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1 - 시대가 만든 운명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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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말이 쉬워 소신대로 살겠노라고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음을 잘 안다. 내 신념에 맞지 않더라도 적당히 세상에 아부하고 굽히고, 그러고 살 일이 훨씬 더 많다. 그렇게 "적당히" 사는 것을 삶의 지혜쯤으로 치부하고 있는 나를 부끄럽게 하는 사람이 책 속에 있었다. 역사가 이덕일의 책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1권을 읽었다. 사실, 내게 이덕일이라는 역사가는 좀 특별한 사람이다. 나로 하여금 역사책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끔 한 사람이 그였기 때문이다. 역사는 어렵고 낯선 분야가 아니라는 것도, 역사를 한쪽 방향에서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도 그의 책을 읽으면서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었으니. 그의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은 예전부터 한번 읽어봐야지 싶던 책인데 어영부영하다 이제야 펴들게 되었다. "다산 탄생 250주년 기념 개정증보판"이니 더욱 잘 되었다 싶기도 하다.

 

  사실 역사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정약용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 그러나 내가 정약용에 대해 "아는 것"은 그의 업적들이다. 거중기. 실학의 집대성자. 목민심서. 경세유표. 같은... 그런데 안다고 말하기 참 부끄러운 것은 그와 관련된 단어의 나열일 뿐, 정약용이라는 사람의 삶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형제들에 대한 이야기도 거의 아는 바가 없는데, 이 책은 정약용 뿐만 아니라 "그의 형제들"을 제목에 내세우고 있으니 만큼 정약용 뿐만 아니라 그 형제들에 대해 잘 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드는 책이었다.

 

  내가 읽은 1권은 정약용의 젊은 시절 그가 한때 관심을 가졌었던 천주교와 관련된 이야기와 사도세자의 아들로서의 정조에 관한 이야기가 큰 줄기이다. 유학이 아니라 유교라는 종교가 지배하는 조선 사회에서 천주교라는 이단을 한때나마 믿은 "죄"를 저지른 정약용과 그 주변인물들에 대해 가해지는 탄압. 조선이라는 사회는, 유교가 국교가 된 조선이라는 나라는 다른 사상을 포용할 줄 모르 경직된 사회였다. 글쓴이는 1권의 부제를 "시대가 만든 운명"이라고 붙이고 있다. 나는 정약용과 그들을 "시대와 불화했던" 인물들이라고 부르게 된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나는 또 한명의 "시대와 불화하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이 책의 저자 이덕일이다. 조선시대를 다룬 다른 역사책에서 이토록 줄기차게 서인정권과 그들의 경직성과 독선에 대해 이토록 신랄하게 비판하는 이를 보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이덕일이라는 역사가는 주류의 역사학자들이 주장하는 것과는 다른 관점을 끊임없이 견지하고 있는 인물이 아니던가. 그가 비주류인지는 모르겠으나 하여간 내가 읽은 역사서의 범주에서 보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정약용은 당시의 주류가 아닌 비주류였다. 하지만 그를 알아주는 군주 정조와 같은 시대를 살았다. 글쓴이가 이 책의 부제를 "시대가 만든 운명"이라고 붙인 데에는 사도세자의 아들인 정조와 정약용의 연결고리를 말하고자 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간간이 들었다. 정약용은 사도세자가 처참한 죽음을 당하던 해인 임오년에 태어났단다. 글쓴이는 이 책의 상당부분을 사도세자의 죽음과 그의 죽음을 둘러싼 정치적인 대립을, 그리고 아버지를 위한 정조의 눈물겨운 투쟁을 이야기하는데 할애하고 있다. 그 죽음은 사도세자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그 이후의 정치적인 문제들과도 그리고 정약용의 삶과도 관계된 것이었기에...

 

    1권에서는 아쉽게도 "그의 형제들"에 대해서는 자세히 다루지는 않고 있다. 천주교와 관련되어 박해를 받은 정도의 사실 정도만이 언급되어 있을 뿐... 1권의 주인공이 정약용과 정조였다면, 2권의 주인공은 정약용의 형제들이 되려나...2권을 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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