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밤에 피는
사쿠라기 시노 지음, 박현미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도서] 아무도 없는 밤에 피는

- 쓸쓸하고 황량한 현대시대에 대한 단상

 

 

 

사쿠라기 시노의 신간, '아무도 없는 밤에 피는'을 읽었습니다.

 

 

 

 

 

 

 

 

 

풀숲에 숨어서 무언가를 노려보는 여성의 표정이 싸늘하게 느껴지면서도 외로워보입니다.

매우 인상적이기도 하고요.

 

 


 

 

 

 

 

띠지를 벗기면 이렇게나 순결한 백색으로 이루어져있는 것도 반전입니다.

그야말로 흑과 백의 조화에요.

 

 

 

 



 

 

 

 

1판 1쇄라 그런지 저자싸인이 되어 있습니다.

잇힝♡ 직접 받은 건 아니지만 괜히 좋아요.

 



 

 

 

 

 

이 책은 사쿠라기 시노의 단편 7작품으로 이루어진 단편소설집입니다.

각각의 소설은 쓸쓸하고 적막하며 외롭습니다.

이 단편 중 그 어느 작품도 아무도 없는 밤에 피는 이라는 제목은 없지만,

황량한, 쇠락하는 도시 훗카이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밀려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 제목이 꽤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아무도 없는 밤'에 방점을 찍어야 할지,

'피는'에 방점을 찍어야 할지는 조금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그 누구도 보지 않는 곳에서 활동하는 음지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인지

비록 아무도 없지만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의지에 대한 이야기인지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후자라는 생각입니다.

 

 

 

 

 

 

 

 

첫번째 작품 파도에 꽃피우다는 국제결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국제결혼이란 우리나라에서도 베트남 여자와 시골 남자들의 결혼을 주최하는 기관이 있었잖아요?

일본 농촌의 남자들과 중국 등지의 여자들을 연결시켜주는 시스템에서 만난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일본어를 못 알아듣는다고 아무말이나 막 내뱉는 사회에서

인간성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때로 이 결혼은 부인이 가출하면서 끝나기도 하고,

진실로 사랑하지만 누구도 알아주지 않기도 하며,

계약관계를 서로 인식하면서도 모른채 하기도 하죠.

 

일본사회가 우리나라보다 20년 앞서 있다는 말을 하곤 하는데요,

이런 부분까지 우리나라가 닮아 있을 줄은 몰랐어요.

정확히는 일본에도 이런 류의 국제결혼이 존재하는 줄 몰랐습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는데 우리나라 영화 파이란 생각이 났습니다.

하긴 그러고보면 파이란의 원작 소설이 일본 소설이었네요.

 

 

 

파이란

감독
송해성
출연
최민식, 장백지
개봉
2001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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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취득을 위해 서류상으로 결혼한 중국 여성으로부터 받은 편지가 모티브가 된 영화입니다.

최민식과 장백지의 연기가 가슴절절하게 울린 영화이기도 하고요.

그러고보면 최민식 님의 연기력은 정말....

 

 



 

 

 

 

 

사토의 소설에 나오는 여자들은 어쩜 이렇게 박복한 팔자일까요.

게다가 일본의 여성들은 이렇게 성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 많을까 싶을 정도로

직업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70년대 쯤 윤락여성들의 삶을 다룬 영화들이 많이 나왔었잖아요?

그러다가 요즘에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어졌는데요,

일본에서는 만화 '심야식당'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등장하고 소설에도 참 자주 등장하는 것 같아요.

소외된 계층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는 것인지, 일본 사회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보다 더 앞선 일본의 우리보다 더 뒤쳐진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보여지는 이야기는 결국 사랑과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소설 속 주인공 치즈루는 윤락여성입니다만, 안 팔리는 윤락여성이에요.

이 여성이 업소에서 쫓겨나지 않고 버티는 이유는 가토라는 부자가 치즈루만 찾기 때문입니다.

다만 치즈루는 겐지로와 동거중인데, 겐지로는 치즈루의 등골을 빼먹을 뿐 도움이 안 되는 남자죠.

어느 순간 문득, 자신과 겐지로의 관계가 결국 자신과 가토의 관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 소설은 단편 특유의 감성이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떤 이야기도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이야기의 표현이, 흐름이, 단어가, 문장이 가슴을 묵직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전 이 단편의 마지막 문장이 참 좋았습니다.

 

치즈루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휴대전화에 남아 있던 겐지로와 가토의 이름을 지워버렸다.

 

물론 치즈루의 미래가 어떨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다시 똑같은 하루를 시작하지 않기 위해 심호흡을 한 번 하는 치즈루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왠지 그녀의 미래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단편이 워낙 짧은 이야기다보니

책의 내용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것은 출판사에 대해서도, 작가에 대해서도 예의가 아니겠지만,

이 책의 단편들은 하나하나 너무나도 강렬해서 잔상이 오래 남아 괜히 말을 더 하고 싶어지네요.

 

프리즘에 등장하는 인물군상들 역시 어디서 찌질해도 찌질해도 그런 사람들만 모아놓았을까 싶었지만,

우리나라도 요즘 3포세대니 뭐니 해서 삶이 각박해지고 있다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이러한 디플레이션을 몇십년째 겪고 있는 일본의 정서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리즘 역시 주변부를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면서

마지막의 반전은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삶에 대한 본능은 이렇게나 지독한 것이구나 싶으면서도,

사람이 참 잔인하구나 싶기도 했어요.

 

읽은 분들은 무슨 말인지 아실, 아직 못 읽으신 분들은 무슨 말인지 모를 이야기시겠지만,

책을 통해 확인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단편입니다.

가장 건설적이고 밝은 내용이기도 했고요.

 

스트립쇼를 취재하러 간 준이치는 남들처럼 광고사에 잘 보일만한 가쉽기사 대신

마지막 공연을 준비하는 스트립걸의 인생을 관통하는 인터뷰를 쓰고자 합니다.

 

이 글을 본 상사가 말합니다.

 

"독자들이 좋아할 것 같진 않은데.. 그러고보니 자네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다고 했었나?"

 

저는 저 말이 너무 좋더라고요.

저런 말을 해주는 상사를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강하게 들었습니다.

결국 상사는 더 좋은 언론사의 채용공고가 났을 때 준이치를 강력하게 추천하고

준이치는 되고자 했던 저널리스트가 됩니다.

 

 

 

 

 

 

 

 

그 외에도 등장 인물 하나하나의 모습에 연민을 느끼게 하는

그러면서도 그 강인한 모습을 응원하게 만드는 사쿠라기 시노 특유의 단편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제주도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읽었는데요,

단편으로 되어 있어서 휴가에 읽기도 좋았고,

또 이 책의 배경이 워낙 바닷가 마을이다보니 왠지 감정이입되고 좋더라고요.

 

 

 



 

 

 

 

나중에나 알았지만 책갈피가 있어서 어디까지 읽었는지 간편하게 표시하기도 좋고,

휴가철에 읽기 정말 좋으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밤에 피는

작가
사쿠라기 시노
출판
아르테
발매
201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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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으면 모두 과거로 만들 수 있다."

이 책의 메인 카피인데요, 왠지 용기를 주는 말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살아있는 한 모든 것을 과거가 되어 버릴테니,

지금 현실에 충실하자는 메시지가 조용한 울림이 되어 다가오는 책이었습니다.

 

 

 

 

 

 

 

네이버 탑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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