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이야기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30
윌리엄 트레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지막 이야기들』

(세계문학전집 230)

 

윌리엄 트레버 지음

민승남 옮김

출판 문학동네

 

윌리엄 트레버가 말년에 쓴 10편의 단편소설이다. 인물들이 느꼈을 감정들이 꼭 시를 읽는 듯한 느낌같아 조금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다. (반복해서 읽거나 앞으로 자꾸 넘기며 내가 이해한 내용이 맞는지 확인했으니 😅)

“늘 단편소성 작가임을 자랑스럽게 내세웠던 윌리엄 트레버는 단편의 아름다움은 하나의 순간을 포착하여 그것을 영원하게 만드는 데 있다고 말했다. 삶의 진실이 폭발하는 순간을 글에 담을 때는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모두 없애고 가능한 한 분명하고 간결하게 서술해야 한다.” -윌리엄 트레버

 

작가는 단편에 대해 함축적, 절제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지 문장 하나 하나에서 파도처럼 밀려오는 감정보다 어두운 아래에서 올라오는 듯한 무게감 있는 감정들이 느껴졌다.

 

말년에 쓴 글들이라 그런지 인물들이 시련에도 충격적 사실에도 큰 흔들림 없이 초연한 듯한 모습이다. 한 편 한 편에서는 큰 재미나 감동이 없지만 다 읽고 나서 묵묵히 견디고 있을 인물들이 매력으로 기억되었다.

 


 

 

📚 피아노 선생님의 제자

 

어둠 속에서 그녀는 그런 의구심이 어디에서 왔으며,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과 관계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는 채 깡그리 밀어냈지만, 마치 그녀가 이해하지 못하는 진실이 과거에 그녀를 기만했던 그림자들 위로 빛을 던지듯 의구심은 늘 다시 찾아왔다. P15

 

집안의 물건들이 제자로 인해 하나씩 사라지는 모습에 미스 나이팅게일은 혼란스럽다. 소년도 천재성이 본인에게 없다는 것을 알고 관심을 끌기 위해 훔친 것은 아닐까.

 

소년의 부재로 평온을 찾았지만 그 방. 공간 속에서 외로웠지만 딸을 잘 키운 아버지를 떠올리기보다 기혼임에도 자신에게 고백한 사랑하는 연인이나 물건을 훔친 소년이 자신의 약점을 이용한 것에 희생자가 된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

 

하지만 성장한 소년이 그 공간에 다시 돌아와 피아노 연주를 하게되고 미스 나이팅게일은 그 연주를 들으며 자신의 생각들은 아름다운 연주와 비할바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가져 간 그 기혼남성을 잊지 못하는 것인지 아버지의 추억과 물건이 사라져가는 것에 괴로움을 느끼기도 하고 자신을 책망하며 불안함을 제자에게 돌린듯하다.

 

📚장애인

 

그녀와 장애인. 칠쟁이들이 기다리는 것은 그녀가 가지고 올 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추측도, 몇 번을 읽어도 가장 이해 안가는 소설ㅠㅠ

 

📚다리아 카페에서

 

과거는 너무 멀리 있어서 그 웃음소리는 메아리치지 않고 희미한 그림자들은 흩어져버린다. P59

 

바깥의 거리는 고요하고 그녀는 거기서도 혹시 다가오는 발걸음소리가 들리나 기다린다. 그 거리를 떠났다가 돌아와서 다시 기다리고, 그녀의 주위에서 밤이 비어간다. P63

 

애니타는 자신의 남편과 바람난 친구 클레어를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보며 떠올린다. 그 모습이 자신은 결혼 생활의 집인 공간에서 벗어나 고독 속에 살았고, 클레어 또한 그 공간에서 쓸쓸하게 지냈음을 알게 되었을 때 그 쓸쓸을 견디고 지낸 클레어를 용서한 것은 아니었을까. 결국엔 사랑도 아니었을 그 남자로 애니타와 클레어의 텅 빈 마음이 팔리지 않는 집처럼 영혼음 텅 빈 것처럼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레이븐스우드 씨 붙잡기

 

로잰은 잠시 자신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상태로 듣고 있었다. 음악에 최면성이 있었고, 방이 움직였다. 은행에 자주 찾아오는 남자의 얼굴을 이리저리 미끄러지기도 하고 겹치기도 헸다. 그녀는 속이 울렁거렸다. P80

 

나쁜 남자 키스를 사랑하는 로잰. 홀로 아이를 키우기엔 힘들다. 부자 레이븐스우드 씨가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는 것을 알고 돈을 목적으로 만남을 거절하지 않는데 마지막에서 이런 마음을 먹은 로잰의 상상처럼 끝이 난다.

 

📚크래스소프 부인

 

그곳의 널찍함과 조용한 거리들이 침울하게 에서리지를 마주보았고, 그들이 즐겨 찾던 재즈 펍은 평범해 보였으며, 강은 매력이 없었다. 창가 화분들에 다시 피어난 꽃들은 추억과 위안을 주어야 마땅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P89

 

미스터리 결말들이다.

똑부러지지 않고 추측과 상상으로 끝이난다. 거짓으로 가득했던 크래스소프 부인. 🤔

 

📚모르는 여자

 

해리엇은 울었고, 눈물로 흐릿해진 시야에 그녀의 정원에 펼쳐진 아름다움이 들어왔다. 그 아름다움은 더 퍼져나가다가 일그러지며 사라졌다. 그녀는 그 아름다움이 돌아오는 걸, 다시금, 전보다도 더 찬란하게 빛나는 걸 지켜보았다. 하지만 모든 게 잘못된 세상에서 그 아침은 하나의 조롱으로 보였다. P129

 

자살한 청소부. 에밀리 밴스는 사고였을 지도 모르겠다. 생각처럼 삶이 살아지지 않는 에밀리에게도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무관심, 위로와 용기보다 냉담한 시선이 그들 스스로 고립시키고 절망으로 가게 만든 것일 수도.

 

📚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그는 언니가 자리를 비운 후에도 계속해서 말했다. 물론 그도 알고 있었다. 대화를 이어가는 건 친절 행위였다. P152

 

비니콤 부인은 남편을 집착. 남편은 올리비아를 집착.

한 번의 미소, 친절함은 상대방에게 호의로 관심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고 산다. 그런 무심코 행한 행동들로 인해 나는 알지 못하는 무서운 범죄와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잘못된 사랑법. 스토커가 떠오른 소설이었다.

 

📚조토의 천사들

 

그는 자신의 삶 ㅡ그가 알고 있는 만큼의ㅡ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볼 때면, 관련성을 찾을 수 없는 작은 쪼가리들과 흐릿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어 그의 손에 맡겨지는 손상된 캔버스들과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그의 이름은 콘스탄틴 네일러였다. P158

 

그림 복원가로 훌륭한 능력을 지녔지만 온전하지 않은 정신으로 돈도 빼앗기고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 이 소설에서는 이런 약한자들이 가진 것을 모두 빼앗으려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 마치 우리 주변에도 있을 법한 이야기.

 

📚겨울의 목가

 

끝나지 않았다. 기억이 허락하지 않을테니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상처받은 사람들은 점잖게 사라지지 않고 악마들을 풀어놓는다. P202

 

유부남 선생님인 앤서니. 그의 미소, 연푸른 눈동자, 그의 손, 입술, 서있는 자세, 동작, 조용한 웃음을 사랑한 메리 벨라는 누군가의 행복을 빼앗는 이런 사랑이 끝이 올 것이라는 불안으로 바로 앞에 사랑이 있지만 지금 느끼는 고독이 지독해질 것임을 알아간다.

 

책에서는 장소에 깃든 추억들이 자주 등장한다.

시간이 지나 사람이 바뀌어도 장소는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고 누군가 그 기억을 알아차렸을 때에만 특별해질 뿐, 그림자처럼 음각하여 존재할 뿐이라는 듯. 사랑의 대상들은 왜 하나같이 나쁜 남자 인걸까.

 

📚 여자들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들의 모호한 세계, 허세가 섞인 감행과 가장, 이야깃거리가 되는 드라마에는 짜릿한 흥분이 있었다.

그런 허술한 가정과 짐작이 서실리아의 머릿속으로 슬그머니 들어와 자리를 차지하고 떠나지 않았다. 분명하고 거의 확실한 것에 불안하게 도전하는 그 추정들은 애매하고 미숙했다. 하지만 그것들은 엄연히 존재했고, 서실리아는 마음에 위안을 주는 그 의혹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였다. P240

 

윌리엄 트레버의 글 속에는 부인이 떠났어도 끝까지 딸의 곁을 지켜주는 아버지들이 있다. 딸은 그 보살핌이 싫었을까 좋았을까 하는 걱정들이 살짝 보이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흔들리는 모습까지도 끌어안고 견딜 수 있게 바라봐주는 아버지는 멋있다.

 


 

 

#마지막이야기들 #윌리엄트레버 #민승남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소설집 #세계문학을읽는물결 #아일랜드문학 #북클럽이달책 #북클럽문학동네 #독파 #독파챌린지


끝나지 않았다. 기억이 허락하지 않을테니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상처받은 사람들은 점잖게 사라지지 않고 악마들을 풀어놓는다. - P202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들의 모호한 세계, 허세가 섞인 감행과 가장, 이야깃거리가 되는 드라마에는 짜릿한 흥분이 있었다. - P24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