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어사 - 지옥에서 온 심판자
설민석.원더스 지음 / 단꿈아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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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어사1』

설민석, 원더스 지음

단꿈아이 출판



『요괴어사』는 역사 스토리텔러 설민석과 웹소설 작가 원더스가 함께 만들어낸 판타지 소설로 역사 실제 인물들인 정조. 정약용. 백동수와 기록에 전해지는 요괴들이 나와서 더 실감난다. 이 땅에 살았던 모든 백성을 돌보고자 하는 조선의 왕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가 남긴 편지 메시지를 망자천도(亡者薦度)를 하기 위해 개성있고 특별한 재주를 가진 요괴어사대를 만들어 괴이한 사건들을 찾고 해결해 나간다.



|요괴어사대|


죽은 이를 보고 그들의 말을 듣는 아이 ‘벼리’,

기생이었으나 미래를 보는 무당이 된 ‘무령’,

쌍검을 잘 다루고 말보다 더 빠르며 빼어난 외모이나 입만 열면 홀딱 깨는 ‘광탈’,

청룡언월도를 잘 쓰고 타고난 장수에 각종 무술에 능한 ‘백원’,

지옥에서 온 신수 해태. 형태는 마음만 먹으면 바꿀 수 있으며 물을 잘 다루는 ‘해치’



《삼국유사》기록된 신라 진지왕의 서자이자 귀신을 잘 다루는 비형랑의 자손들로 만들어진 요괴어사대는 죽었으나 편히 쉬지 못하고 떠도는 이들을 천도하고, 인간의 번뇌를 먹기 위해 원한을 가진 자들의 목숨을 빼앗는 사악한 요괴들을 상대한다.


첫 번째 사건의 반쪽이는 몸이 불편하게 태어난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집에 가둔 형과 어미로 인해 죽었지만, 집안 아이들에게 닥칠 업보와 괴질동자들을 막았다. 반쪽이는 이후 좋은 집에 환생을 한다는 판결을 내리는데 권선징악과 효의 실천이 들어간 이야기라 꼭 전래동화 같다.


이어지는 사건. 끝까지 이기적인 양반들에게 죽은 기생 홍련은 요괴가 되어 복수심으로 못되고 못난 양반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자신은 억울하다고 말하지만 경쟁상대로 생각했던 기생 무령을 이길 수 없던 두려움으로 요괴가 되었으니, 모두가 욕심을 내고 노력이 아닌 권력으로 탐하는 모습은 인간 내면의 드러내지 않는 어두운 마음이 드러나버린 자들의 날 것이 가득했다.


이 사건에서 여우 요괴가 인간의 번뇌를 수라께 바치면 삼두구미가 되게 해주겠다며 홍련을 꾀어내고, 무령은 형부 이용태가 자신에게 한 행패에 대해 복수하고자 홍련에게 사람을 홀리게 하는 그림을 그려주며 공범이 되고 만다. 신수 해치가 판결을 내리기 전 벼리는 무령의 외지부(변호사)가 되겠다고 말하며 1권은 끝이 난다.


동화, 신화 속에서만 존재할 것 같은 영웅이 아직은 여기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은 요괴어사대의 활약이 기대되는 소설!



--○ 책 속 밑줄 긋기


임금은 호흡을 가다듬고 여인이 손에 쥐고 있던 아이와 심장이 뜻하는 글자를 조합해 보았다.

“여인女과 어린아이夭, 그리고 심장心. 흙 묻은 손은 힘쓸 골圣을 뜻하니…….”

머릿속에 글자가 완성되자, 임금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파였다.

요괴妖怪. P10


“달이 이 땅 곳곳에 스며있는 모든 물을 비추듯, 과인은 이 땅에 살았던 모든 백성을 돌보고자 한다. 산 자와 죽은 자뿐 아니라 그 사이를 떠도는 이들도 예외일 수 없다. 하여, 너희는 요사스럽고 괴이한 일을 살피는 어사가 되어 원한의 굴레에 빠진 이들을 구하라.” P60


“과인은 말을 믿지 않는다.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태어나 처음 마주하는 신수의 말이라면 더더욱! 연합하기로 했으면 애초에 모든 정보를 풀었어야지. 그래서 네게 수라에 관해서도 더는 묻지 않을 게야. 직접 알아본 뒤 다시 물을 터이니 각오하라.” P138


#요괴어사 #요괴어사1 #요괴어사2 #역사판타지소설 #판타지소설 #설민석 #원더스 #단꿈아이 #신간도서 #흥미진진 #동화 #읽을만한책 #서평 #YES24리뷰어 #내돈내산

임금은 호흡을 가다듬고 여인이 손에 쥐고 있던 아이와 심장이 뜻하는 글자를 조합해 보았다.

"여인女과 어린아이夭, 그리고 심장心. 흙 묻은 손은 힘쓸 골圣을 뜻하니……."

머릿속에 글자가 완성되자, 임금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파였다.

요괴妖怪. - P10

"달이 이 땅 곳곳에 스며있는 모든 물을 비추듯, 과인은 이 땅에 살았던 모든 백성을 돌보고자 한다. 산 자와 죽은 자뿐 아니라 그 사이를 떠도는 이들도 예외일 수 없다. 하여, 너희는 요사스럽고 괴이한 일을 살피는 어사가 되어 원한의 굴레에 빠진 이들을 구하라." - P60

"과인은 말을 믿지 않는다.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태어나 처음 마주하는 신수의 말이라면 더더욱! 연합하기로 했으면 애초에 모든 정보를 풀었어야지. 그래서 네게 수라에 관해서도 더는 묻지 않을 게야. 직접 알아본 뒤 다시 물을 터이니 각오하라."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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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총총 시리즈
황선우.김혼비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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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황선우X김혼비

문학동네 출판

 


 


부산 앞바다에서 리코더 부는 ‘황선우’ X 대부도 앞바다에서 목탁치는 ‘김혼비’

둘이 마감을 코앞에 두고 불안감을 달래는 행동의 도구들이 리코더와 목탁이다!! 글이 써지지 않는 고통에서 도망가는 것이라 서정적인 몽둥이로 표현한 것은 정말.. 이 유머러스함에 미소를 안 지을 사람이 있을까 ㅎㅎ

 

황선우 작가님의 글은 일화 속의 무너지지 않고 붙들고 있던 것들이 나를 견디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했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을 나에게 어떤 의미 인지를 알아가고, 어떻게 쓰고 있는지 편지를 주고받는 편지글들은 내가 받지 않았지만 읽는 그 자체로도 긍정적인 힘을 내도록 해주었다.

 

김혼비 작가님은 넘 재밌었다. 친구 흔이 상주가 되어 화환이 적은 것에 마음이 쓰이는 것을 보고 새벽에 급조해 만든 전국축구연구회, 우호공방 등의 지인들을 싹 끝아모아 만든 가상 회사를 화환에 적어보낸다. 흔의 어머니는 세상에 공짜가 없다며 종교단체 포교하는 친구가 아닌지 조심해라는 당부를 주시고 읽으면서 얼마나 웃기는지 ㅎㅎ 슬픔을 겪을 친구에게 이러 웃음을 주는 친구라면 조금은 엉뚱해도 마음만은 따뜻할 것 같다.

 

조금은 어색했던 OO씨의 호칭으로 시작했던 편지이지만 즐거웠던 일상, 나는 힘들어했던 기억이지만 상대방은 힘들지 않고 이겨내길 응원해주는 따뜻한 마음들을 주고 받는 글을 읽는 시간은 행복했다.

 

황선우 작가님🖤김혼비 작가님. 저 이제 팬입니다🥹


 


 

 

글을 통해 만나는 우리는 서로가 보여주는 서로에 대해서만 알 수 있고, 상대가 허락하는 각별함만큼만 쌓아나갈 수 있겠죠. 그건 꽤나 거리를 둔 소통일지도 모르지만 어쩐지 더 안전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출발이기에 지금부터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다는 희망도 느껴집니다. P13 황선우

 

더위 속에서는 수평 자세로 누워서 에너지를 비축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그렇게 애써 쉬는 시간을 확보하지 않으면 여러 일들이 사람을 조금씩 갉아먹는다는 사실을 살수록 실감합니다. P30 황선우

 

제가 '얄밉다'는 표현을 쓰는 많은 경우, 사실은 그 대상이 미웠던 것인데 미움이라는 감정을 받아들이기가 두려워서, 누군가를 미워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 '밉다'앞에 '얄'자를 붙인다는 것을요. 미워하는 게 정당한 순간에도 '얄'자를 붙여 상황을 귀엽고 사소한 것으로 만들어 대충 넘어갔고, '밉다'보다 한 단게 낮은 '얄밉다'로 감정의 수위를 낮춰 또 대충 넘어갔다는 것을요. P44김혼비

 

부디 사소하지만 도움이 되는 것들을 곁에 두고 단단히 붙드시길 바랍니다. P94 황선우

 

소중한 이의 죽음를 겪고 있는 사람의 슬픔은 고유한 것이어서 어떤 위로의 말도 뭉툭하게 미끄러지며 둔하게 비껴갈 뿐이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영원히 유창해지지 못할 언어로 서툴게나마 이런 것들을 서로 묻고 답해야 할 거예요. 가끔은 입을 닫고 가만히 거기에 같이 있어줄 수도 있겠죠. 터널 속으로 같이 들어갈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빠져나올 때까지 지켜봐주면서요. P113 황선우

 


#최선을다하면죽는다 #황선우 #김혼비 #에세이 #문학동네 #독파 #독파챌린지 #앰버서더3기 #앰버서더 #북클럽문학동네 #책추천 #추천도서 #책스타그램 #서평

 


❤︎ ‘문학동네’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글을 통해 만나는 우리는 서로가 보여주는 서로에 대해서만 알 수 있고, 상대가 허락하는 각별함만큼만 쌓아나갈 수 있겠죠. 그건 꽤나 거리를 둔 소통일지도 모르지만 어쩐지 더 안전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출발이기에 지금부터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다는 희망도 느껴집니다. P13 황선우 - P13

더위 속에서는 수평 자세로 누워서 에너지를 비축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그렇게 애써 쉬는 시간을 확보하지 않으면 여러 일들이 사람을 조금씩 갉아먹는다는 사실을 살수록 실감합니다. P30 황선우 - P30

제가 ‘얄밉다‘는 표현을 쓰는 많은 경우, 사실은 그 대상이 미웠던 것인데 미움이라는 감정을 받아들이기가 두려워서, 누군가를 미워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 ‘밉다‘앞에 ‘얄‘자를 붙인다는 것을요. 미워하는 게 정당한 순간에도 ‘얄‘자를 붙여 상황을 귀엽고 사소한 것으로 만들어 대충 넘어갔고, ‘밉다‘보다 한 단게 낮은 ‘얄밉다‘로 감정의 수위를 낮춰 또 대충 넘어갔다는 것을요. P44김혼비 - P44

부디 사소하지만 도움이 되는 것들을 곁에 두고 단단히 붙드시길 바랍니다. P94 황선우 - P94

소중한 이의 죽음를 겪고 있는 사람의 슬픔은 고유한 것이어서 어떤 위로의 말도 뭉툭하게 미끄러지며 둔하게 비껴갈 뿐이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영원히 유창해지지 못할 언어로 서툴게나마 이런 것들을 서로 묻고 답해야 할 거예요. 가끔은 입을 닫고 가만히 거기에 같이 있어줄 수도 있겠죠. 터널 속으로 같이 들어갈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빠져나올 때까지 지켜봐주면서요. P113 황선우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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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 (양장본) -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박예진 엮음, 버지니아 울프 원작 / 센텐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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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

-그림자로 물든 버지니아의 13작품 속 문장들


박예진 엮음 편역

센텐스 출판



 


📖

버지니아 울프의 13편 작품 속 원문과 해석을 북큐레이터가 간략하게 포인트를 짚어준다. 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읽었다면 이해하는 데 조금 수월했을 것 같았는데 문장을 읽고 해석했음에도 채워지지 않는 부족함이 있었다.


박예진 엮은이는 버지니아의 글 중 여러가지 물상, 자연현상의 의식적 표현 등으로 난해하게 읽히기도 하지만 문장을 의식의 저편 너머로 그저 관조해본다면 그 문장들을 통해 버지니아의 생애를 바라보고 그 흐름에 함께 할 수 있을 거라고 프롤로그에 시작했다.


각 챕터 끝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의역하거나 필사할 수 있는 <내 문장 속 버지니아>라는 공간이 있는데 책 속에서 좋았던 문장들을 꼽아볼 수 있어 좋았다.


자살로 생을 마감했던 버지니아 울프. 여성의 글쓰기 등 사회적으로 불평등에 목소리를 낼 만큼 당차보이기도 했는데 어릴 때의 불안전한 기억이 오랫동안 잠재되었기 때문인지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 이후에 재조명된 것 안타까웠다.



📖

『자기만의 방』 작가 특유의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이는 대표작인 에세이. 여성이 글 쓰기 위한 두 가지 조건으로 돈(경제적 자유)과 자기만의 방(시공간적 자유)을 제시했다.


『3기니』는 전쟁을 막기 위해 기부금을 내달라는 편지를 보낸 남성 법조인에게 긴 답문 편지 형식으로 쓴 에세이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목소리가 담겨있다. 이 에세이를 통해 정의란 무엇인가를 사유해 볼 수 있는데 전문 고위직에 남성이 독식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여성의 움직임이 확대되고 공평하게 기회를 부여해야한다고 말하며 사회에 비판적인 시각을 말했다.


버지니아가 처음 출간한 소설. 에세이와 마찬가지로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여성이 어떤 존재인지, 자신이 원하는 삶, 자유와 독립에 대해 글을 썼다. 처음 에세이와 소설에서 자신에 대해 탐구하며 찾아가려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sentence 47

We're all in the dark. We try to find out, but can you imagine anything more Indicrous than one person's opinion of another person? One goes along thinking one knows; but one really doesn't know.

우리는 모두 어둠 속에 있어요. 우리는 알아내려고 노력하지만, 다른 사람에 대한 한 사람의 의견보다 더 터무니없는 것을 상상할 수 있나요? 사람들은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알지 못합니다.


『벽에 난 자국』은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쓴 대표적인 문학으로 발췌 문장에서는 눈에 보이고 행동하는 것들의 경험이나 감각의 아름다움들이 묘사된 부분이 많았다. 시간의 흐름과 변화를 시간의 상대성을 탐구하듯 형식없이 써내려가는 글이 내가 지금 있는 현실과 내면을 바라본다는 것. 이때까지만 해도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고자 했던 것 같은데 왜 자살에 이르게 되었을까.


『밤과 낮』은 3년 동안 정신과 투병을 마무리하며 쓴 소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며 나가는 주인공을 통해 결혼은 무엇인지, 삶에서 어떤 의미인지 담았다. 이 소설부터 결이 조금씩 바뀜이 보이는데(발췌 문장과 해설을 참조하면) 여성이 현실에서 부딪혀 넘지 못하는 한계를 느끼면서 버지니아는 점차 스스로 마음의 병과 싸우고 지쳐갔던 것은 아니었을지.


말이 통하지 않는 개 와의 감정적 교류 『플러시』, 남성이 7일동안 깊은 잠에 빠졌다가 여성으로 변하는 『올랜도』는 자아와 정체성의 자유로움 혹은 불안정함 그 사이 같았다.


『막간』을 완성한 버지니아는 우즈강의 둑으로 산책하러 나갔다가 20일 뒤 시신으로 발견된다. 연극이 인간 삶을 어떻게 반영하는지 보여주는 『막간』의 발췌한 문장이 공허하고 허탈한 감정을 담고 있는 듯 보였는데, 삶이 깨져버리면 껍질만 남고 텅빈 황폐한 세상만 남는다고 생각한 버지니아는 현실과 가상 사이의 혼돈을 겪은 것도 같다.


📌sentence 132

Empty, empty, empty; silent, silent, silent. The room was a shell, sining of what was before time was; a vase stood in the heart of the house, smooth, cold, holding the still, distilled essence of emptiness, silence.

텅 비어있고, 고요하고, 조용했습니다. 이 방은 시간이 시작되기 전의 것을 노래하고 있는 껍질처럼 느껴지며, 집의 중심에서 있는 백색의 꽃병은 부드럽고 차갑게 가득 찬 공허함과 고요함의 정수를 담고 있었습니다. P134



 


📖

버지니아는 부모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인물을 그리며 쓴 『등대로』, 인생의 덧없음을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표현한 『파도』(발췌 문장도 사실 이해가 어려웠다ㅠㅠ), 사람은 죽음으로 끝이 아니라 다음 세대와의 이어지고 그 과정의 의미를 발견하는 『세월』을 통해 인간은 고독하지만 그럼에도 삶은 이어진다고 믿고 싶었던 것 같다.


버지니아 울프 작가가 어떤 작품을 쓰고 인생을 어떻게 살았는지, 소설의 인물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북큐레이터가 꼽은 문장과 생각들을 읽으니 버지니아 울프 작가의 책을 펼치게 된다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충분히 책으로 빠져들 수 있을 것 같다.



#버지니아울프문장의기억 #버지니아울프 #박예진 #센텐스 #북큐레이터 #리텍콘텐츠 #책속의명언 #책갈피를꽂다 #신간도서 #교양서적 #책스타그램 #서평


❤︎ ︎❛리텍콘텐츠❜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sentence 47

We‘re all in the dark. We try to find out, but can you imagine anything more Indicrous than one person‘s opinion of another person? One goes along thinking one knows; but one really doesn‘t know.

우리는 모두 어둠 속에 있어요. 우리는 알아내려고 노력하지만, 다른 사람에 대한 한 사람의 의견보다 더 터무니없는 것을 상상할 수 있나요? 사람들은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알지 못합니다.

sentence 132

Empty, empty, empty; silent, silent, silent. The room was a shell, sining of what was before time was; a vase stood in the heart of the house, smooth, cold, holding the still, distilled essence of emptiness, silence.

텅 비어있고, 고요하고, 조용했습니다. 이 방은 시간이 시작되기 전의 것을 노래하고 있는 껍질처럼 느껴지며, 집의 중심에서 있는 백색의 꽃병은 부드럽고 차갑게 가득 찬 공허함과 고요함의 정수를 담고 있었습니다. P134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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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자들
김초엽 지음 / 퍼블리온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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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자들』

 

김초엽 장편소설

퍼블리온 출판

 

사람들은 범람체가 끊임없이 창궐하는 지구의 지상으로부터 떨어진 라부바와라는 지하에서 생활하고 있다. 주인공 태린은 기억을 보강하는 도구이자 두뇌 보조 장치인 ‘뉴로브릭’ 부적응자이다. 광증은 아니지만 환청을 일으키는 존재, 이 뉴로브릭이 목소리를 들려줄 때마다 '쏠'이라는 이름을 붙여 자아가 있는 존재인지 파악하려 애쓴다.

 

지상으로 갈 수 있는 파견자가 되기위한 테스트 과정 중 갱에 갇히게 되는데 '쏠'의 도움을 받아 은빛 거미줄로 탈출한다. 하지만 '쏠'은 태린이 마지막 통과 채집한 광증 아포 샘플을 사람들에게 흩날리는 사건을 일이키며 태린은 도시에서 추방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

 

태린은 범람화 된 동물은 같은 상태의 동물을 경계하지 않는 점을 이용한 '양치기 늑대’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지상으로 나가게 되고, 히로모 늪인을 만나게 되면서 과일마저 범람체가 된 곳의 풍경을 보게된다. 인간을 흡수한 범람체. 외계인들은 진동으로 언어를 전달하고, 표면 진동과 분자의 확산을 통해 세상을 감지한다. 범람체가 되면 자아도,영혼도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하나의 개체가 아니라 가지들, 연결망들을 통해 의식을 지닐 수 있다고 말한다.

 

소설 시작에서 태린이 3년전 라디오 방송을 듣는 옆집을 이상하게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이 방송은 범람체들의 소통방식 중 하나였다!

 

죽음에 대해 다른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이 아직 나도 인간이기에 조금 무서울 것 같지만 계속 의식이 있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말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쏠과 태린은 각자 자아를 갖고 서로 몸을 공유한다. 태린 자신이 범람화는 되지 않지만 쏠이 보여주는 진동과 냄새와 시각과 촉각으로 전달되는 감각들을 느껴보는데 온갖 공간의 감각이 한꺼번에 느껴지는 기분은 어떨지 상상을 해보게 되었다.

 

모두가 아니라고 죽여야 한다고 하는 존재가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는 존재라면 나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태린처럼 그들과 공존이 가능하다 말할까. 이 세계도 혼돈이지만 각자의 종을 지키고자 하는 본능들은 외계인이라고해서 다르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이 가상 세계가 현실과 닮아 있었다. 이도 저도 아닌 이방인 같은 존재.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고독한 현대가 마치 태린이 지상도 지하 사이 고민하는 괴로움이 가득한 곳 같다.




 


 

 

🔖 라부바와는 광증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도시이지만, 하라판의 사람들은 이상하리만치 그 위험에 자주 노출되었다. P35

 

🔖 왜 증오를 품어야 하느냐고? 살면서 한 번도, 왜 범람체에 대해 증오를 품어야 하는지 물어본 적이 없다. 그건 마치 인간을 절멸에 이르게 한 거대한 지진이나 해일 따위를 왜 증오하느냐고 묻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유를 설명할 필요도 없이 당연하게 느껴졌다. 그것이 사람들을 죽였으니까. 문명을 말살했으니까. 자유를 빼앗아갔으니까. 우리를 지하 세계에 가뒀으니까. 그리고 또……. P43

 

🔖 자아란 착각이야. 주관적 세계가 존재한다는 착각. 너희는 단 한 번의 개체 중심적 삶만을 경험해 보아서 그게 유일한 삶의 방식이라고 착각하는 거야. 우리를 봐. 우리는 개체가 아니야. 그럼에도 우리는 생각하고 세상을 감각하고 의식을 느껴. 의식이 단 하나의 구분된 개체에 깃들 이유는 없어. P241

 

🔖 마치 수많은 공간에 동시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순간적으로 ‘나’라는 감각이 하늘거리며 사방으로 흩어지고 동시에 흘러넘쳤다. P371

 

🔖 이 삶은 이전과는 다를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달라지리라는 것도. 그러나 그 모든 것에 앞서, 우리는 지표면에 선 우리와 같은 존재가 우리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 너희는 미쳤고,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존재이고, 그래서 죽어 마땅하다고, 그렇게 말하는 이들이 없는 곳. 고독해서 자유로운 곳. 아무것도 없어서 살아갈 수 있는 곳. P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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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부바와는 광증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도시이지만, 하라판의 사람들은 이상하리만치 그 위험에 자주 노출되었다. - P35

왜 증오를 품어야 하느냐고? 살면서 한 번도, 왜 범람체에 대해 증오를 품어야 하는지 물어본 적이 없다. 그건 마치 인간을 절멸에 이르게 한 거대한 지진이나 해일 따위를 왜 증오하느냐고 묻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유를 설명할 필요도 없이 당연하게 느껴졌다. 그것이 사람들을 죽였으니까. 문명을 말살했으니까. 자유를 빼앗아갔으니까. 우리를 지하 세계에 가뒀으니까. 그리고 또……. - P43

자아란 착각이야. 주관적 세계가 존재한다는 착각. 너희는 단 한 번의 개체 중심적 삶만을 경험해 보아서 그게 유일한 삶의 방식이라고 착각하는 거야. 우리를 봐. 우리는 개체가 아니야. 그럼에도 우리는 생각하고 세상을 감각하고 의식을 느껴. 의식이 단 하나의 구분된 개체에 깃들 이유는 없어. - P241

마치 수많은 공간에 동시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순간적으로 ‘나’라는 감각이 하늘거리며 사방으로 흩어지고 동시에 흘러넘쳤다. - P371

이 삶은 이전과는 다를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달라지리라는 것도. 그러나 그 모든 것에 앞서, 우리는 지표면에 선 우리와 같은 존재가 우리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 너희는 미쳤고,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존재이고, 그래서 죽어 마땅하다고, 그렇게 말하는 이들이 없는 곳. 고독해서 자유로운 곳. 아무것도 없어서 살아갈 수 있는 곳. - P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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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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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 부터,』

 

정세랑 장편소설

문학동네




 

 

제목의 시선이 눈길이라는 의미인 줄 알았는데 심시선 여사의 이름이었다. 그 심시선 여사로부터 이어지는 가계도가 소설 시작 전에 있고, 외국인과의 결혼과 재혼이라는 그 시대 흔치 않는 이력들로 이야기를 읽기 전부터 어떤 여성일지 궁금해졌다.

 

20세기 예술가 심시선 여사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유명한 미술작가 마티아스의 제자, 조수, 하찮은 일도 그녀의 몫이었다. 무엇보다 그의 괴롭힘 대상이었기 때문인지 요제프 리와 심시선은 독한 토양에서 자라는 식물처럼 가까워졌다. 마티아스가 자살하면서 심시선 때문에 죽는다는 유서 내용과 전 재산을 심시선에게 남기면서 심시선은 피해자이지만 도망치듯 한국으로 돌아왔다. 요제프는 마티아스의 외압이 사라지자 흩어져버리듯 독일로 돌아갔고, 심시선은 그림 대신 글을 쓰는 직업으로 살아간다. 일반적이지 않은 삶을 살았던 심시선 여사로부터 자식과 손자들로 삶의 이야기는 이어진다.

 

심시선 여사의 제사는 조선시대 유교사상을 따르려고 지내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 뭉치기 위한 목적 같았다. 아들이 크게 되겠다고 하던 사람들을 향해 딸은 작게 되냐고 되묻거나 인터뷰에서 연륜있는 여성이 말하기 꺼려하는 성적발언도 거침없이 하는 심시선 여사. 그녀가 어떤 강단으로 살았는지 한 부분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 호주제 폐지에 따라 엄마 성을 따르는 명은처럼 심시선 할머니의 자손들은 여성도 할 수 있다는 정신적인 기세를 물려받은 듯하다.

 

가족들이 아픔과 상실을 겪었거나 뜻과는 다르게 주변에 휩쓸려 원치 않는 선택하기도 하는 등의 복잡한 삶이지만 심시선 할머니가 소신있게 자신의 길을 묵묵히 살아갔던 시간들을 그려보며 앞으로는 희망적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제사때 친척들을 만난 모습들을 묶어둔 이야기 같았다. 헐뜯고 자기 자랑하기에만 바쁜 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고민을 그들은 알아줄까 속마음을 꺼내보기도 하고 사소한 취미를 가진 이들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모습을 예쁘게 바라보며 성장하기를 응원하는 친척들은 외부의 시선에 숨죽여 어둡게 살기보다 자신의 내면에서 뻗어 나오는 힘을 믿고 심시선 여사, 시선으로부터, 시작된 에너지들이 그들에게서 보였다.

 

🔖 탁월한 재능이 엿보인다고, 좋은 기회를 주겠다고, 나에게 관심있어 할 사람들을 소개해주겠다고 후하게 제시하는 사람을 그냥 믿어서는 안 되었다. 나는 경험 부족에서 비롯한 잘못된 판단으로, 유명하고 힘있는 남자의 손에 떨어진 여러 여성 중 한 명이었다. 단지 내가 그중 마지막이었다는 것이 그 모든 오해를 불러일으킨 게 아닐까 싶다. 그러니 이제 정말 마지막으로 말하고자 한다.

나는 그를 파멸시키지 않았다. 그는 나를 사랑해서 죽은 게 아니다. P105

 

🔖가해와 피해의 스펙트럼에서 스스로가 가해에 더 가까웠음을 인정해야 했다. 방전된 배터리와 나쁜 타이밍 이전에 멍청하고 멍하게 방조하고 있었음을 말이다. P174

 

🔖어떤 말들은 줄어들 필요가 있었다. 억울하지 않은 사람의 억울해하는 말 같은 것들은. P175

 

🔖 아무것도 당연히 솟아나진 않는구나 싶고 나는 나대로 젊은이들에게 할몫을 한 것이면 좋겠다. 낙과 같은 나의 실패와 방황을 양분 삼아 다음 세대가 덜 헤맨다면 그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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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재능이 엿보인다고, 좋은 기회를 주겠다고, 나에게 관심있어 할 사람들을 소개해주겠다고 후하게 제시하는 사람을 그냥 믿어서는 안 되었다. 나는 경험 부족에서 비롯한 잘못된 판단으로, 유명하고 힘있는 남자의 손에 떨어진 여러 여성 중 한 명이었다. 단지 내가 그중 마지막이었다는 것이 그 모든 오해를 불러일으킨 게 아닐까 싶다. 그러니 이제 정말 마지막으로 말하고자 한다.

나는 그를 파멸시키지 않았다. 그는 나를 사랑해서 죽은 게 아니다. - P105

가해와 피해의 스펙트럼에서 스스로가 가해에 더 가까웠음을 인정해야 했다. 방전된 배터리와 나쁜 타이밍 이전에 멍청하고 멍하게 방조하고 있었음을 말이다. - P174

어떤 말들은 줄어들 필요가 있었다. 억울하지 않은 사람의 억울해하는 말 같은 것들은. - P175

아무것도 당연히 솟아나진 않는구나 싶고 나는 나대로 젊은이들에게 할몫을 한 것이면 좋겠다. 낙과 같은 나의 실패와 방황을 양분 삼아 다음 세대가 덜 헤맨다면 그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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