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 下 - 신화적 상상력으로 재현한 천 년의 드라마
스티븐 세일러 지음, 박웅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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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쎄다. 下권의 서평을 "글쎄다."라는 부정적인 말로 시작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이 책이 내게 주는 느낌을 저 단어보다 더 적절하게 표현할 어휘력이 내겐 없다. 덜 재미있었다. 좀더 재미있기를, 좀더 매력적인 인물이 등장하기를, 좀더 서사적이거나, 좀더 감동적이거나, 그렇지 못하다면 내게 역사적 사실만이라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공부가 되는 이야기이기를, 上권을 덮고 하권을 펴들면서 바랬다. 上권의 서평을 쓰면서, 이 책의 上권은 下권의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한 배경그리기 작업 같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나 下권을 덮으면서 나도 모르게 나온 말은 "글쎄다."였고, 上권을 덮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이었다. 사실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이 무척 컸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 "아마존 베스트 셀러", 북오브먼스클럽, 히스토리북클럽, 인사이트아웃 선정 도서", "전 세계 13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는 광고에 "혹"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은 내 기대와는 참 많이 다른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권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BC312년에서 BC1년까지의 이야기로 上권에서보다 시대적인 범위는 비교적 짧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는 로마의 주요 역사에 대한 밑그림 그리기가 불가능했다.(내가 가진 역사적 상식이 적어서일지도 모르겠다.) 글쓴이가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은 연대기적이다. BC XX년부터 BC OO년까지는 로마를 살았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그 다음 장에서는 그들의 후손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가 이 책을 펴들면서 기대했던 포에니 전쟁에서의 한니발과의 대결이라든가 포에니 전쟁을 겪으면서 로마 사회가 겪게 되는 변동, 그리고 공화정의 몰락과 제정으로의 변환과 같은 핵심적인 이야기들은 이 책에 없다. 아니 있다. 있긴 하다. 그러나 그런(내가 생각하기에는 매우 중요한) 이야기들은 간략하게 요약되어 있다. 한니발과 스키피오의 대결은 그 대결 자체가 그려지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통해 간략하게 처리되고 만다.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정책들도 너무나 간략하게 처리되어 버린 것 같고,... 역자 말마따나 "이 책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유일한 '인물'인 날개 돋친 남근상 파스키누스"(p366)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내가 정말 알기를 원했던 이야기는 흘러가는 이야기로 처리해버리고 그닥 중요해보이지 않는 등장인물들만 잔뜩 등장한, 예고편과는 너무나 다른 영화 한편을 본 느낌이었달까.

 

   역자후기에서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이는 "판형이 크긴 하지만 어떻게 500쪽 남짓한 소설책에 천년 역사를 그려 넣을 수 있다는 말인가?"라는 걱정을 처음에 했지만, "그러나 그런 걱정은 기우였습니다."(p365)라고 말한다.  "신화와 전설과 사실(史實)"을 버무려 만든 이야기"(p365)라고 글쓴이의 이야기 전개방식을 옮긴이는 극찬을 하고 있는데 글쎄다. 옮긴이는 글쓴이의 그런 버무림 솜씨를 완벽히 이해한 모양인데, 나는 그렇지 못했다는 데서 간극이 발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의 제대로된 이야기는 언제 등장할까 끊임없이 기대했지만, 결국 조연들의 잔치로 끝나버린, 그래서 과연 글쓴이가 무슨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했던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내겐 아쉬움이 너무나 큰 소설. 그리고 "로마"에 대해서보다는 스티븐 세일러라는 작가의 "신화적 상상력"이 너무나 크게 드러난 것 같은, 점수를 후하게 주기는 어려운 책,  [로마 -신화적 상상력으로 재현한 천년의 드라마]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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