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서 찾는 지도자의 자격
김경록 외 지음, 한성환 엮음 / 꿈결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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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자의 자격"이라는 부분만 도드라져 보이길래, 이 책 역시도 선거철을 겨냥한 그저그런 책이겠거니 했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 위한 책이 아닌가도 싶어서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책이다. 하지만 "지도자의 자격"앞에 붙은 수식어 "역사에서 찾는"이 나로 하여금 이 책을 펴게 했다. "역사에서 찾는 지도자의 자격"이라. 대통령 선거를 앞둔 이 시점에서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하나를 고민하고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 더군다나 평소 다른 분야보다 역사책에 관심을 두고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시의적절한 유혹'이다 싶었다.

 

   [역사에서 찾는 지도자의 자격]은 OBS 특별기획 "세상을 움직이는 역사"라는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엮은 책이다. 사실 OBS는 낯선 방송국이다. 케이블 방송국인지 종합편성채널인지, 하여간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잡히지 않는 채널이라 전혀 몰랐던 방송이다. 올해 초였던가 "불온한 경성은 명랑하라"라는 책을 통해 OBS라는 방송국도, 그리고 그 방송국에서 방송한 "세상을 움직이는 역사"라는 프로그램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책에서 다룬 내용이 재미있어서 방송국 홈페이지를 찾고 다시보기를 통해서 방송을 봤는데 꽤 재미있는 형식의 역사프로그램이었고, 역사공부에도 꽤나 도움이 되서 기억을 하고 있었는데, 다시 "세상을 움직이는 역사"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한 책을 만나니 반갑웠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인물은 모두 8명이다. 선덕여왕, 왕건, 정도전, 세종, 조광조, 영조, 정조, 김구. 이 책이 재미있게 읽힌 것은 다른 시대를 살았던 성향이나 개인이 처한 상황이 전혀 다른 8명의 인물을 한 권의 책에서 만나본다는 이유도 있지만, 그 각각의 8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전문가들도 모두 다르다는 점도 있다. 글쓴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모두가 역사 전문가들이다. 몇몇 이름은 눈에 익다 싶어서 글쓴이들의 약력을 살펴보니 내가 예전에 읽었던 역사책들을 쓴 분들이 상당수. 8명의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우리 역사의 걸출한 인물들을 한권의 책에서 만나본다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책인 듯하다. 가장 관심이 갔던 인물은 김구였다. 다른 인물들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그야말로 "역사"속에서 찾아봐야 할 것 같은 인물이지만, 김구 선생은 현재 대한민국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꼭 한번 그 삶을 들여다봐야 할 인물이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다. 일제식민지하의 상황을 역사책을 통해서,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혹은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볼 때, 친일파를 욕하기란 쉬운 일이다. 하지만 나를 그 상황에 놓아둔다면 나는 감히 독립운동가로서의 삶을 살아가겠노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 내게 가해질 위험이, 내 가족에게 돌아올 보복이 두렵다. 나는 겨우 내 가족 정도의 안위만을 걱정하는데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김구 선생은 우리 민족의 안위를 걱정했다. 생각의 폭이 다른 거다. 이런 게 나 같은 소시민과 지도자를 구분해 주는 "자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치열한 시대를 살다간 8명의 우리 지도자. 곧 다가올 선거에서 뽑힐 사람이, "지도자의 자격"을 지닌, 그런 인물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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