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특사 이준
임무영.한영희 지음 / 문이당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황제의 특사 이준.

 

   "임무영` 한영희 장편소설". 책 앞날개에 소개된 글쓴이들의 이력이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 "현재 서울고등검찰청 검사로 재직 중"이라는 임무영과, "방송작가로 활동하다 현재 동화와 소설을 집필하고 있다."는 한영희. 공동 집필 형태의 소설을 접해 본 적이 없어 일단 두 사람의 관계가 궁금했다. 부부인가? 책 앞날개의 설명만으로는, 그렇지 않을까 추측에 불과했다. 작가의 말에서 "내가 밤에 글을 쓰고 출근하면 한영희씨가 읽어본 후 수정할 부분을 고쳐 썼다. 퇴근 후 한 차례 부부싸움이 벌어지고 난 뒤 결국 지적된 부분을 수긍하고 문장의 일관성 유지를 위해 바뀐 부분을 내가 다시 다듬었다."는 집필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서야 두 사람이 부부가 맞구나 싶었다. 부부가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글을 쓰고, 책으로까지 펴낼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게 부럽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폈다.

 

   이 책은 "이준"에 대한 글이다. "장편소설"로 분류되고 있는 글이지만, 소설이라기보다는 전기문 같기도 하고,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이준"이란 인물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어서인지, 혹은 글쓴이가 현직 검사라는 생각 때문인지 모르겠다. 글을 읽으면서 "객관"과 "사실"을 기대하게 됐고, 그러면서도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글쓴이들의 상상이 가미된 부분인지를 구분해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최대한 역사적 사실에 맞추고자 했다. 등장인물도 일본인 단역까지 모두 실존 인물이다."(작가의 말 중)는 말은 이 글을 소설이 아닌 전기문으로 생각하고 읽히게 만든 부분이기도 했다. 그랬기 때문인지 소설적인 재미는 별로 없는 책이었다. 사실 내가 애당초 이 책을 펴들면서 원했던 것은, "이준"이란 인물과 그가 살았던 당시의 역사를 좀더 알고자 하는 것이었기에 그 부분이 불만스럽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준 열사에 대해 고종의 명을 받고 헤이그에 갔다가 돌아가셨다는 정도밖에 모르는 듯하다."(작가의 말 중) 나 역시 그 "대부분의 사람"에 포함된다. 기억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으나 초등학교 때 교과서에서는 그가 회의에 참석하고자 하였으나 저지당하면서 회의장 앞에서 할복자살했다는 이야기가 실려있었던 듯하다. 그냥 그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그가 검사였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었다. 책에서는 이준의 이야기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다. "제 1장 검사의 길"에서는 일제의 침략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이준이 근대적인 "법"에 관심을 가지고 법학을 공부한 이야기며, 검사가 되어서 공정한 법을 집행하며 "호법신"으로 칭송받는 이야기. "제2장 법치의 길"에서는 황태자의 가례를 기념한 사면조치에서 뇌물을 받고 부당하게 사면되는 부패한 관리들에 맞선 재판정에서의 이야기. 글쓴이는 이 부분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는데 아마도 글쓴이 자신이 검사이기 때문이리라. "제3장 구국의 길"에서는 헤이그 평화회의에 참석의 여정과 헤이그에서의 활동, 그리고 그 곳에서의 죽음까지를 담고 있다.

 

  "재미"를 주는 소설은 아니었지만, 구체적인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던 "이준"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해 준 이야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