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가 X에게 - 편지로 씌어진 소설
존 버거 지음, 김현우 옮김 / 열화당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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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가 X에게 편지로 씌어진 소설』

존 버거 JOHN BERGER
김현우 옮김
열화당 


ㅡ존 버거(저자)는 서문에서 문학의 집으로 들어가는 몇 가지 문에 대해 이야기 했다. 권위있고 공적인 목적을 위한 정문, 그보다는 소박하고 개인적인 용도를 위한 옆문, 그리고 부엌으로 난, 소란스럽고 사소한 드나듦이 있는 뒷문, 이 세 가지 중 마지막이 바로 아이다와 사비에르, 그리고 자신이 이용한 문이라고 그는 비유한다.


제목의 A는 아이다. X는 연인 사비에르가 될 수도 혹은 저항하는 어떤 대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아이다는 사비에르를 다양한 언어로 애칭으로 불렀다. (세계화니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항인지 잘 모르겠지만 연인을 이렇게 불러보고 싶은 마음은 사랑스러움 가득느껴진다.)

#아이다가 사비에르를 부르는 말들.

미 구아포 Mi Guapo - '나의 멋쟁이' 스페인어
카멜레온 - '엎드린 사자' 그리스어
하비비 Habibi - '내 사랑' 아랍어
미 소플레테 Mi Solete - '나의 횃불' 스페인어
야 누르 Ya Nour - 이집트의 춤곡에 나오는 사랑의 표현
하야티 Hayati - 활기찬, 생명력 넘치는 터키어 ‘나의 삶’ 



연인 사비에르는 파일럿이었지만 이중종신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힌다.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이다는 어떻게 그를 계속 사랑할 수 있었을까. 
(세상의 어떤 남자도 당신 같지는 않아요. 모든 것들이 같은 것에서 만들어지지만, 사람들은 모두 서로 다르게 만들어지니까요. P26)

꿈을 꾸었던 이야기, 내가 보고 있는 것, 오늘 있었던 하루 일상, 이웃들의 소식, 덤덤한 듯 일기 같기도 한 편지들을 아이다는 써내려 갔다. 
(매일 밤 당신을 조각조각 맞춰 봅니다ㅡ아주 작은 뼈마디 하나 하나까지. P27) 

언제가 될 지 모른 기다림을, 사랑의 힘으로 버티고 견뎌내는 것도 힘든일인데 결혼식을 올리자고 그럼 면회를 매주 한 번씩 갈 수 있다며 청혼하는 아이다.  
(은행나무. 이 단어를 읽는 당신의 목소리가 들려요. 당신의 그 저음이. P90) 


ㅡ편지는 어떤 경로로 입수한 건지 누구의 이야기인지 밝히지 않았다. 사비에르를 향한 그리움이 절절하게 묻어나는 내용이 주되지만 노동자들, 불안정한 정세, 군복을 여섯시간 동안 바느질해야하는 강제 노동에 시달린 것, 용접공은 위험한 일을 함에도 일 달러를 받는 노동의 불합리한 대가에 대한 내용 등의 불특정되지만 또 어떤 대상이 연상되기도 하는 저항의 목소리들도 함께 담는다.  


(나는 그녀가 말하지 않은 것, 그 침묵들에 화가 났어요. 그것들이 나를 분노하게 했죠. 말없음은 미덕이고, 당연히, 종종 꼭 필요할 때도 있겠죠. 하지만 그녀의 침묵들은 절망에서 비롯된 것이었어요. P101)

외교관 니닌하 그녀는 러시아인과의 연애 중 총살로 그가 죽었지만 암살자가 누군지 알려고 하지 않고, 아이다는 침묵하는 그녀에게 화를 낸다. 침묵하려한 것이 아니라 저항은 폭력이 아닌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을, 탱고를 추며 저항할 수 있는 때를 기다림을 알려준다.


(어찌 됐든, 노인이 들어간 방 맞은편에 있는 감방의 동료 수감자가 상황을 알아차리고 따라서 소리치기 시작했고, 그렇게 고함 소리가 옆방으로 옆방으로 서두르디 않고 이어져 나가다가, 그 층에 있던 수감자들이 모두 소리치게 되었죠. P131)

교도소에서 억울함을 항의할 수 있는 것은 소리를 지르는 것. 한 사람의 시작으로 수감자 모두가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교도관들에게 이들의 외침이 결국 두려움을 갖게 만든다. 왜 이 장면이 삼일운동 일년 후 서대문형무소에서 유관순 열사의 외침으로 전체가 외치는 장면이 떠올랐을까. 시대와 배경은 달랐지만 소수였던 그들은 폭력으로 외침을 잠재웠겠지만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는 어떤 규모의 힘 앞에 무릎꿇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갖고 살게 되겠지. 아이다는 그런 외침을 하는 모두에게 자신의 손 그림을 주고 모두를 사랑한다며 용기에 편지에 응원한다. 


ㅡ ○ 책 속 밑줄 긋기

아무도 당신을 막을 수 없어요. P17

기대는 몸이 하는 거고 희망은 영혼이 하는 거였어요. 그게 차이점이랍니다. 그 둘은 서로 교류하고, 서로를 자극하고 달래주지만 각자 꾸는 꿈은 달라요. P40

그들이 당신에게 이중종신형을 선고하는 그 순간부터, 나는 그들의 시간은 믿지 않게 되었어요. P41

당신의 편지를 다시 읽고 당신의 따듯함이 내 몸을 감싸면, 어느새 당신이 쓴 말들은 먼 과거가 되고 우리는 함께 그 말들을 돌아보죠. P47-48

돌아오는 길에는 수레를 끌며 고철을 모으고 있는 베드를 만났어요. 그는 벌집에서 꿀을 뽑아내는 기술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꽃이 다 진 지금이 바로 꿀을 모으는 때인데, 그래서 그도 이야기를 꺼낸거겠죠. 완벽하다고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 그가 말했어요. 하지만 완벽한 건 그다지 매력이 없잖아. 우리가 사랑하는 건 결정들이지. P65

왜 눈물이 났던 걸까. 의자를 고치는 건 이렇게 쉬운데 나머지 일들은 너무 어려워서? 아니면 이젠 의자 고치는 일 같은 걸 당신에게 부탁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당신에게!
우리를 두렵게 하는 건 작은 일이에요. 우리를 죽일 수도 있는 거대한 일은, 오히려 우리를 용감하게 만들어 주죠. P9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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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어떤 남자도 당신 같지는 않아요. 모든 것들이 같은 것에서 만들어지지만, 사람들은 모두 서로 다르게 만들어지니까요. - P26

매일 밤 당신을 조각조각 맞춰 봅니다ㅡ아주 작은 뼈마디 하나 하나까지. - P27

은행나무. 이 단어를 읽는 당신의 목소리가 들려요. 당신의 그 저음이. - P90

나는 그녀가 말하지 않은 것, 그 침묵들에 화가 났어요. 그것들이 나를 분노하게 했죠. 말없음은 미덕이고, 당연히, 종종 꼭 필요할 때도 있겠죠. 하지만 그녀의 침묵들은 절망에서 비롯된 것이었어요. - P101

어찌 됐든, 노인이 들어간 방 맞은편에 있는 감방의 동료 수감자가 상황을 알아차리고 따라서 소리치기 시작했고, 그렇게 고함 소리가 옆방으로 옆방으로 서두르디 않고 이어져 나가다가, 그 층에 있던 수감자들이 모두 소리치게 되었죠. - P131

돌아오는 길에는 수레를 끌며 고철을 모으고 있는 베드를 만났어요. 그는 벌집에서 꿀을 뽑아내는 기술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꽃이 다 진 지금이 바로 꿀을 모으는 때인데, 그래서 그도 이야기를 꺼낸거겠죠. 완벽하다고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 그가 말했어요. 하지만 완벽한 건 그다지 매력이 없잖아. 우리가 사랑하는 건 결정들이지. - P65

왜 눈물이 났던 걸까. 의자를 고치는 건 이렇게 쉬운데 나머지 일들은 너무 어려워서? 아니면 이젠 의자 고치는 일 같은 걸 당신에게 부탁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당신에게!
우리를 두렵게 하는 건 작은 일이에요. 우리를 죽일 수도 있는 거대한 일은, 오히려 우리를 용감하게 만들어 주죠.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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