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을 벗고 사람을 담으려오 - 소설로 쓴 연암 박지원의 생애와 문학
김용필 지음 / 문예마당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예전에 어느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일본영화 [라쇼몽]에 관한 이야기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었다. 꼭 한번 봐야지 했던 그 영화를 직접 봤을 때, 세상을 보는 방법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하고 평범한 사실을 또 한번 깨달았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도 맞지만, 사람들은 보려고 하는만큼만 세상을 보고 산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책 한 권을 다 읽도록 나는 이 책의 제목을 잘못 알고 있었다. [양반을 벗고 사람을 담으려오]라는 제목을 나는 [양반을 벗고 사"랑"을 담으려오]로 읽어내고 머리 속에도 그렇게 저장시켜 두었다가 서평을 쓰려고 제목을 검색하다가 "사람"을 담으려오라는 제목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내가 박지원이란 인물에게서 바란 바가 "사랑"이었던 모양이다. 글쓴이는 김용필. "김용필 소설가는 역사소설과 해양 소설을 쓰는 작가로 문학작품 공모에서 다양한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책앞날개)고 한다.

 

   이 책은,  연암 박지원의 삶에 관한 이야기다. 소설을 표방하고 있지만, 소설이라기보다는 박지원의 일대기를 그린 전기문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박지원에 대해 아는 바가 단편적인 것들 뿐이라 이 책에서 그려진 구체적인 정황들이나 인물됨이 사실에 얼마나 근접한 것인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음이 아쉬울 따름이긴 하지만... "나는 이 책에서 연암의 문학작품보다는 연암의 문학적 사랑과 인생을 그려 그의 사람다운 삶을 조명해 보았다."(p6)고 글쓴이는 말한다.

 

   명문대가의 자손으로 태어났지만, 조부의 올곧은 성격 때문에 집안이 기울고 그로 인해 좌절하고 고민하던 박지원은 결국 관리가 되는 길보다는 실학자로의 길을 걷는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다소 짜증이 났다. 이 감정을 "짜증"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내 어휘력이 원망스럽다. 하여간 가슴 속에서 밀려오는 답답함 같은 것...?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박지원이란 인물을 유머러스하고, 긍정적인 꽤 괜찮은 사람으로 머리속에 그려두고 있었는데 이 책에 그려진 박지원은 내가 생각하던 모습과는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집안이 기울어졌다지만 젊은 날을 그렇게 허송세월해버린 부분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나서도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란 하나도 없이 자기 하고 싶을 데로 하고 다니는 무능력함. 게다가 글쓴이는 아름다운 사랑으로 그려내고자 했지만 "옥랑"이라는 여인과의 관계는 부도덕하고 한심스러운데다가 가족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어설프고 치기어린 욕망 따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옥랑이라는 여인과의 관계가 사실에 기반한 것인지 모르겠다만 사실이라면 박지원에 대해 실망스럽고, 사실이 아니라면 글쓴이에 대해 실망스러운 부분이 될 것 같다.

    또 하나, 책에는 "정조 임금의 개혁이 시작되었습니다."(p156)와 같은 대화가 자주 오간다. 우리가 부르고 있는 조선시대 왕들의 "묘호"는 사후에 정해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대의 인물들이 자신들의 임금을 언급하며 "정조임금", "정조왕" 등의 호칭을 쓰고 있는 것은 소설이지만 오류가 아닌가 싶다.

 

    내 머리속에 그려왔던 박지원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을 한 박지원의 이야기라 내겐 무척이나 아쉬운 작품이었지만, 이 부분은 좀더 공부를 해 봐야겠다는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양반을 벗고 사람을 담으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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