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일기 - 아프리카의 북서쪽 끝, 카나리아에서 펼쳐지는 달콤한 신혼 생활
싼마오 지음, 이지영 옮김 / 좋은생각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사하라이야기]나 [흐느끼는 낙타]를  읽은 사람이라면 혹은 "싼마오"라는 이름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망설임없이 펴들었을 것이다. 내가 싼마오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중국문인의 수필집을 통해서였다. 그 책에 간단히 소개된 그녀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했었다. 그 후에 [사하라이야기]를 통해 그녀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읽었다. 대만 아가씨 싼마오와 스페인 총각 호세가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하고 사하라사막에서 알콩달콩 신혼생활을 하는 이야기. 영화보다도 더 영화같은 이야기들에 흠뻑 빠져들었을 뿐만 아니라 싼마오라는 사람에 반해, 그 해 연말에는 [사하라이야기]를 지인들에게 선물로 나눠주기까지 했었다.

 

   오랜만에 싼마오라는 이름을 보고 주저없이 택한 책 [허수아비 일기]다. [사하라이야기]는 읽어봤는데 [흐느끼는 낙타]는 읽어보지 못해 그 두 책에 실린 이야기의 선후관계가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다. [사하라이야기]는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두 사람이 결혼해서 막 사하라사막에 정착해서 살 때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었다. 이 책 [허수아비일기]는 사하라사막을 둘러싼 국가들의 분쟁으로 사하라사막을 탈출한 뒤, 카나리아에 정착하면서의 이야기를 주로 담고 있다. 책의 앞부분에 실린 이야기 중에는 싼마오의 어린시절과 유학시절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하고 뒷부분에는 결혼해서 겪게 된 시댁식구들과의 관계 등에 관한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굳이 결혼을 해야 할까?'라고 결혼의 필요성을 반문하던 내가 '호세 같은 남자라면 결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싼마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녀는 영혼이 자유로운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인생 한번 사는 건데, 싼마오와 호세처럼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일과 월급통장 따위에 묶여 바둥거리고 살고 있는 내가 초라하고 안쓰럽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사막에서 살고 싶다고 해서 실제로 사막에서 살림을 꾸릴 수 있는 사람이 몇 사람이나 되겠는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의 짝을 위해서 사막에 직장을 구해서 함께 살자고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친정집으로 가출(?)한 아내에게 끊임없이 "니가 보고 싶어서 못 견디겠다."고 절절한 편지를(그것도 국제편지를! 때는, 1970년대다.) 보내는 남편이 몇 이나 될까. 이 커플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면 그저 부럽다. 서로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이해하고 사랑해주는 영혼의 짝.

 

   물론 책에는 싼마오가 시댁식구들과 부대끼면서 겪게 되는 힘든(!) 이야기들도 있다. 하지만 흔히들 말하는 그런 고부간의 갈등 상황에서도, 싼마오의 속 깊은 배려로 불쾌한 마찰음 따위는 만들지 않는다. 싼마오는 생각의 폭이 넓은 사람이다. 그녀의 시댁식구들과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몇 해 전의 나를 자꾸만 떠올려보게 됐다. 내가 언니에게 저런 시댁식구였을까.... 역지사지라는 고사성어를 배운 적 없는 사람처럼 행동했던 걸까 하고...

 

   경쾌하고 발랄하지만, 가볍지 않은 삶의 이야기가 함께 실려있는 싼마오의 이야기는 참으로 매력적이다. 기상천외한 신혼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 [허수아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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