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미친 바보 - 이덕무 산문집, 개정판
이덕무 지음, 권정원 옮김, 김영진 그림 / 미다스북스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종종 책을 읽곤 하지만 책을 좋아한다고 말할 정도는 결코 못 된다. 책이 좋아서 읽는다기보다는 스스로의 무식함을 알기에 그 무식함을 만회해보려고 책을 읽는다고 말하는 쪽이 정직할 것 같다. 그런데 여기 나와는 대조적으로 [책에 미친 바보]가 한명 있다. 이 책은 그 바보가 쓴 글을 책으로 묶은 것이다. 그 바보의 이름은 이덕무다. 조선 후기를 살았던 인물이다. 서자로 태어나 차별을 받아야했던 가난한 선비였다. 책을 정말 좋아해 "어릴 때부터 스물한 살이 될 때까지 하루도 선인들의 책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었다."(p23)고 스스로 말하는, "사람들이 그를 가리켜 '책에 미친 바보(看書痴)'라고 불렀지만 그 또한 기쁘게 받아들"(p24)였던 사람, 이덕무.
 

   [책에 미친 바보]를 읽었다. 사실 이 책에 앞서 두어해전이었던가 이덕무의 글을 한글로 편역해 묶어낸 책을 읽고서 그에게 반했던 기억이 있어 이 책 역시 망설임없이 펴들었다. 두 책을 나란히 펴두고 읽어보니 종종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 번역은 또 하나의 창작이라던데, 내가 앞서 읽었던 책과 이 책은 같은 이덕무의 글임에도 사뭇 느낌이 다르다. 옮긴이가 달라서 그런 모양이다. 문장을 비교해 읽어보는 재미가 있었다.

 

  이 책 [책에 미친 바보]에서는 이덕무의 글을 주제에 따라 7가지 정도로 분류해 싣고 있다. 그의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 책에 관한 이야기, 친구들과 나눈 편지글, 자연에 관한 이야기 등. 글을 읽다보면 그의 사람됨과 인간적인 따뜻함이 행간을 비집고 나와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 듯하다.

   조선시대의 선비라면 꼬장꼬장하고 고지식한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이 사람은 좀 다르다. 그들도 우리같은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책읽기 좋아하고, 단 것 좋아하고, 바둑 싫어하고, 소설 싫어하는 사람. 이서구에게 쓴 편지글에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단 것을 박제가가 뺏어먹었다고 "그대가 내 대신 박제가를 깊이 나무라 주기 바라오."(p158)하고 당부까지 하고 있어 웃음이 났다. 다 큰 어른이 친구가 단 것 뺏어먹었다고 속상해서 고자질까지 하다니 내가 생각했던 근엄한 선비의 모습이 아니라는 게 더 유쾌했다.

 

   책 표지에서도 소개하고 있지만 이덕무는 "조선 최고의 지성인"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만큼 많은 책을 읽었고, 여러 분야에 박학다식함을 보인 인물인 듯하다. 이 책에서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 뿐만 아니라 책과 공부에 대한 이야기까지 생각할 꺼리들이 참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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