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교토 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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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를 위한 교토 답사기』

유홍준 지음 
창비 출판

교토의 가볼만한 곳, 맛집 같은 흥미를 끌 수 있는 내용도 있지만 역사와 추천 장소에 가봐야 하는 이유를 강의를 듣는 것처럼 상세하게 알려주어서 마냥 여행 길라잡이로 분류하기에는 아깝다. 『여행자를 위한 교토 답사기』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의 너무 자세한 내용을 교토여행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자 간략하게 핵심만 추려서 한권으로 나온 책이다. 교토 관광안내서에는 도시 중심의 낙중, 그 외곽은 낙동, 낙서, 낙담, 낙북으로 소개되어 있는데 16세기 말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도시를 개조할 때 어소를 중심으로 토축을 쌓으면서 안쪽인 낙중과 바깥쪽인 낙외을 구분한데서 유래했다. 

1️⃣제 1부는 교토의 전사(前史)로 일본의 수도가 교토에 정착하기 이전 아스카시대와 나라시대의 대표적인 사찰인 법륭사와 동대사가 실렸다. 아스카시대는 고구려 담징이 그린 벽화와 백제관음이라는 우아한 불상을 소개한다.  

일광보살, 월광보살 등의 예술품을 보고 아름다운 자태에 감탄을 마음껏 하지 못하는 역사적 사실을 떠올리기보다 예술품 자체로 감상하고 예술적 가치로만 바라보는 시선도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무척 공감도 갔다. 교토 여행을 나선다는 것은 이미 비극적 역사, 불편하게 일본을 바라보는 시각을 조금은 벗어나보자는 마음도 있었을테니까. 

그리고 고도 나라를 상징하는 문화유산 동대사 금당에 안치된 대불을 보지 않는다면 경주에 가서 불국사를 안보고 가는 것이라며 꼭 보아야 한다고 적어두었다. 대불 제조는 백제 멸망시 이주해간 도래인의 공이 컸다고 하는데 사실 동대사는 사슴이 많아 사슴먹이를 주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런 역사가 있었다니.. 알고 가야 제대로 보는 것만은 확실하다!

2️⃣제 2부는 교토가 역사도시로 발전해가는 각 단계에서 조성된 명소를 소개했다. 
백제계 도래인 후손인 사카노우에노 다무라마노 장군이 창건한 청수사는 소리샘의 맑른 물이 흐르는 위치도 좋고 십일면관음보살상의 영험 때문에 인기가 많다. 이후 왕실 원당 사찰이 되면서 참배객들이 늘었고 본당 안의 28부중상은 사진으로 보아도 명작다운 모습이다. 

후시미 아니러 신사에는 입구 부터 화려한 설치미술 센본토리이가 있는데 붉은색에 강렬하게 다가오는 이유도 특이했다. 과거 전투에서 장수 이하 2천명이 활복자살을 해 물든 핏빛 나무를 양원원과 정전사의 천장 나무로 썼다는 것! 금적색의 상징을 조상의 위업이 서린 유적으로 보는 일본인의 정서는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뒤로하고 삼십삼간당의 천수관음상 1천분은 사진으로 보아도 멈칫하는데 실제 방문한다면 한참을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았을 듯하다. 화려함과 정밀성을 담은 권세의 상징을.

✔️일반적인 유명하다는 명소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흔적들이 담긴 유서들을 찾아 담았다는 게 많이 느껴져서 일본 역사 공부하는 느낌과 우리나라가 잃어버리고 놓치고 있던 숨은 역사들을 함께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3️⃣제 3부는 교토의 명소로 무로마치시대의 대표적 선종 사찰과 유명한 정원를 소개한다. 신라에서 보내준 것으로 전하는 일본 국보 제1호 ‘목조미륵반가사유상’이 있는 가장 오래된 사찰 광륭사를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낙동에 청수사가 유명하다면 낙서에는 단풍으로 유명한 천룡사가 있었다. 이끼 정원이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서방사’, 일본 정원사의 조원지인 ‘방장 정원’, 천룡사 북문으로 나가면 보이는 일본 죽도의 90%를 만들어 낸다는 ‘사나노의 죽림‘까지 절로 다음 여행으로 산책하고 싶은 장소로 이미 마음 속으로는 찜했다.

🪨 스님의 수행공간인 고요하고, 정갈하고, 아름답고, 평범성의 가치를 드높여주는 ’용안사의 석정‘은 마른 산수 정원이라고 했는데 물도, 나무도, 풀도 없이 돌로만으로 배치한 정원은 강렬한 인상이다. 이 정원을 보고 유홍준작가님은 존 케이지(John Cage)의 4분 33초동안 아무것도 연주하지 않는 4’33’’ 곡을 예로 들었는데 사진과 곡이 너무 잘 어울려서 다소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는 정원의 모습을 그 속에 담겨 있을 정신세계의 표현의 결과임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책 중에서 이 정원의 공간이 너무 좋았음🩶 침묵으로 정원을 바라보는 관람객들의 뒷모습 마저도..)

금각사는 환상이라 표현하며 교토에 와서 금각사를 보지 않았다면 다시 교토를 와야할 만큼 뜻을 담았다. 거울처럼 맑은 경호지에 3층 누각 건물이 물결에 흔들리는 그림자를 보고 환상을 일이킨다고 했는데 작가님은 흩뿌리는 눈발 속 금빛을 발하는 당당함에 시각적 관능미라 표현하며 아름다움을 말했다.

✔️시대의  미술, 건축에 대해 설명도 상세하지만 이 책에서 돋보였던 것은 정원의 사진과 해석이었다. 일본인들은 정원에 대한 생각이 각별했는데 역사의 사상에 따라 양식이 변화되고 새롭게 창출되며 일본미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한국회화사를 전공하셔서인지 문화재 역사에 대하여만 알리지 않는다. 남선사의 ‘어제비장전’ 목판화는 몽골 침입 때 불타 없어지고 인출되어 일부만 소장되어있다고 했는데 고려시대 일반 회화도 상당히 높은 수준일 것이라며 미술사 전공자들에게 이 기억을 환기해주고 싶다 하셨다. 
책의 마지막에는 교토 도시샤대학으로 유학왔던 시인 윤동주와 정지용의 자취도 담고 있다. 도쿄여행은 일본의 역사뿐만 아니라 근대지성사의 일본과 한국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해주는 듯해서 도쿄에 여행을 다시 가게된다면 우리나라 역사의 흔적에 대해 나도 찾아보아야 할 것 같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여행지인 교토는 간략하다고 적은 이 책에서만도 너무 많은 유적지와 문화유산이 나온다. 교토 여행계획이 있다면 길잡이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이 책은 꼭 읽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욕심내서 여러군데를 대충보는 여행보다 한두 곳만 가도 진정한 도쿄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더 좋다 생각한다. 미술관도 도슨트 깊이감 있는 해설을 한 작품을 보기 위해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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