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을 만든 여자 2
신봉승 지음 / 다산책방 / 2012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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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장을 덮으면서 "아, 정말 읽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마지막장을 덮기가 아쉬운 책이 있는 반면, 마지막 장을 얼른 덮어버리고 싶은 책이 있다. 이 책 [왕을 만든 여자]2는 내게 불행히도 후자였다. 책을 읽으며 얼른 이야기가 끝났으면 하고 바랐다. 이렇게 말하면 아직 이 책을 읽지 않고서 내 글을 먼저 읽는 사람들이 오해를 할 것 같다. 이 책이 그렇게 재미없는 책인가 하고. 아니다. 이 책은 잘 씌여진 소설이다. 역사적 사실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그간 역사소설을 써 온 여든 나이의 글쓴이의 관록이 배어나는 글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답답하고 짜증이 났던 게 사실이다. 글의 문제가 아니라, 등장인물의 문제였다. 앞서 1권을 읽고나서 쓴 서평에서 이미 밝혔지만 나는 애초부터 이 책의 주인공인 "인수대비 한씨"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입장에서 책을 펴들었다. 그런데 제목은 [왕을 만든 여자]. 제목으로 보아 글쓴이는 아마도 그녀를 당찬 이미지의 여걸로 그려내고자 함이 아닐까 추측했었다.

 

   하고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서두부터 횡설수설 늘어놓았다. 다시 차분히 정리를 한번 해 보자.

 

   첫번째 문제, 글쓴이는 인수대비 한씨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으로 이 글을 썼을까? 1권을 읽으면서 나는 그런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시어머니인 윤씨와 그녀를 졸곧 비교하며 윤씨가 여염 아낙의 소박함을 가진 여인네로 묘사한데 반해, 그녀는 학문이 높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외양에 대해서도 꽤나 반듯하면서도 쉽사리 접근할 수 없는 도도함으로 묘사한 측면이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제목부터가 그녀의 대단함을 강조라도 하듯 왕을 "만든" 여자가 아니던가. 그런데 2권을 읽으면서는, 글쓴이가 그녀를 결코 우호적인 입장에서 기술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 많았다. 세조 즉위 후의 단종을 처분(?)하는 장면이라든가, 그녀의 남편인 의경세자가 죽고 나서 그녀가 보인 태도라든가 혹은 한명회와의 결탁(?)을 꾀하는 장면 등은 지나치게 권력지향적인 모습으로 비춰졌고, 며느리인 (폐비)윤씨를 대하는 모습 등은 무척이나 인정머리없어 보였으며 편협하고 속좁은 여인네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졌으므로. 책을 다 읽으면서도 나는 몇 번이나 글쓴이에게 묻고 싶었다. "그래서 이 여자가 잘 했다는 거예요 못했다는 거예요?". 독해력의 부족인가?

 

  두번째 문제. 이 책의 주인공은 인수대비 한씨인가? 내 결론은 "아니다."는 쪽. 1권이 문종 사후 수양대군이 세조로 즉위하기 전까지의 비교적 짧은 시간을 다루고 있는데 반해 2권에서는 상대적으로 긴 시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수양대군이 세조로 즉위하면서부터 연산군이 모후가 폐비된 사건을 들춰내며 갑자 사화를 일으켰을 때까지의 이야기이다. 이 책의 1권부터 2권까지는 문종, 단종, 세조, 성종, 연산군으로 이어지는 조선의 왕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지 결코 인수대비 한씨가 주인공이 아니었다. 드라마로 따지자면 그녀가 결코 주연급이 아니었다는 것. 1권의 주인공은 앞서도 말했지만 수양대군과 한명회였고, 2권 초반의 주인공 역시 세조와 단종이었지 그녀가 책의 제목이 될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다지 즐겁지 않았다. 첫머리에서도 말했던 것처럼, 글의 문제가 아니라 등장인물의 문제다. 한결같이 내겐 마음에 들지 않는 인물들의 연속이었으니, 글읽기가 즐거울리 없었다. 이건 전부 "수양대군" 탓이다?. 그가 어떤 변명을 늘어놓더라도 나이어린 조카를 몰아내고 왕위를 찬탈한 것을 좋게 봐 줄 수가 없다. 2권의 내용은 세조 집안의 불행에 관한 것들인데, 그의 장자이자 세자였던 의경세자의 죽음, 둘째아들 예종의 죽음, 세자빈이자 한명회의 딸이기도 했던 장순왕후 한씨의 죽음, 성종의 첫 부인이자 역시 한명회의 딸이었던 공혜왕후 한씨의 죽음, 그리고 폐비 윤씨의 죽음, 그의 손자였던 연산군의 폭정 따위는 결국 세조가 조카를 몰아내고 왕위를 찬탈한 댓가가 아니었을까.

   부정적인 캐릭터의 연속 등장이라 화를 삼키며 읽어야 했던 소설이다. 그 말은 곧 그만큼 글쓴이가 역사적인 사실을 생생하고도 실감나게 되살렸기 때문이리라. 아주 많은 생각을 하며 읽어야 했던 책 [왕을 만든 여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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