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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새 책 - 절판된 책에 바치는 헌사
박균호 지음 / 바이북스 / 2011년 9월
평점 :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독서"라고 대답하기에 크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만큼은 책을 읽어왔다. 그러나 최근 몇 개월 사이엔 책을 좀 멀리하고 지냈다. 예전엔 책을 읽는 게 참 즐거웠는데, 요즘들어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의 독서가, "내 취미는 독서"라고 말하기 위해서, 그리고 "책 많이 읽는 사람"이라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한 다분히 의무적인 행동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자주 있었다. 또한 읽는 책의 분야도 매우 한정되어 있어, 비슷한 이야기, 다소 뻔하다 싶을만치 예상 가능한 흐름들의 책에 질리기도 했었다. 다 핑곗거리다. 내가 책을 멀리한....
이 책 [오래된 새 책]은 사실 큰 기대없이 펴든 책이다. 내가 그닥 좋아하지 않는 분야의 책이 자서전과 자기계발서인데, 자기계발서의 경우는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알지만 실천이 어려운 이야기들의 나열이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자서전은 한마디로 "나 잘 났다."로 요약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이런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보라! 자서전과 자기계발서는 몇 권 읽어보지도 못한 주제에 이렇게 결론을 내리다니! 자서전과 자기계발서로 분류되는 책을 써온 수많은 글쓴이로부터 욕 먹을 소리다.) 이 책 [오래된 새 책]에 대한 소개글을 슬쩍 보고서는 생각했다. 이 책은 자서전과 자기계발서의 성격을 두루 겸비한 책이 아닐까하고... "나는 이런 책들을 이렇게 읽어왔으니 독자들이여 보라! 난 이렇게 독서를 잘 해왔다."로 요약되는 글이 아닐까 하고... 하지만 다행히도 아니었다. 참 괜찮은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이었다.
글쓴이 박균호는 현재 고등학교 영어 교사로 재직중인 선생님이고, "이 책의 면면을 사라져가는 보석과도 같은 절판본에 대한 안타까움과 언젠가는 다시 '오래된 새 책'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희망으로 채우고 있다."(책 앞날개) 전체 분량은 부록을 합쳐서도 260여쪽인 그다지 두껍지 않은 책이고 재미있는 수업을 듣듯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했다. `"오래된 새 책"이란 절판된 좋은 책들이 다시 출판되기를 바라는 글쓴이의 마음을 담은 제목인 듯하다. 전체 6개의 장으로 된 이 책은, 글쓴이의 독서록이자, 책수집가로서의 글쓴이가 책을 수집한 모험담(?)을 담고 있는 책이기도 하며, 글쓴이가 읽은 좋은 책들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사실 글쓴이가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많은 책들 중 내가 읽어본 책은, 혹은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은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적다. 하지만 글쓴이의 책과 관련한 이야기에 많은 부분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글쓴이가 소개하고 잇는 책들이 참 괜찮은 책들일 뿐만 아니라, 내가 그간 생각조차 못해봤던 우리 나라 출판 환경에 대한 이야기며, "책 수집가"들의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은 그간의 나의 책읽기를 돌아보게 하는 부분이 많았던 점이다. 앞으로 나는 어떤 책을 읽을 것이며, 어떤 책들을 가지고 있어야 할지 한번쯤 고민해볼 문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책에 대한 책을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는 글쓴이의 말을 뒤집어서 "책에 대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다."라는 말도 성립이 되는 거라면 나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인 모양이다. 나는 이 책이 참 좋았으므로... 다행이다. 한동안 책읽기를 버거워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다시 나는 책이라는 세상에 빠져들 수 있을 것 같아서 고맙고, 다행이다. 주말에는, 그저 책을 보관하는 것으로 역할을 한정지었던 내 책장을 둘러보고 다시 정리하고 손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