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부름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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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그다지 즐겨읽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국내의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조차 많이 읽어보지 못한 터라 외국작가의 글까지 읽어봐야겠다는 욕심을 내본적이 없다. 기욤뮈소라는 낯선 이름을 처음 접한 건 작년, 전자책 체험단으로 활동하던 때였다. 전자책 기기가 출시된지 얼마되지 않을 때라 그런지, 전자책으로 출간된 책 중 읽어봐야겠다는 욕심이 드는 책이 몇 종 되지 않을만큼 전자책 기반이 부족한 때였다. 그 몇 종 되지 않는 전자책 중에 "기욤 뮈소"라는 소설가의 책이 전자책으로 출시되어 있어, 전자책을 통해 기욤 뮈소의 작품들을 처음으로 "읽게" 된 것이다. 그 전자책에 "읽어주기" 기능이 있어 사실 글을 직접 읽었다기보다는 기욤뮈소의 [구해줘]와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사랑하기 때문에]와 같은 글들을  기계음으로 "들었다."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부자연스러운 기계음을 통해 "듣는" 기욤뮈소의 글은 내겐 무척 낯선 경험이었다. 지금까지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다른 세상을 보는 듯한 느낌이라면 과장일까?

 

    기욤뮈소의 [천사의 부름]을 읽었다. 기욤 뮈소의 글에는 특별함이 있다. 글을 읽다보면 "아, 이건 기욤뮈소의 글이구나."하는 생각이, 그의 글을 몇 편 읽지 않은 나 같은 독자도 알아차릴 수 있을만큼 다른 작가들과 구별되는 측면이 있다. 부정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의 글은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있는 측면이 있고(이런 경우를,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지.), 긍정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의 글에는 기욤뮈소만이 쓸 수 있는 독특함이 있다. 각 장이 시작될 때 장의 제목 아래에는 그 장의 내용을 짐작케 하거나 혹은 수수께끼 같이 알쏭달쏭하게 흥미를 유발하는 격언들이 실려있다는 점, 그리고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긴장감반전, 독자가 무엇을 상상했든 그 상상이상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는 점, 사전에 계산된 치밀함 같은 것이 기욤뮈소만의 '남다름'이다.

 

   이 책 [천사의 부름] 역시 기욤뮈소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글이다. 복잡한 공항 카페에서 우연히 두 남녀의 휴대전화가 바뀌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두 사람에게 "휴대전화"라는 연결고리만 있었다면, 휴대전화를 되돌려주고받는 것으로 이야기는 정리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그들의 휴대전화 바뀜은, 사실 그 이전의 그들의 "인연"으로 연결되면서 이야기는 살이 붙고 흥미가 더해진다. 그 둘, 조나단과 매들린을 이어져는 또다른 연결고리는 앨리스라는 실종소녀.

 

    기욤뮈소의 글은 책장이 잘 넘어간다. 한번 손에 쥐면 그 다음이 궁금해서 놓기가 싫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그랬다. 그러나 그의 전작들은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까지 재미있고 두근거리고, 행간의 의미까지 상상하게 하는 재미가 있었던 데 반해, [천사의 부름]은 그렇지 못했다. 다른 독자들에게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그랬다.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는 헐리우드 영화화를 염두에 두었음인지 액션씬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내겐 흥미를 떨어뜨렸고, 매들린과 조나단이 왜 이미 자신과는 큰 관계가 없는 사건인 "앨리스 실종사건"에 그렇게까지 관심을 가지고 관계해야 했는지도 의문스러웠다. 나는 [천사의 부름]이라는 제목 때문에 조나단의 집에 사는 말하는 앵무새도 무척 관심있게 지켜봤고, 그의 이복처남인 마루쿠스 역시도 큰 기대를 하고 봤던 초반의 등장인물인데 이야기의 전체 흐름상 둘 다 등장하나마나 한 조연에 불과했다는 점도 뭔가 엉성하게 짜여졌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 이 글을 우리말로 옮긴 이는 "옮긴이의 말"을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우리가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에서 기대하는 것은 두 가지일 것 같다. 익숙함과 새로움."(p473) 나는 둘 중에서 익숙함을 더 원했던 모양인지도 모르겠다. 기욤뮈소의 전작들이 읽는 과정에서는 퍼즐조각을 하나하나 맞춰가는 집중력과 재미를, 책을 덮으면서는 퍼즐을 완성해냈다는 뿌듯함과 감동까지를 주었다면, 이 책 [천사의 부름]은 읽는 과정에서의 재미만을 준 책이었다. 내게는.

    "돌아가신 할머니는 운명을 일컬어 '천사의 부름'이지, 라고 말씀하시고 했었다."(p314)  설마 기욤뮈소는 매들린과 조나단, 그리고 앨리스의 관계를 "운명"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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