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장이와 요정들 - 저학년을 위한 세계명작 10
낸시 레스티코프 외 엮음, 오지현 옮김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어렸을 적에 분명 읽었던 것 같은데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세계 명작 동화들을 다시 읽고 싶어서 펴든 책이다. 아니다. 읽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애니메이션으로 봤거나 혹은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이 책을 펼쳐들면서 했다. 내가 아는 일반적인 동화책들은 크기가 대체로 큼지막하다. 딱딱한 표지와 알록달록 예쁜 그림들이 큼직큼직하게 들어가 있는 책이 내가 생각하는 동화책들인데, 이 책은 그런 내 예상과는 좀 다른 책이었다. A5크기의 책이고 351쪽에 달하는 상당히 두꺼운 책이다.

 

  책에는 10개의 동화가 실려있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나이팅게일, 미녀와 야수, 용을 그린 화가, 개구리 왕자, 구두장이와 요정들, 빨간 모자, 신데렐라, 백조왕자, 벌거벚은 임금님 등. 그림 형제의 이야기와 안데르센의 작품이 많이 실려 있고, 중국 전래동화도 있고, 이름이 낯선 작가들도 있다. 어른이 되서 동화책을 읽으니, 어렸을 땐 보이지 않던 작가에 대해서조차 눈길이 간다.

 

   나이팅게일과 용을 그린 화가, 구두장이와 요정들 이야기 외의 7편은 자신있게 그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아니다. 이야기의 틀은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과 대체로 일치했지만 이야기의 세세한 부분에서는 내 기억과는 다소 다른 이야기들. 예를 들어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이야기에서 나는 공주가 왜 잠이 들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 이야기에서는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가 왜 잠이 들게 되었는가에 대한 사연이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 부분은 축하연에 초대받지 못한 마녀의 저주라는 면에서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트로이 전쟁이 시작되는 부분의 이야기와 유사한 것 같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구두장이와 요정들"은 사실 어린 시절 내 기억에는 없는 이야기다. 구두를 만들어 파는 구두장이의 가게에는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는데 해가 갈수록 고객들이 줄어든 것. 그러던 어느 날은 구두의 가죽을 잘라놓기만 하고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구두가 완성되어 있더라는...며칠을 그러다가 몰래 지켜보니 자정이 넘은 시간에 누더기를 걸친 요정이 나타나 구두의 바느질을 해 놓고 가고, 그렇게 다시 한번 구두장이의 가게는 사람들로 붐비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그런데 그 결말이 내겐 다소 황당(?)스러웠다. 구두장이가 고마움의 표시로 요정들에게 옷과 신발을  만들어줬는데, 그 옷과 신발을 잘 차려 입고서는 다시는 구두장이의 가게에 오지 않았다는 것. "구두장이와 요정들이 오랫동안 상부상조(?)하는 관계를 이뤄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더란다"가 아닌 결말이라 동화치고는 그 결말 참 이상타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나보다 훨씬 순수한 내 어린 조카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봐야겠다.

 

   더러 어린 조카들을 위해 책을 읽어주곤 하는데, 내용이 아무리 재미있어도 그림보다는 글이 많은 책은 아직 버거워한다. 그런데 이 책은 모든 쪽에 그림이 그려져있다. 두껍긴 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게 읽힐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카들이 얼른 놀러왔음 좋겠다. 이 책 읽어주게.. 책의 시리즈 제목 그대로 "저학년을 위한" 혹은 초등학교 이전의 아이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책. [저학년을 위한 세계명작 10, 구두장이와 요정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