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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2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ㅣ 역사 ⓔ 2
EBS 역사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12월
평점 :
국정교과서로 국사를 배웠다. 국사 교과서에 서술된 것들은 "사실"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우리 조상들은 국사교과서에 나오는대로 살아왔고, 국사교과서는 그것을 사실대로 고스란히 실어놓았다. 그러니까 역사는 국사교과서 그대로 이해하고 "믿고" "외우면 되는 그런 과목"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나는, 한번도 의심해 본 적 없었다. 대학교에 들어가서 수업을 듣는데, 교수님이 "통설은 이러하나 다르게 보는 관점도 있다."고 이야기하신다. 아니, 이게 무슨 말이지... 그때부터 어려워졌다. 아. 내가 지금껏 사실이라고 믿어왔던 것들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구나. 다른 관점에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구나. 역사는 암기과목이 아니구나...
최근 한국사 교과서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한켠에서는 국정교과서 부활을 이야기하고 있다. 나의 학창시절처럼 역사를 암기과목으로 생각하고 그저 외우기에 급급한, 사고하지 않는 학생들을 많아질까봐 걱정이 된다. 교육방송의 지식채널e시리즈를 처음 접했을 때 참 신선했다. 아주 다양한 주제를 5분 안팎의 짧은 영상으로 선명한 인상을 남기며 전달하는 게 무척 인상적이었다. 성우의 멘트가 들어가지 않은 다큐는 그 5분동안 시청자의 눈을 붙잡고 놓지 않는다. 메시지를 강하게 전한다. 역사채널e 역시도 그렇다. 특히 역사는, 내가 살아보지 못한 시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현실감있게 와 닿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역사채널e는 현장감 있는 자료화면과 짜임으로 생생한 역사를 체험하도록 한다.
[역사e]2권을 읽었다. 프롤로그를, [박시백와 조선왕조실록]을 쓴 박시백 화백이 썼다.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고, 역사채널e에서 방송한 것들을 주제별로 묶었다. 평소 관심이 있어 챙겨본다고 봤는데, 내가 보지 못한 방송분도 실려있다. 음. 역사채널e프로그램은 방송프로그램으로서의 매력이 있고 이 책 [역사e]는 그 나름의 매력이 있는 듯하다. 방송프로그램이 간결한 메시지의 전달이 위주라면 그것을 글로 엮어낸 이 책은 방송 보면서 좀 더 알고 싶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잘 정리해서 이야기해주고 있다.
2부의 6번째 주제 "그들만의 영웅"에서 이야기하는 야스쿠니신사와 관련된 이야기는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참배가 왜 문제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했다.
1부 "세상에 버릴 사람, 아무도 없다."에 실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 좋았지만 특히 조선시대의 장애인에 대한 시각을 보여주는 7번째 주제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가 인상적이었다. 희망을 접게 되는 세태 속에서 위로가 되는 역사적 사례를 찾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은 청나라로 파견할 외교특사로 영조가 이덕수를 선임했다. 그러자 사헌부가 귀가 어두워서 외교특사로는 적절치 않다고 반대의 뜻을 임금에게 전했다. 그러자 영조가 이렇게 말했다. "중국어에 관해서는 모두 귀머거리 아닌가. 어찌 이것이 병폐가 될 것인가?"" 몸이 불편한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자연스레 그들과 어울려서 살았던 조선의 사회모습 일단을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의사 박에스더의 삶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별이란 뜻의 이름처럼 그렇게 하나의 별이"(p75)된 때의 그녀 나이가 34세였단다. 그녀의 삶을 통해 내 삶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숙연해진다. "그녀는 날마다 나에게 새로운 인생을 배우게 한다."(p75)고 그녀와 가까이 지냈던 로제타 홀이 일기에 썼다. 나는 내게 주어진 이 매일매일을 새롭게 새롭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좋은 책이다. 박제화된 암기해야 될 지식으로서의 역사가 아니라 반성하고 각오하게끔 하는 역사의 단면과 인물을 보여주고 있는.. 역사채널e가 오래 지속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