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 두번째 - 2023 시소 선정 작품집 시소 2
문보영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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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 두 번째: 2023 시소 선정 작품집』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의 다채로운 시와 소설의 풍경을 한 권으로 만나는 '시소'에서 사계절을 꼽아 선정한 '임솔아 윤혜지 문보영 주민현'의 시와 '이미상 전예진 최진영'의 소설을 만나볼 수 있다. 봄 소설 이주혜 작가님의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는 실리지 않았는데 나는 읽어본 적이 있으므로 😊 장편소설로 출간되기를 기다려본다. 

계절에 어울리는 시와 소설을 모아 본다는 것이 온도와 풍경에 어울리는지 생각하게 되었는데 이상한 평화로움을 시작으로 시한부가 사랑을 말하는 글까지 묘하게 사계절이 떠올랐다. 

각 시와 소설 후 문학평론가와 작가의 인터뷰를 읽는 재미가 더 좋았다. 내가 생각하는 해석도 좋지만 작가님의 생각을 들으니 시와 소설이 더 풍성해진 느낌이었다. 인터뷰 끝에 qr코드를 찍으면 영상을 볼 수 있어 북토크에 참가한 듯 좋았다 😌 이렇게 만난 작가님들이 새로 출간하거나 글을 쓰시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


📖봄 시-임솔아

<특권>
방에 들어온 햇빛을
색종이처럼 접으며 논 적이 있었다. 

반복해서 접으면 유리병에 모아둘 수 있었다. 
모으다보면 왠지 소원을 빌어야 할 것만 같았지만. 

망해가는 것도 특권이라는 말을
친구는 들었다. 
그 말이 도움이 되었다 했다. 
아무것도 빌지 않기로 했다. 
그게 우리의 소원이기로 했다. 


🎤인터뷰
이상한 평화로움 속에서 
임솔아x노태훈

누군가가 힘든 상태일 때, 진심으로 힘을 주고 싶을 때, 그러나 어떤 말도 전달되지 않는 것만 같은 때가 있었어요. 상대방의 기분을 잠깐 나아지게 할 수는 있었지만, 금세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만 같은 무력감을 느꼈달까요. 반대로 어떤 말도 저한테 전달되지 않는 것 같은 때도 있었죠. P22 

✏️특권이라는 것이 나에게 해당될 수도 상대방의 행동이 내가 느끼는 것과는 다를 때 느끼는 것인데. 무언가 권력에 의해 움직이는 힘들이 아니라 나와 상대방과 공감이 되지 않은 어떤 상황을 특권이라는 시에서 보였다. 이상한 평화로움 속에서라는 인터뷰 제목이 시와 딱 맞는 것 같아서 감탄이 절로 나온다. 

📖여름 시-윤혜지

<음악 없는 말>
평범한 것들이 마음에 닿았다 떨어지는 순간
등 뒤에 사람들만 볼 수 있는 사건을

잠깐 쥐었다 놓아도 쥔 감각을 놓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인터뷰
이상한 좋음, 말 없는 음악
윤혜지 X 김나영

나는 뭔가를 상대방한테 얘기하는데 그게 딱 100퍼센트 가까이 붙지를 않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내가 말할수록 오해하고 내가 정말 전하고자 하는 진실과는 멀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만약에 시를 쓴다면 ‘음악 없는 말’이 아니라 ‘말 없는 음악’ 같은 말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P52 윤혜지

🔖우리가 사소하게 취급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그런 말의 역할을 이 시가 굉장히 감각적으로 포착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앞서 좋아하는 구절이라고 언급한 문장들은 한편으로 보면 뭔가가 마음에 닿았다가 떨어지는 순간, 너무나 순간적이고 비가시적인 접촉이지만 그게 아주 크고 가시적인 사건의 시초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또한 담고 있는 것 같아요. P56 김나영

✏️시를 쓰면서 힘이 들 때 ‘당신이 쓴 것이 당신을 지켜줄 것이다’ 말을 듣고 힘을 냈다고 하는데 정말 멋진 말인 것 같다. 이번 인터뷰는 음악없는 말 시 하나로 노인, 음악, 어머니의 양말, 바다 등의 시 속의 단어에서 파생해서 깊이 있게 이야기 하는데 신기하게 어렵지 않고 참 좋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 두 분의 대화에 함께 동참을 하고 싶다고 느낄만큼. 


📖여름 소설-이미상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
모든 문장을 쭉 빨아올리며 꼭대기에서 탁 터뜨리는, 푹 꺼뜨리기도 하지만 그건 비위 약한 작가들을 위한 탁 터뜨림이고요. 여하튼 결정적인 한 장면, 사람의 마음을 쥐고 흔드는 한순간, 우리가 책을 덮고 고개를 젖혔을 때 공중에 떠 있는 그 뭐가 제 글에는 없대요. P72

틈 없는 정신과 틈뿐인 몸의 간극을 메운 것은 무수한 규칙이었다. P75

🎤인터뷰
끝나지 않는 독자의 모험
이미상 X 안서현

소설의 마지막이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마지막에 힘을 싣지 않더라도, 정말 아무 문장이나 넣더라도, 마지막은 마지막이라서 무조건 힘이 실리는 것 같아요. P120

📖가을 시 - 문보영

<두려운 상황에 대한 탈감각적 반응>

저기 공이 있는데
닿으면 죽어
저기까지 안 가는
시 쓰기 훈련 중인


<어딘가 맛이 간 이곳>
안 가면 지나간 게 돼

🎤인터뷰
쓰고 지우다 지나간 것들
문보영 X 조대한

사실은 마지막 문장을 읽고 싶었던 것 같아요. “어쩌면 다들 시간이 없어서 그러는지도 몰라”라는 부분인데요. 게오르크가
겪고 있는 어떤 갈등, 예를 들면 사람들의 사이가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거나 아니면 피하고 싶은 게 있다거나 그런 것들이요. P160

📖가을 소설 - 전예진

<베란다로 들어온>

누군가에게 이헤받는 게 이런 거구나. 채원른 내게 그런 감정을 느낀다고 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안도감이 들었다. 평생 서로에게 지금 같은 존재로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P177

🎤인터뷰
이 불안이 우리를
전예진 X 안서현

소설 속 화자는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선택적으로 외면하지만, 현실에서 우리는 어떤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조차 모를 때가 많잖아요. 편향된 정보만을 접하거나 아니면 같은 정보를 접해도 편향적으로 생각해버리거나요. 저도 그럴 때가 많아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사실은 그렇지 않은 상황을 거의 매일 마주치는 것 같아요. 그럴 때 느끼는 좌절감, 그리고 그 문제를 제대로 보지 않아서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되었을 때 느끼는 죄책감이 있잖아요. 그런 감정과 경험이 소설에 들어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P206 전예진

📖 겨울 시 - 주민현
<밤은 신의 놀이>

왜 이 동네엔 헌옷수거함이 없을까
모두들 영원히 버리지 않아도 좋을까

버리지 않게 되는 기억도 있지

🎤인터뷰
어둠을 바라보며 걷기
주민현 X 김나영

우리의 일상은 되게 매끄럽고 아름답고 평범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일상을 한 겹 벗겨보면 우리가 모르는 것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해요. 밝은 곳에도 어둠이 있고, 사람에게도 밝은 면도 있지먼 어두운 면도 있고요. 저에게 시 쓰기란 바로 그 모두가 바라보는 아름답고 밝은 면과 함께 그 한 겹 아래의 어두운 면을 모두 바라보는 작업이 아닐까 생각하고요.  P228 주민현

📖 겨울 소설 - 최진영
<홈 스위트 홈>

나는 죽어가고 있다. 살아 있다는 뜻이다. 죽음을 죽음 자체로 두기 위해 오래 버라볼수록 두려움보다 슬픔이 커졌다. 두려움은 막연했으나 슬픔은 구체적이었다. 거기 나의 희망이 있었다. 슬픔을 위해서 움직일 힘이 아직 남아 있었다. P251

🔖사랑을 두고 갈 수 있어서 나는 정말 자유로울 거야. 
사랑은 때로 무거웠어. 그건 나를 지치게 했지. 
사랑은 나를 치사하게 만들고 하찮게 만들고, 세상 가장 초라한 사람으로 만들기도 했어. 
하지만 대부분 날들에 나를 살아 있게 했어. 살고 싶게 했지. 
어진아, 잘 기억해. 나는 이곳에 그 마음을 두고 가볍게 떠날 거야. 그리고 하나 더. P259

🎤인터뷰
아직은 사랑보다 좋은 것을 발견하지 못했어요
최진영 X 노태훈

인간이라는 존재가 시간에 얽매여 살고 시간에 쫓기는 존재잖아요. 저 또한 시간에 얽매여서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이 있어요. 그럴 때 저는 거시적인 관점으로 확 물러나버려요. 미미한 인간에게 시간이란 한 방향으로 흐르는 과거, 현재, 미래죠. 어제와 내일이고요. 하지만 우주 공간에는 시간이 없잖아요. 시간은 지적 존재인 인간이 만들고 약속한 개념이고요. 인간은 시간이란 개념을 만들어서 많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에 굉장히 얽매여 살아가고 있죠. 그렇게 가끔 거시적 관점으로 세상과 나를 바라보면 다른 생각이 들기도 해요.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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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음과모음'으로부터 도서제공 받았습니다.




사랑을 두고 갈 수 있어서 나는 정말 자유로울 거야. 사랑은 때로 무거웠어. 그건 나를 지치게 했지. 사랑은 나를 치사하게 만들고 하찮게 만들고, 세상 가장 초라한 사람으로 만들기도 했어. 하지만 대부분 날들에 나를 살아 있게 했어. 살고 싶게 했지. 어진아, 잘 기억해. 나는 이곳에 그 마음을 두고 가볍게 떠날 거야. 그리고 하나 더.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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