 보지 말라

내 이름의 수는

그 옆면에 있을지니

성찰하고 또 성찰하라

그리고 다른 이들을 인도하라

진리의 세계로

 

"그런데 그 카드 가운데 하나가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수도복을 입고 있는 수녀 그림이었소. 손에 책을 든 수녀가 특히 눈길을 끈 이유는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남자 수도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오. 게다가 임신이라도 한 것처럼 배가 불룩 튀어나와 있었소.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겠소? 프란체스코회 수도복을 입은 임신한 수녀라니! 꼭 교회를 조롱하고 있는 듯했소. 아무래도 좋소. 레오나르도 선생과 얘기를 나눴을 때 왜 그 타로카드가 떠올랐는지 모르겠소"

-소설 <최후의 만찬>1권 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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