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 역사를 부치다
나이토 요스케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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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도 취미삼아서 우표를 모으는 사람들이 많은지는 모르겠다. 내가 어렸을 때는 사람들에게 취미를 물으면 흔하게 하는 대답이 "수집"이었다. 뭔가를 수집하는 걸 취미로 가진 사람들이 많았는데 학생들이 모으는 그 "뭔가"는 대부분이 우표나 화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모아본 적이 없지만 오빠가 어릴 적에 우표를 모았었다. 내가 아는 우표는 작은 사이즈의 한장짜리들이 전부였는데 오빠가 모으는 우표들 중에는 그 작은 우표들이 여러 장 붙어있는 아주 큰 사이즈도 있었고 두 장짜리가 붙어있고 그 테두리도 있는 그런 우표도 있었다. 그런 사이즈들을 지칭하는 용어가 있을텐데 그 분야에는 문외한이라 나는 아직도 잘 모른다.

 

  우표에는 그렇게 별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내가 다시 우표에 일시적이긴 했지만 관심을 가졌던 것은 대학생 때 현대사와 관련한 주제로 발표를 맡게 되었을 때였다. 어떻게 발표를 할지 고민하던 차에 어릴적의 그 우표들이 생각났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 기념, 대통령 취임 기념 등 각종 "특별한 사건"들을 기념하기 위해 발행된 그 우표들을 정리해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꽤 괜찮은 발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꽤 괜찮은 발표"를 하지는 못했던 걸로 기억하지만, 그 때 우표에 관한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우표를 통해 역사를 공부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우표 역사를 부치다]는 내게 오랫만에 그 기억을 끄집어내준 책이다. 제목을 보는 순간, 이 책은 꼭 읽어봐야겠다 싶었다. 우표를 통해 역사를 살펴볼 수 있겠다는, 그 당시 나로서는 스스로의 창의성에 자부심까지 느꼈던 아이디어인데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을 만난 듯해 반가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보니 이미 그런 연구를 해온 사람들이 많은 듯 하다. 책의 저자 나이토 요스케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는 이 책에서 "우편학"이라는 개념을 설정하고 있다. "우편학은 우표 수집 및 연구Philately 라는 개념을 필자가 나름 번역해 정립한 단어다."(p9)라고.. 우편학이라는 이 개념. 무척 관심이 간다.

 

   8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그는 근현대 세계 역사를 우표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특히 이야기의 시작인 1장이 바로 우리 나라의 현대사와 관련된 부분이라 더욱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6.25는 과연 누가 일으킨 전쟁인가. 너무도 당연하게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한 전쟁이라고 배워왔지만, 북한 쪽에서는 남쪽의 도발에 의해 시작된 전쟁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1950년 당시 북한은 서울 점령(6월 28일)을 기념해 1950년 7월 10일에 우표를 발행했다. 글쓴이는 이에 대해 "전시라는 긴박한 상황에서, 더구나 보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안에 우표를 발행한 점으로 미루어 북한이 사전에 우표 발행을 준비했음을 말해준다. 앞의 광복 5주년 기념 우표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남침을 증명하는 자료 중 하나다."(p46)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설득력 있는 주장이란 생각이 든다. 북한은 알았을까. 발빠른 기념우표의 발행이 그들이 숨기려던 진실을 드러내버리고 말았다는 것을...  작지만 아주 많은 사실을 이야기해주고 있는 게 우표라는 생각을 새삼스레 해 보게 되었다. 책에서는 우리 나라 뿐만 아니라 현대 세계사의 굵직한 순간들과 함께 한 우표와 우표의 발행 주체, 우표가 사용되던 시대의 권력 구도와 정치적인 쟁점 등에 대해서까지 글쓴이의 해박한 지식으로 쉽게 풀어내고 있다.

  근현대 세계사를 재미있게 보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 책, [우표 역사를 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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