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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문법
박민혁 지음 / 에피케 / 2025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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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에서 방영된 ‘나는 선생님과 결혼했다’를 시청하며 한 부부의 일상을 차분히 기록한 다큐멘터리라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화면 속에서 드러난 남편 박민혁님의 태도와 말들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이후 박민혁님이 자신의 삶을 직접 정리해 쓴 에세이 <기억의 문법>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했고, 단순히 다큐의 뒷이야기를 넘어 한 사람의 전반적인 삶을 담은 책이라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궁금해져 읽게 되었습니다.

에세이를 읽는 것은 오랜만이었지만, 이 책은 특정 사건이나 장면에 머물지 않고 한 개인의 삶을 길게 돌아보게 했습니다. 사랑과 결혼뿐 아니라 성장 과정, 스스로에게 부여해 온 기준, 그리고 그 기준을 다시 내려놓기까지의 시간이 차분히 담겨 있었습니다. 완벽해야 사랑받을 수 있다고 믿었던 청년의 사고방식은 낯설지 않았고, 저 역시 비슷한 잣대로 자신을 바라보며 살아온 시간이 있었기에 책 속의 문장들이 개인적인 기억처럼 다가왔습니다.

<기억의 문법>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삶을 관찰하는 언어를 선택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상처를 과장하지도, 회복을 서두르지도 않습니다. 그 절제된 서술 덕분에 독자는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책을 덮고 난 뒤에는 스스로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 상태로 충분히 괜찮을 수 있는지에 대해 조용히 생각하게 되었고, 나 자신의 삶을 천천히 돌아보게 만든 에세이로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