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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2025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스즈키 유이 지음, 이지수 옮김 / 리프 / 202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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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소설만 골라 읽을 만큼 장르 편식이 심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5년이 훌쩍 넘도록 소설을 거의 읽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 제가 묘하게 끌린 책이 있었으니, 바로 제172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스즈키 유이 저자의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입니다. 아쿠타가와상 수상작들은 다소 난해하다는 인식 때문에 일본 소설을 멀리했지만, 괴테 연구가가 홍차 티백 꼬리표에 적힌 ‘출처 불명의 괴테 명언’을 마주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설정이 유난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일상에서 우연히 만난 한 문장이 인물을 사로잡는다는 출발점이 신선했습니다. 가벼운 발상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 삶과 문학의 경계를 부드럽게 건드리는 방식이 흥미로웠고, 오랜만에 ‘다시 소설을 읽고 싶다’는 감정이 들었습니다.


사소한 문장 하나에서 시작된 의문은 문학과 철학, 언어의 역사를 가로지르는 사유의 여정으로 확장됩니다. 명언의 진위를 좇는 과정은 일상의 작은 탐정극처럼 보이지만, 결국 ‘말은 어떻게 사람을 움직이는가’라는 더 큰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화려한 사건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한 문장을 해부하듯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묘한 몰입감을 줍니다. 명언의 정체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는 결말은 오히려 이 소설의 메시지를 더 선명하게 만듭니다. 중요한 것은 출처의 정답이 아니라, 그 문장을 따라가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라는 점입니다. 언어가 가진 힘과 미묘한 감각을 다시 일깨우는 작품으로, 읽고 나면 한 문장이 삶에 스며드는 순간을 곱씹게 만드는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