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벌 - 1659년 5월 4일의 비밀
오세영 지음 / 시아출판사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북벌.

  

    언제쯤이면 역사에 대해 그나마 좀 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쩌면 영원히 그런 날이 오지 않을지도... 역사라는 게 공부를 할수록, 관심을 가질수록 내가 모르는 것들이 어디서 숨어있다가 튀어나오곤 한다. 내가 감당해내기 어려운 큰 산과 같은 역사.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지만 아직까지는 재미있다. 보물찾기 하듯이 내가 모르던 낯선 사람들, 낯선 장소, 낯선 사건들을 만나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므로. 정통 역사서가 되었든 소설이 되었든 "역사"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사람들이 내게 주는 즐거움이 바로 그런 것이다. 이번엔 역사소설이다. [북벌]을 읽었다. 소설가 오세영의 작품이다. 직접 읽어보지는 못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소문"으로 들어왔던 [베니스의 개성상인]을 쓴 작가이다. 두어해전에 [구텐베르크의 조선]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처음 접한 작가이기도 하다.

 

  "1659년 5월 4일의 비밀"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에서는 효종대의 북벌을 향한 움직임과 그 좌절에 관한 이야기를 작가의 상상력을 발휘해 소설로 풀어내고 있다. 광해군과 소현세자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남아있던 터라, 이 책 [북벌]에서는 효종대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고 있을까 자못 궁금했다. 

  

  음... 소설에서 너무나 많은 "사실"을 기대했던 것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내겐 많은 아쉬움이 남는 글이었다. 이야기는 이완을 중심으로 한 북벌파와 그를 저지하려는 부청배들의 다툼을 축으로 전개되고 있다. 박지원의 소설 [허생전]의 그 허생이 실존인물마냥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재미있는 설정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다소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 게 사실이었다. 물론 이 책은 역사서가 아니라 소설이다. 충분히 설정가능한 상황임에도 소설적인 이미지가 너무나 강한 허생을 실존인물화한데 대해서는 거부감이 일었다.

 

    그리고 꽤 긴 분량의 이야기였는데, 이야기에 몰입하기 어려웠던 점이, 긍정의 캐릭터가 없었다는 점이다. 이건 내 경우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일수도 있겠다. 소설을 읽을 때 보통 "우리편"과 "저쪽편"을 구분하기 마련이고, 우리 편에 감정이입을 해서 같이 기뻐하고 가슴 아파하며 이야기를 읽어나가기 마련인데... 이 책에서는 "우리 편"이라고 말하고 싶은 캐릭터들이, 내겐, 없었다. 북벌을 주장하는 이완을 중심으로 북벌파들의 시대착오적으로 보이는 상황판단들이며 주장을 응원해주고 싶지도 않았고, 난데없다는 생각이 드는 성명욱을 축으로 한 부청배들의 주장에도 손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응원해 주고 싶은 캐릭터들이 없으니 이야기의 흐름도 그닥 흥미롭게 여겨지지 않는데다 책을 급하게 만들었는지 너무나 많아 일일이 지적하기조차 번거로운 잘못된 글자들은 이야기의 맥을 툭툭 끊어놓아버렸다.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펴들었던 책이어서인지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었다. 책을 덮으며 내가 이 책에서 놓친 부분 역시 많지 않았을까 다음에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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