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뎐
김점선 지음 / 시작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나의 유언장


나는 너무나 엄정하게 아들을 대했기 때문에 특별한 유언장이 없다.

줄기차게 칭찬, 숭배, 예찬 일변도로 대했기 때문이다.

가까이서 생활하는 관찰자로서 그를 칭찬했다.

나로부터 개선된 진화된 생물체로 태어난 미래의 인간으로서 숭배했다.

인류의 훌륭한 유전자를 그대로 보유한 미래 세대의 구성원으로서 예찬했다.

나는 인류문명의 발달을 전폭적으로 받아들이고 좋아하는 사람이다.

인류의 미래를 가슴 벅차게 기대하는 사람이다.

아들이 기억하는 나의 모든 순간이 유언장이 될 것이다.

그의 장점을 혹시 그가 잊을까봐 늘 깨우쳐주려고 노력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그를 칭찬할 거리를 만들고 찾았다.

 

나는 아이를 낳고 나서는 이 세상에서 내가 낳은 아이들 제일 무서우 하면서 살았다.

 혹시 그에게 내가 나쁜 영향을 줄까봐 평생을 긴장하며 살았다.

아들을 비웃거나 빈정거린 말을 한 기억이 없다.

 그런 정신 상태에 잠긴 기억도 없다.

 나의 아들은 기억 속의 나를 종종 추억하면서 웃기만 하면 된다.

 

이 책의 수많은 작은 이야기들에 놀라움과 긴장감을 느꼈지만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참 서글펐다.

나 자신이 비참해지는 느낌과 함께......

김점선이라는 사람...

유명한 화가라는 정도로 알고있었다.

도서관에서 내가 읽고 싶었던 책들이 다 대여된 바람에 후순위로 빌려와선 야금야금 재밌게 다 읽었다.

이 화가의 인생은 정말 남 다르고 특별하다..

너무나도 평범하게 자라온 나로서는 도저히 따라 할수도 없는 일탈적이고도 비범하기도 하고 다른이와는 사뭇 다른 인생....

그래서 인생 자체를 아예 예술로 살다간 여자......(여자라기보다는 인간이라고 하는게 더 어울릴 듯하다.)

 

오늘도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몇바가지씩 쏟아부어대는 내가 징그럽게도 싫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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