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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히스토리아 2 - 불멸의 소년과 떠나는 역사 시간여행
교육공동체 나다 지음, 송동근 그림 / 북인더갭 / 2011년 8월
평점 :
특이한 역사책이다. [피터 히스토리아/불멸의 소년과 떠나는 역사 시간여행]. 전면에 내세운 주인공의 이름 피터 히스토리아와 다소 이국적인 그림 풍에 외국서적의 번역본인 줄 알았는데 아니다. 글은 "교육공동체 나다"에서 썼다. "세상과 온몸으로 만나는 공감의 힘과 세상을 온몸으로 극복하는 상상의 힘, 우리는 공감과 상상의 공동체를 꿈꿉니다."(책앞날개)라고, 한국 청소년들이 많은 질문을 던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는 그런 공동체인 모양이다.
만화다. 역사만화다. 그런데 기존에 보아왔던 역사만화와는 많이 다른 책이다. 주인공 피터는 원래 메소포타미아에서 살던 열 세살의 소년이었으나 이웃 부족의 침입으로 가족을 잃고 노예 같은 생활을 하다 역사시간여행을 하게 된 소년이다. 1, 2권에 걸쳐 총 10개의 장을 통해 세계사의 주요 사건 속에 휘말리게 된 피터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각 장의 말미에는 "피터의 역사 비밀수첩"이라는 코너를 통해 앞서 언급된 사건들에 대한 설명을 해 주고 있는 방식이다.
두 권의 [피터 히스토리아]를 읽으면서 그림이나 이야기의 전개가 너무 재미있어서 몰입하게 되는 유형의 만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 장의 이야기를 연결해주는 고리나 피터의 시간여행의 개연성 등은 설명되어 있지 않고, 4700년이라는 시간을 여행하고 있는 설정이 다소 억지스럽다는 생각도 했다. 2권 끝부분에서 역사의 방관자가 아니라, 역사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당대인들의 삶을 그리고자 했다는 의도 정도가 드러나고 있긴 하지만...
이 책이 지향하는 바는, 내가 파악한 바로는 주류의 역사가 아닌, 지금껏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역사"서술의 방법이나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해 새로운 각도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자 함이 아닌가 싶다. history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남자"들, 영웅들만의 역사가 아니라 "여자들"과 비주류들의 역사를, 그들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아야 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못 생긴 노예 출신의 이솝에 관한 이야기, 백인들의 침입으로 멸종하게 된 아라와크족 인디언에 관한 이야기, 68혁명 당시의 히피들의 이야기 등 기존의 역사책에서 다루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된 것들이라 의미가 깊다. 이 책의 관점 뿐만 아니라 예상독자로 설정하고 있는 청소년들을 부르는 호칭이 특이하다. "동무들"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말이라서 그런지 낯설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것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는 사람들에 의해 역사는 발전하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을 통해 배운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