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 - 조선의 책과 지식은 조선사회와 어떻게 만나고 헤어졌을까?
강명관 지음 / 천년의상상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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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제가 나를 자꾸만 잡아끄는 듯 했다. [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라. 제목만으로도 배가 부른 느낌이랄까. 책을 들고만 있는 것으로도 지식욕이 채워지는 듯한 기분이랄까. 좋게 말하자면 지적인 욕구를, 좀 나쁘게 말하자면 지적 허영을 마구 충족시켜줄 것 같은 제목의 책? 그러고 보면 책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책의 제목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들었다. 온라인 상에서 이 책을 처음으로 접했을 때의 첫인상은 "재미있어 보이는데...?!"였으나 오프라인 상에서 실제로 이 책을 손에 쥐고서는 약간 막막했다. 책이 내 예상보다 두껍다. 그리고 무겁다. 책 가격도 만만찮다. 그저 "재미"만 추구하면서 누워서 읽을만한 무게의 책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 책의 무게 때문에라도 앉아서 밑줄 그어가며 정독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런 생각에 한 몫 더 보탠 것은 책 앞날개에 실린 글쓴이에 대한 소개. 강명관. 부산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비스듬히 누워서 책을 펼쳤다가 자세 고쳐서 바로 앉아서 읽기 시작!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책에 대한 책"은 무척 매력적인 주제이고 책이리라.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부끄러운 수준으로 전락해버렸지만 몇해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어디 가서 "책 좋아한다."는 말을 그다지 쑥스러워하지 않을 정도로 할 수 있었으니, 이 책은 나에게도 무척이나 매력적인 책이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책이라... 더군다나 다른 분야보다는 역사라는 주제에 조금 더 관심이 있는 내게 "조선시대의 책"과 지식의 역사를 이야기해주는 책이라니 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이 책을 처음 손에 잡고 느꼈던 중압감에 비해서 책은 의외로 쉽게 읽혔다. 그리고 술술 읽혔다. 깔끔한 서술과 내가 평소 잘 접하지 못했던 다소 낯선 문장 구사의 신선함이 책장을 잘 넘겨주었다. 예를 들자면 18쪽의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지식의 전파와 유통에 일대 혁명을 일으켜 서양의 근대를 견인했던 것은 췌언을 요하지 않는다."는 문장. 무식한 고백일지 모르겠으나 "췌언"이라는 낱말이 낯설어 국어사전, 한자사전을 펼쳐보게 되었다. 글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글쓴이의 문장에서도 나의 무식함을 채워주는 요소들이 많았다.

 

  이 책은 조선시대 책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있다.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책을 만드는 주체가 누구인지 책값이 얼마였고, 책이 어떻게 유통이 되었는지 등. 조선시대의 책에 대해 말하기에 앞서 글쓴이는 고려시대의 책과 관련한 이야기도 소개하고 있는데, 남아있는 자료가 너무 적어서 그 자세한 면을 살펴볼 수 없다는 점이 무척 아쉽게 여겨졌다. 조선시대 책과 그 출판의 과정에 대해서는 비교적 자세한 기록이 남겨져 있고 글쓴이를 통해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조선 시대의 여러 책에 대한 사진, 금속활자와 조판을 복원한 모습이라든지 인쇄과정을 재현하는 모습 등에 대한 것 등 사진자료가 글의 내용을 쉽게 이해하기 쉽게 도와주는 점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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