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동의 실크로드 스케치기행 1
박재동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붉은 모래만이 넘쳐나는 사막.... 그 한 가운데 외로이 떠 있는 배, 낙타. 아무것도 없는 불모의 땅, 그 안에서 만큼은 시간이 온전히 나의 것일 것만 같은 기분은 무엇일까? 그 곳에서 만큼은 온전히 나를 찾아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은 무엇일까?

그 길을 박재동 화백이 갔다. 그리고 현장 법사가, 그리고 혜초가, 그리고 바리데기 공주가 갔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갔다 왔고, 가고 있다.

무엇이 이 들로 하여금 그 불모의 땅을 가게 만든 것일까?

그 길은 혼자 가는 길이다. 누구랑 어울려 왁자지껄 하게 떠들며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여럿이 가더라도 혼자인 길. 실크로드는 그런 길이다. 각자 혼자인 길, 자신만이 평생 붙들고 살아가야 할 화두를 짊어지고 모두들 그 길을 간다.

그렇기 때문에 그 길은 외롭고, 힘들다. 아무 것도 없는 불모의 땅에서 오로지 내면의 자신과 마주보며 그 길을 가야한다.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갖지 못한 우리 현대인, 하루 하루 일어나고 출근하고 일하고 밥먹고 자는 생활속에서 나는 내게서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나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실크로드는 온전히 자신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오늘 이 순간에도 나는 낙타 한마리 타고 실크로드를 항해할 나 자신을 그리곤한다. 언제가는 그 곳에 꼭 가겠다는..., 하지만 이것은 우리 직장인들에게는 하나의 판타지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룰 수 없지만 나를 매혹시키는 힘!

그런데 박재동화백은 갔다. 행복이란 화두를 짊어지고, 자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동차를 타고 바리데기 공주가 7년에 걸쳐 간 길을, 혜초가 현장 스님이 몇년에 걸쳐 간길을 한달에 자동차타고 갔다.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물질적으로 가난한)에 관한 이야기는 과연 우리가 진정으로 행복한가에 관한 질문을 하게 만든다. 과연 당신은 행복한가? 물질적으로 가난하지만 심적으로 부자인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은 따뜻하고 소중하다.

그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마 이 책의 가장 큰 덕목이 아닐까 한다. 또한 그러한 따뜻함과 정겨움은 박재동 화백이 그린 서정성이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삽화들에게서도 느껴진다. 사진보다 강한 힘을 여러분들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삽화들은 읽는 이에게 어서 와보라고 유혹을 하는 것 같다. 내가 여기에 있노라고 말을 거는 것 같다.

여러분은 어떤 화두를 짊어지고 실크로드를, 그리고 인생이란 길을 갈 것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