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을 만든 여자 1
신봉승 지음 / 다산책방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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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 디자인이 눈길을 잡아끈다. 여인의 앙다문 입은 고집스러워 보이고, 눈매는 선해보이지 않고 날카롭다. 단정한 옷매무새며 머리장식은 조금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을 듯이 서슬이 퍼렇다. 보고자 하는대로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왕을 만든 여자] 1권을 읽었다. 글쓴이 신봉승. 전48권의 [대하소설 조선왕조 5백년], [소설 한명회], [이동인의 나라] 등 소설 뿐만 아니라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 그리고 도전] 같은 역사책도 꾸준히 써오신 이 분야에서는 일가를 이룬 분이신 듯. 1933년생이라면 우리 나라 나이로 여든을 넘기신 분인데, 여전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왕을 만든 여자]는 두 권으로 구성된 장편소설이다. B4사이즈에 각 권 400여쪽에 이르는 적지 않은 분량. 소설의 주인공은 인수대비 한씨. 사극에서는 성종의 어머니로, 연산군의 할머니로 자주 등장하는 그녀. 다른 분야보다 역사에 대한 관심이 조금 깊어 조선사를 다룬 역사서나 소설을 종종 접하면서 형성된 그녀에 대한 이미지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하다. 고집세고 드세보이는데다 독단적인 여성의 느낌이랄까. 책 표지에 그려진 주인공의 모습이 내게 선하지 않게 다가온 것도, 내 선입견이 크게 작용한 결과이리라. "왕을 만든 여자"라. 글쓴이는 어떤 의도에서 이런 제목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하는걸까 무척 궁금했다.

 

   아직 2권을 읽지 않은터라 앞으로의 전개방향은 어떠할지 모르겠으나 우선 내가 읽은 1권의 주인공은 엄격히 말하자면 인수대비 한씨가 아니다. 인수대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녀의 시아버지 수양대군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1권의 내용은 문종의 죽음에서부터 단종의 즉위 그리고 수양대군이 왕으로 추대받는 상황까지를 그리고 있다. 인수대비 한씨는 수양대군의 며느리로서 가끔 등장할 뿐 1권의 주인공은 수양대군과 한명회다. 수양대군과 한명회의 만남, 그리고 계유정난의 과정, 왕위를 위협받는 단종의 상황이 이야기의 축을 이루고 있다.

 

   1권을 통해 본 수양대군은 다소 우유부단하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만약 그가 한명회라는 참모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오히려 조선의 역사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을까. 어린 단종의 즉위가 그토록이나 위험한 일이었을까. 글쓴이는, 수양대군의 인간적인 "고뇌"를, 그리고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내게 수양대군이 호의적인 인물이지 못한터라 그의 고뇌가 괴로움보다는 가식으로 다가오는 측면이 컸다.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 한씨에 대해서 글쓴이가 너무 "띄워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 많았다. "가슴에 만 권 서적을 간직하고 있는 자랑스런 며느리"(p121)인 그녀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시어머니인 윤씨는 무식한 아낙의 모습으로 비교되는 측면이 있었다. 또한 그녀는 불과 16살의 나이로 국가의 앞날을 내다볼 수 있는 선견지명을 갖고 있으며, 고뇌하고 있는 시아버지에게 명나라로 가는 사은사를 자청할 것 따위의 정치적인 조언을 할 뿐만 아니라, 수양대군의 수하인 한명회의 가난한 살림살이를 염려해 세심하게 돌볼 줄 아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녀의 똑똑함(!)을 드러내기 위한 장면이겠지만, 그녀보다 불과 몇 살어린 단종이 마냥 유약한 모습으로 그려진 것에 비해서 그녀는 지나치게 당차다. 내가 가진 그녀에 대한 생각이 기본적으로 부정적이다보니 이런 생각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1권은 인수대비 한씨의 삶을 이야기하기 위한 배경그리기 작업이었으니, 2권에서 본격적으로 그녀가 등장하게 될 것 같다. 일단 그녀에 대해서는 2권을 다 읽고 이야기해봐야겠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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