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KBS 신 역사스페셜 우리 역사, 세계와 通하다 ㅣ KBS 新역사스페셜 1
KBS역사스페셜 제작팀 지음 / 가디언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tv프로그램 역사스페셜을 참 좋아한다. 아니, "좋아했다."는 과거형의 표현이 더 적합할 것 같다. 역사스페셜을 처음 봤을 때 그 신선함과 참신함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하랴. 역사스페셜을 처음으로 접했던 것은 아마도 역사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참고자료로 짤막하게 소개해주신 영상을 통해서였던 것 같다. 역사를 이렇게 생생하고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마냥 신기했고,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된다는 사실이 얼마나 뿌듯했던지... 나중에는 내 전공과도 관련이 있게 되었지만, 어느 방학엔가는 역사스페셜 다시보기를 통해 처음부터 그 즈음에 나왔던 방송분까지 한 회차도 빠지지 않고 몇 번이고 봤던 기억도 있다. "사실로서의 역사"만이 있는 줄 알았던 내게 "기록으로서의 역사"라는 측면을 가르쳐주었던, 참 고마웠던 프로그램. 일요일 저녁이면 꼭 챙겨봐야 했던 그런 프로그램이었는데... 역사스페셜이 그간 많이 바뀌었다. 역사이야기를 들려주긴 하지만 다른 형식의 다른 제목이 붙은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다가 최근에는 다시 "역사스페셜"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되고는 있는 것 같은데 결방이 잦고 평일 늦은 시간대라 챙겨보기가 너무 힘들다. 일요일 저녁이면 꼭 챙겨보던 그 소중한 프로그램을 잃어버린 것 같아서 아쉽다.
이 책 [우리 역사, 세계와 통하다]는 최근의 역사스페셜 방영분 중에서 우리 역사상에 있었던 세계의 여러 나라와 교류했던 이야기들을 묶어서 책으로 펴낸 것이다. 두어해 전인가, KBS의 역사프로그램인 한국사傳을 책으로 기획해서 몇 권의 책으로 펴낸 것을 서너권 읽어본 기억이 있다. 한국사 전도 그렇고, 지금의 역사스페셜도 그렇고, 예전의 역사스페셜과는 방영시간도 다르고 공영방송 KBS에서 들이고 있는 정성도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청자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라고 말하면 지나친 왜곡이겠다만, 솔직히 그런 생각이 들 정도다.) 사람들이 잘 시청하지 않는 시간대에 방영하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래서 책을 통해서 이렇게 역사스페셜을 접하게 되는 점이 그닥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그 불만 중의 하나는, 지난번 한국사 傳을 읽고서 쓴 서평에도 했던 말이지만, KBS의 역사프로그램을 책으로 엮은 이 책 역시도 "급하게"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잦은 誤자 하며 문맥상 연결이 매끄럽지 못한 글들을 보자면...
전체 3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는 총 11편으로 방영된 역사스페셜의 내용을 요약전달하고 있는 책이다. 주제는 제목에서 드러나는 바와 같이 세계와 소통한 우리 역사상의 사람들과 그 교류의 흔적들이다. 예전에 학교에서 역사를 배울 때와는, 역사의 서술방향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목차만 보고도 확인할 수 있다. 예전에는 단일민족을 강조하며 극단적이기까지한 국수주의 민족주의의 모습을 보이던 역사학계가 언젠가부터 포용력이 아주 넓어졌다.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내용은 찾아보기가 힘들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역사상의 "섞임"의 흔적을 굳이 찾아내서 이야기한다. 이렇게 역사도 바뀌는 건가 보다.
이 책에서는 혜초의 서역 기행에 대해, 그리고 경주 계림로 14호분에서 발굴된 로마식 황금보검의 주인에 대해 추측해본다. 신라왕족이 흉노족의 후예였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세우기도 하고, 금나라 황족의 성 "애신각라"가 신라에서 유래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나는 전혀 몰랐던, 이책을 통해 처음으로 이름을 알게 된 조선의 외교관 이예의 활약상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에서 "코리아호"라는 배를 만들었다는 금시초문의 이야기도 하고 있다. 흥미로운 가설과 구석에 숨겨져서 몰랐던 이야기들을, '아. 그렇구나. 이런 일도 있었구나. 이런 사람도 있었구나.'하고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며 읽게 된다. 하지만 3장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에서는 고개가 갸우뚱거려졌다. 일본의 역사와 우리 고대의 역사를 연결시켜볼만하지만 약간 '오버스럽지 않나?'하는 우려를 하면서 읽은 부분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미개한 야만인의 땅이었던 그곳에 선진문물을 갖고 가서 그들을 문명화시켰다고 이야기하는데(그렇게 말할 근거가 있다는 걸 알긴 하지만.), 일본이 쓰고 있는 소설적인 고대한일간의 교류에 대한 반발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역사에 대해 아는 바가 부족하기 때문에 늘어놓은 나의 망언일지도 모르겠다만은.
역사를 보는 또 다른 방법과 관점을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하게 된다. 역사란 무엇인가. 참 어렵다. 하지만 다양하고 이야깃거리가 많기 때문에 더 흥미로운 부분이 역사다. 다음 주엔 역사스페셜을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 준 책. [우리 역사, 세계와 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