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선의 총구다 - 남자현 평전
이상국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 나는 조선의 총구다 ]. 두껍지 않은데다 자그마한 책이다. 전체분량은 274쪽. "일제의 심장을 겨눈 독립투사 '만주의 女虎'"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남자현 평전"이다. 남자현이라는 인물에 대해 알고 싶어 이 책을 펴들었다. 한국근현대사 교과서에 실려 있기에 이름 정도는 들어봤던 인물인데, 그 구체적인 활동내역은 떠오르는 바가 없는, 약간은 낯선 이름이었기에 이 참에 일제 강점기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남자현이라는 인물을 알게 될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글쓴이 이상국은 신문기자로, 20여년전에 조선희 기자의 [발굴 한국근현대사 인물]이란 책에서 남자현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남자현이 "여자 안중근"이라는 별칭을 붙일 수 있을 정도의 인물이지만 일반대중이 그녀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안타까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계속 마음 속에 품어오던 그녀의 이야기를 이렇게 책으로 써낸 것이다.

 

  남자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그녀의 삶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것이었다. 비단 그녀 뿐만 아니라 생각해보면 그 시대를 살았던 우리 나라의 많은 사람들의 삶이 그러했으리라. 하지만 그 시대를 살았다고 해서 전부다 그녀와 같은 삶의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일제의 식민지가 되었던 시대의 이야기를, 책을 통해서 읽게 될 때 더러 생각해본다. 내가 과연 그 당시를 살아야했더라면 나는 어떤 삶을 살 수 있었을까. 친일파라고, 매국노라고 욕하기는 쉽다. 하지만 내가 나라를 위해 목숨쯤이야 초개와 같이 버릴 수 있는 독립투사의 길을 걸을 자신은... 글쎄다.

 

  그녀는 경북 영양에서 태어났고, 아버지 남정한은 영양지방의 유생으로 일제가 한반도로 침략적 손길을 뻗어오던 때, 제자들과 함께 초기 의병으로 활동했었고 그러다 죽음을 맞이했다. 그녀의 남편이자 남정한의 제자이기도 했던 김영주 역시 의병 활동을 하다 참혹하게 죽음을 맞이한 인물이다. 남편이 죽을 때 그녀는 20대초반이었고, 유복자를 가진 상태였다. 1919년 3.1운동 직전에 상경한 그녀는 3.1운동에 가담했고 이후 만주로 망명했다. 만주에서 그녀는 독립군의 배후에서 교육기관과 교회를 설립하는 활동뿐만 아니라 독립군을 지원했고, 사이토 마코토 총독 살해를 계획하기도 했다. 일본의 불법적인 만주 침략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리튼 조사단에, 일본의 부당한 한반도 지배에 대해 알리고자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 혈서를 썼으나 전달되지는 못하였다. 부당함을 눈감았다면 평범하게 살 수도 있었을테지만 그녀는 굳이 험난한 길로 자신의 인생의 방향을 틀었다. 남자현과 같이 일신의 편안함을 버리고 이 나라의 독립을 주장했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리라.

 

   평전이라고 분류되는 책을 몇 권 읽어봤지만, 내겐 아직도 낯선 종류의 글이다. 국어사전에는 "평전"에 대해 "개인의 일생에 대하여 평론을 곁들여 적은 전기."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책 역시도 평전이다. 남자현이 여자이기에, 그리고 그동안 그녀에 대해 연구되어온 바가 너무 적기에 그녀의 삶을 추적할 수 있는 단서들이 빈약했던지 내용 중의 상당부분은 글쓴이의 추측과 상상으로 채워져있다. 그리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치우쳐 있는 듯 하다. 글쓴이가 그녀의 삶의 중요한 부분을 회상하며 기념하기 위해 쓴 비교적 긴 시詩까지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세 번이나 첨부된 "가상 인터뷰"는 다소 무리수였던 것 같다. "보다 실감나는 진실과 만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p48)이라는 글쓴이의 설명이 덧붙여져 있었지만  "평전"이 아니라 내가 소설을 읽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가상 인터뷰 외의 다른 부분의 신빙성까지도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실감나는 진실"을 만나기 위해서라면 부록으로 실린 친손자 김시련이나 친정손자 남재각과의 인터뷰나 회고담, "여현 남자현전" 등으로 충분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 것은 나 뿐일까...

 

   글의 분위기나 구성이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흘러 내가 기대했던 바의 평전은 아니었지만, "남자현"이라는 독립운동가를 알게 해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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