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내가 가질게
안보윤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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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내가 가질게』


안보윤 소설
문학동네

 

 

피해자들의 이야기. 약해서 당한 게 아니었고 스스로 선택에 의한 것도 아니었다. 억울했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고 외로움 속에 견뎌야 했던 시간들의 생각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밤 속에 있을 그들을 꺼내주고 싶었다. 

 

📚 어떤 진심

 

유란은 사모님이라 불리는 엄마를 따라 황목사의 교회로 전재산을 팔아 헌금하고 교회 작은 방에서 산다. 열매가 되고 또 다른 열매를 데리고 오는 일을 하다 칭찬을 받으며 신이나서 더 광신도 집단의 일원이 되어간다. 

종교에 심취하면 그 믿음은 당시에는 진심이다. 함께 한다는 이름으로 연대감처럼 사명을 띤 열정을 끓어오르게 하기도한다.  더욱 진실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모든 것을 내어주며 종교가 주는 테두리 안에서 소속, 안정감을 느끼지만 그 경계 한 발자국만 벗어나면 소름끼치도록 알고 싶지 않을 것이다. 

 

사과받는 신도들이 진저리를 칠 때까지, 더이상 사과받지 않기 위해 무언가를 실행하고 말 때까지 집요하게 반복되는 사과였다. P35

 

📚완전한 사과

 

범죄를 저지른 오빠로 인해 일자리도 잃었다. 다 털리는 오빠. 그 가족인 나도. 잘못이 없어도 가족이라는 이유로 손가락질 받지만 나는 그들처럼 손가락질 할 수도 없다. 억울하다. 두려움에 숨죽이며 살았던 그때도 지금도. 
등하교 도우미로 만난 동주가 한번만 이기고 싶다며 욕을 알려달라고 했을 때도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 일로 결국 해고되었지만 승규에게 괴롭힘 당하던 동주를 보고 떼어내다 넘어뜨린다. 어른이 아이에게 밀친 꼴이 꼭 우습지만 사과를 받아내고 싶다. 정작 사과는 오빠에게 받아야하는데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도 흐려지는 법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 견디는 시간 동안,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질 때까지의 시간동안이 생각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버려지는 시간 같다. 생산적이고 무얼하고 싶지만 타인으로 인해 감옥에 갇혀있는 꼴이라니. 끔찍하다. 

 

쓸모없는 시간을 전부 견디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생존할 힘이 생기는 것일지도. 그것은 개인의 일로 타인이 간섭할 분야가 아니다. 생존에 관련된 일이라면 더더욱 손을 뻗어서는 안 된다. 입안에 폭죽을 숨긴 채 함부로 타인을 헤집고 다녀서는 안 된다. P56

 

그날 밤 이후로 나는 오빠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오빠가 아닌, 오빠가 훼손한 것들에 대한 생각이다. 어떤 진심도 가닿을 수 없는 사라진 것들에 대한 생각이다. P62

 

📚애도의 방식

 

<완전한 사과>의 동주가 초등학교부터 승규에게 당하는 괴롭힘은 이어졌다. 심리적 압박의 행동처럼 두 팔을 느러뜨린다. (완전한 사과의 나처럼) 
승규는 사고로 죽었지만 사람들은 가해자를 찾고 싶은건가 불행한 사건으로 만들어야 가십이 되나. 소문이 사람을 더 잡는다. 그보다 더한 건 승규 엄마의 진실 찾기. 동주가 일하는 곳까지 따라다니며 묻는다. 진실이 무엇이냐고. 
사건리 종료되어도 나를 괴롭히는 건 소문과 괴롭힘의 기억과 상처받은 마음은 여전하다. 

 

나는 진심을 담아 말한다. 알 리가 없다. 이미 으깨진 것을 기어코 한번 더 으깨놓는 사람의 마음 같은 건. P97

 

📚바늘 끝에서 몇 명의 천사가

 

스토커에게 시달리는 하진. 경찰도 짝사랑으로 치부하며 훈방조치를 해버린다. 내 집인데 내가 없는 동안 자기 집 인 듯 물건을 사용하고 머물렀다는 생각에 두려움으로 옆집 사람의 친절로 그 집으로 발을 들인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유영이었지만 하진에게 따뜻했다. 내밀어준 손 하나에 견디고 침묵을 깰 용기가 생기는 것. 
윗집은 <완전한 사과> 속의 오빠네 집. 

 

내 침묵은 나를 위한 거였어. 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가 지금까지는 침묵밖에 없었던 것 뿐이야. P135

 

📚미워하는 일

 

세연의 엄마는 <어떤 진심>의 황목사 교회 다닌다. 종교에 빠져 세연을 방치하는 것을 불쌍히 여긴 엄마는 집에서 다정히 보살펴준다. 나는 엄마의 사랑을 빼앗긴 것만 같아서 세연의 일기장에 도둑년이라는 말을 하며 상처를 준다. 세연이 사고로 죽었지만 자신의 탓으로 죽은 것만 같아서 지옥같은 날들이다. 
홀로 힘들었을 세연은 언니가 멀어지는 과정들이 힘들었을텐데. 결국은 사이비종교 황목사 교회 때문이다! ㅎㅎ

 

그럼 아무 일도 없었던 거잖아.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러니까 유난 떨지 마. P165

 

📚미도

 

어릴 때부터 잘못된 인식은 그것이 학대인지도 모를만큼 흐리게 만든다. 

 

ㅡ엄마가 죗값을 다 받았으면 좋겠어. 지은 죄만큼 정확히. 너는 항상 너의 동생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모자란 사람도 다만 선한 사람도 아닌 너의 동생 같은 사람. 학대는 그냥 범죄라고 너의 동생은 말했다. 사과할 때 조건이 없듯 범죄에도 붙일 수 있는 이유가 없다고. P209

 


 

 

📚밤은 내가 가질게

 

<미도>의 그 문제 언니 이야기. 오피스텔 보증금 빼고, 남자한테 공연 비용을 준다고 사금융 돈을 끌어다 쓰고 사이비 집단에 빠져 우주진리 명상을 한다고 통영까지 가고 여행에서 만난 남자와 살림을 차리는 그 언니. 
착한 언니이지만 불필요한 희생과 속임에 빠지는 모습을 매번 볼 때마다 화가난다. 그렇게 화가나는 것도 언니탓이라 생각했고. 유기견을 데리고 오는 언니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늙고 병든 ‘밤톨이’ 개는 ‘밤은 내가 가질게’라며 팬던트를 떼어버리고 ‘토리’라는 이름으로 지어준다. 

불쌍한 언니. 주변에도 아주 답답하다 싶을 만큼 물러터진 사람들이 있다. 이들도 생각이 없어서 그런게 아닐텐데. 비난과 공격에 자신 탓이라며 더 움츠러들고 약하게 만들어버리는 것은 아닐지. 밤을 가져가겠다고 마음은 단단한 언니를 보면 이들도 넓은 마음을 내면엔 품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족이라는 단위로 묶일 때마다 나는 여러 가지를 헐값에 팔아넘기는 기분에 사로잡히곤 했다. 정체성이나 이성, 합리적 태도처럼 함부로 내려놓아서는 안 되는 그런 것들을. P224

 

이 세상은 공평해. 네가 선을 가지면 저쪽이 악을 가져. 네가 만만하고 짓밟기 좋은 선인이 되면 저쪽은 자기가 제멋대로 굴어도 되는 줄 안다고. P231

 

희망이 가장 두렵고 끈기가 가장 무서운,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는 걸 끝끝내 인정하려 들지 않는 선하고 한심한 언니가.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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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동네’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사과받는 신도들이 진저리를 칠 때까지, 더이상 사과받지 않기 위해 무언가를 실행하고 말 때까지 집요하게 반복되는 사과였다. P35 <어떤 진심> - P35

쓸모없는 시간을 전부 견디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생존할 힘이 생기는 것일지도. 그것은 개인의 일로 타인이 간섭할 분야가 아니다. 생존에 관련된 일이라면 더더욱 손을 뻗어서는 안 된다. 입안에 폭죽을 숨긴 채 함부로 타인을 헤집고 다녀서는 안 된다. P56 <완전한 사과> - P56

나는 진심을 담아 말한다. 알 리가 없다. 이미 으깨진 것을 기어코 한번 더 으깨놓는 사람의 마음 같은 건. P97 <애도의 방식> - P97

내 침묵은 나를 위한 거였어. 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가 지금까지는 침묵밖에 없었던 것 뿐이야. P135<바늘 끝에서 몇 명의 천사가> - P135

이 세상은 공평해. 네가 선을 가지면 저쪽이 악을 가져. 네가 만만하고 짓밟기 좋은 선인이 되면 저쪽은 자기가 제멋대로 굴어도 되는 줄 안다고. P231<밤은 내가 가질게>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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