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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였던 날들
AJ 덩고 지음, 임슬애 옮김 / 미메시스 / 2026년 9월
평점 :

어릴 때 가까운 친구가 세상을 떠난 일을 겪으면서 처음으로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어린 나이라 죽음이 무엇인지, 남겨진 사람의 슬픔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친구가 더 이상 곁에 없다는 사실만큼은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문득 그 친구를 떠올리게 될 때면 애도라는 것이 단순히 슬퍼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을 기억하는 일이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의 시간을 담은 <파도였던 날들>이 더욱 마음에 와닿았고, 그래픽노블이라는 형식으로 상실과 애도를 어떻게 보여 줄지 궁금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AJ가 크리스틴을 떠나보낸 뒤에도 계속 바다를 찾는 모습이었습니다. 상실의 아픔을 파도에 비유한 것이 특히 마음에 남았는데, 한동안 괜찮아진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밀려오는 슬픔의 모습과 참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리스틴이 여러 번의 수술과 힘든 치료를 겪으면서도 다시 서핑을 하고 싶어 했던 모습도 기억에 남았고, 두 사람에게 바다가 얼마나 특별한 곳이었는지도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개인적인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 사이에 서핑의 역사가 함께 펼쳐지는 구성도 색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책을 덮고 나니 슬픔은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남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했던 사람을 잊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삶을 계속 살아가는 것이 애도의 한 과정일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크리스틴의 삶을 죽음으로만 기억하지 않고 함께 웃고 여행하고 바다를 바라보았던 시간까지 담아내려 했던 AJ의 마음이 오래 남았습니다. 저 역시 먼저 떠난 친구를 가끔 떠올리듯,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빈자리를 바라보는 것만이 아니라 함께했던 시간을 다시 마음속에 간직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