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웰의 장미 - 위기의 시대에 기쁨으로 저항하는 법
리베카 솔닛 지음, 최애리 옮김 / 반비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웰의 장미』


​리베카 솔닛

최애리 옮김

반비 출판

'리베카 솔닛'이 그려내는아름다움과 기쁨의 작가 '조지 오웰'

 

 

 

🌹오웰의 장미 하나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무척 경이로웠다. 

대단하다는 말 밖에🫶

읽으면서 좋았지만 어떤 기록을 남겨두어야 내가 나중에 떠올릴 수 있을지, 서평으로 어떤 내용을 써야할 지, 근래 읽은 책 중 가장 오랜 시간 읽은 것 같다. 그런 와중에도 좋은 글이 많아 플래그는 엄청 붙였다. 🔖

🌹이 책은 오웰이 심은 6펜스짜리 장미 묘목에서 영국의 석탄산업을 거쳐 기후위기까지 이어지는데, 정치와 세계사, 추구했던 이념들을 오웰의 일생과 오고가며 설명하는 리좀형(식물이 뿌리를 뻗어가는 형상)으로 쓰여져 어렵다고 생각이 든 것도 같다. (정치와 이념은 나에게는 늘 어렵다😭)

🌹오웰의 부친은 영국령 인도행정부 아편국 소속으로 식민지 인도에서 부를 이루었는데 오웰은 미얀마와 인도에 5년간 경찰관으로 근무하며 영국 제국주의가 저지른 식민지의 악행을 마음 깊이 느낀다. 이후 영국으로 돌아와 글을 쓰는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부모의 바램대로 상류 삶을 사는 대신 파리 빈민가와 런던 부랑자들의 극빈생활을 실제 체험하거나 시골에서 가게를 하는 삶을 택한다. 본명 에릭 아서 블레어 (Eric Arthur Blair) 대신 필명인 조지 오웰(George Orwell)을 사용한 이유도 억압적인 체제를 비판하는 글을 쓰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오웰의 이야기로 방대한 정보들이 쏟아져나오는데 오웰 덕후가 쓴 책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세밀하고 그 시대를 다녀온 듯 묘사도 좋았다. 특히 오웰이 자연을 사랑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것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문학 작가가 아닌 세상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게 해주었고 오웰의 작품을 모두 읽지 않았음에도 사랑하는 자연이 파괴되지 않고 아름다움을 간직한채 있기를 바라는 듯 했다. 

📖“이 석탄과 저 멀리 떨어져 있는 광산의 노동을 연결하는 것은 아주 드물고 일부러 정신적 노력을 해야 하는 일이다”라고 오웰은 자신이 집에서 태우는 연료에 대해 쓴 적이 있다. 장미를 그 온실들에서 이루어지는 노고와 연결하는 것은 한층 더 드문 일일 것이다. 그 온실들은 눈에 보이는 즐거움을 생산하는 보이지 않는 공장들이다. 

P273

🌹석탄과 광산의 노동들과 장미와 장미공장의 노동들(미국에서 소비되는 장미의 80%가 콜롬비아의 환경을 파괴하고 노동력을 착취하며 삶을 황폐하게 만드는 공장 생산품임을 폭로하는 이야기)는 노동자 입장에서 생각을 많이 한 사람이구나를 느끼게 했다. 

우리가 보는 아름다움들과 따뜻하고 편안함들이 있기까지 그들의 고된 노동에 대하여 알지 못하는 것은 잘못된일이라 말하는 것 같았다. 오웰은 뿌리처럼 내려가 어둠을 바라보는 시각을 알게해 주었는데 아름다운 외관 뒤의 보이지 않는 노동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 좋았다.(기후 위기로 인해 2025년 석탄기의 종료로 광산 노동자들을 떠올릴 수 없겠지만)

📖 생각, 햇빛, 꽃, 그들이 원했던 것은 손에 잡히는 것뿐 아니라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 필요한 만큼이나 즐거움에 속하는 것들과 그런 것들을 추구할 시간, 내적인 삶을 살 시간과 바깥 세계를 쏘다닐 자유였다. 

P122-123

🌹‘빵과 장미’라는 문구에서는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볼 수 있었는데 인간다운 삶을 위해 노동의 시간이 아닌 자유의 시간을 원했다. 무력으로 싸움을 하는 투박함보다 장미를 볼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갖게 해달라고 외치는 부분은 아름다운 장면으로 기억 남는다. 그들이 보이지 않는 추구하는 삶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것을 장미 한 단어를 통해 알 수 있게 하다니!!놀랍다. 

🌹리베카 솔닛은 글 잘쓰는 작가로 남을 조지 오웰이라는 사람을 장미꽃처럼 사람들 속에 영원히 살게 해준 것 같다. 장미처럼 아름답고 향기로운 그 꽃이 피고 지는 동안의 세월을 거처간 사람들처럼 나도 그 사람들 중 하나로 장미를 볼 때마다 오웰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다. 

📖“하지만 나는 책을 쓰는 일도, 그저 좀 긴 잡지 기사를 쓰는 일도, 그것이 또한 심미적인 경험이 아니었다면 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내 작품을 꼼꼼히 읽는 사람이라면, 노골적인 선전 글이라 해도 전업 정치인의 눈에는 무관하게 보일 대목들이 많다는 걸 알 것이다. 나는 어린 시절에 갖게 된 세계관을 완전히 버릴 수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살아서 정신이 멀쩡한 한, 나는 줄곧 산문 형식에 애착을 가질 것이고, 이 땅의 표면을 사랑할 것이며, 구체적인 대상들과 쓸데없는 정보 조각들에서 즐거움을 맛볼 것이다.” 무관하게 보일 만한 것이란 일련의 즐거움들과 개인적인 열심들이다. 마치 ‘빵과 장미’에서 장미처럼 말이다.(어린 시절에 갖게 된 세계관이란 많은 사물에 대한 폭넓고 길들여지지 않은 흥미, 특히 뒤이은 문장에 나오는 땅의 표면에 대한 사랑 같은 것일 터이다.) 

P308


 


📖 책 속 밑줄긋기

글쓰기는 답답한 일이다. 자신이 무엇을 하려는지, 또 언제쯤 끝날 것인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작업을 마친 후 몇 달, 몇 년 혹은 몇십 년 후에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전혀 확신 할 수 없는 일이다. 글쓰기로 무엇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그들이 싸우자고 나타나지 않는 한)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대체로 알아볼 수 없는 일이다. P67-68

 

오웰은 자신이 글로써 반대한 것들, 즉 권위주의와 전체주의, 거짓말과 프로파간다(그리고 대충 넘어가기)로 인한 언어와 정치의 타락, 정치적 자유의 근간인 프라이버시의 잠식 같은 주제들로 널리 알려졌다. 그런 힘들로부터, 그가 긍정적으로 추구한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다. 평등과 민주주의, 언어의 명확성과 의도의 정직성, 사생활과 그 모든 즐거움과 기쁨, 정치적 자유와 어느 정도 그 기반이 되는, 감독과 침범을 받지 않는 프라이버시, 그리고 즉각적 경험의 즐거움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그런 긍정적인 것들을 굳이 반대되는 것들로부터 유추할 필요는 없다. P73


멀리서 꽃다발이나 꽃을 보고 감탄하며 다가갔다가 조화인 것을 알게 될 때의 실망에는 묘한 데가 있다. 부분적으로는 속았다는 사실에 실망하기도 하지만, 살았던 적이 없으므로 죽지도 않을 물건을 만나는 데 대한 실망도 크다. 조화는 땅에서 자라난 것이 아닌 정물이며, 시들어버릴 꽃만큼 산뜻하지 않은, 조잡하고 건조한 느낌이 있다. P112

 


 


오웰의 장미들과 그것들이 어디에 이르렀는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우회가 많은 과정이고 어쩌면 리좀형 rhizomatic의 과정이다.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가기 위해 ‘러너’라 불리는 뿌리들을 내는 딸기 같은 식물들을 묘사하는 이 말은 철학자 질 들뢰즈 Gilles Deleuze와 펠릭스 과타리 Felix Guattari가 탈중앙화 내지 비위계화된 지식의 형태를 묘사할 때 차용되었다. P173

*땅 위로 뻗어가면서 뿌리를 내리는 식물의 ‘뿌리줄기’가 리좀(rhizom)인데, 마임드맵처럼 쉽게 뿌리를 뻗어나가는 형상을 리좀에 비유하여 ‘리좀형’이라 한다.


진실에 대한 상시적인 전쟁은 국내적으로나 전 지구적으로나 모든 권위주의의 기반이다. 따지고 보면, 모든 권위주의는 우생학과 마찬가지로, 권력은 불평등하게 배분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전제로 하는 일종의 엘리트주의이다. P199


낮아지기를 원하기 위해서는 안전하게 높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하며, 시골을 원하려면 도회적이어야 하고, 거칠기를 원하려면 부드러워야 하고, 이런 식의 진정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인위성에 대해 불안해야 한다는 것 말이다. 전원을 휴식의 장소로 본다면, 당신은 아마도 농장 노동자가 아닐 것이다. P213


장미는 완벽하다. 뿌리도 없고 계절도 없고 시간도 없이, 연보라색이나 연록색이나 황갈색의 들판을 떠다니며 영원히 피어난다. 꽃잎들은 딱 그렇게, 한 꽃잎의 그림자가 그 아래 꽃잎 위에 선명하고, 가시도 흙도 민달팽이도 진딧물도 없는, 죽음도 부패도 없는 영역에 고고하게 떠받쳐져 있다. P231


 

 

 


 

#리베카솔닛 #조지오웰 #오웰의장미 #반비 #민음사 #사이언스북스 #외국문학 #영미문학 #에세이 #책추천 #신간도서 #독서 #서평 

♥ ‘반비’ 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멀리서 꽃다발이나 꽃을 보고 감탄하며 다가갔다가 조화인 것을 알게 될 때의 실망에는 묘한 데가 있다. 부분적으로는 속았다는 사실에 실망하기도 하지만, 살았던 적이 없으므로 죽지도 않을 물건을 만나는 데 대한 실망도 크다. 조화는 땅에서 자라난 것이 아닌 정물이며, 시들어버릴 꽃만큼 산뜻하지 않은, 조잡하고 건조한 느낌이 있다. - P112

낮아지기를 원하기 위해서는 안전하게 높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하며, 시골을 원하려면 도회적이어야 하고, 거칠기를 원하려면 부드러워야 하고, 이런 식의 진정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인위성에 대해 불안해야 한다는 것 말이다. 전원을 휴식의 장소로 본다면, 당신은 아마도 농장 노동자가 아닐 것이다. - P213

장미는 완벽하다. 뿌리도 없고 계절도 없고 시간도 없이, 연보라색이나 연록색이나 황갈색의 들판을 떠다니며 영원히 피어난다. 꽃잎들은 딱 그렇게, 한 꽃잎의 그림자가 그 아래 꽃잎 위에 선명하고, 가시도 흙도 민달팽이도 진딧물도 없는, 죽음도 부패도 없는 영역에 고고하게 떠받쳐져 있다. - P23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