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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건축 서양 건축 함께 읽기 - 임석재 교수의 대중을 위한 건축 강의
임석재 지음 / 안그라픽스 / 2011년 1월
평점 :
아는만큼 보인다?
보는만큼 안다? 글쎄다. 어느 쪽일까? 아는만큼 보이는 걸까 보는만큼 아는 걸까?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고민했다. 임석재 이화여대 건축학과 교수의 책 [우리 건축 서양 건축 함께 읽기]를 읽었다. "이 책은 1999년에 [우리 옛 건축과 서양 건축의 만남]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책을 새롭게 내놓은 것이다."(p8)고 한다. 10여년전의 책을 개정해서 다시 낼 정도라면 전작의 인기가 대단했던 모양이다.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인다."던가. 평소 "역사"라는 주제에 관심이 많은 내가, "건축"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을 굳이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이 책에서도 "역사"에 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약간은 촛점이 빗나간 욕심 때문이다. 예전에 뭣도 모르고 답사라고 다니던 때 내겐 어렵게만 느껴지는 우리 건축물 각 부분의 이름이나 의미, 그리고 낡은 건축물이 주는 역사적인 혹은 미적인 의미를 전혀 몰랐고, 몰랐기 때문에 느낄 수 없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저 선배들이 그렇다면 '그렇구나'하고 넘어갔을 뿐 고민도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나마 보고 돌아다닌 덕분에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도 빛바랜 사진처럼 남아있는 내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아있는 인상깊은 건물들이 있다. 그 추억에다 지식을 곁들일 수 있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펴들었던 책이다.
전체분량 500쪽에 가까운 책이지만 컬러판의 사진이 많이 실려있어서인지 생각보다는 책장이 훨씬 잘 넘어가는 책이었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그 성격이 드러나지만 우리 건축물과 서양의 건축물을 비교하고 있는 책이다. 1:1의 대등한 비교라기보다는 내가 봤을 때 글쓴이는 우리 건축물에 대한 설명을 기본으로 하고 그와 아울러 비교해볼만한 서양의 건축물에 대해서는 설명을 곁들이고 있는 듯하다. 비율로 따지자면 우리 건축물 : 서양건축물 = 7 :3 정도랄까. 책은 크게 3부로 나뉘어진다. 1부 건물구성요소, 2부 건축의 구성원리, 3부 건물의 감상법.
초두효과인지 모르겠지만 책의 첫 부분인 1부 건물구성요소 부분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답사라는 명목으로 많은 옛 건물들을 보고 다녔으면서도 사실 나는 무엇을 "아름답다."고 하는건지 그 의미조차 몰랐던 건물들이 많다. 이 책의 1부 건물구성요소 부분에서는 주로 절과 서원 등의 건물을 중심으로 지붕과 처마, 기둥과 담 등 건축물의 부분부분을 "보는" 법을 찬찬히 설명해주고 있어 내겐 많은 도움이 됐다.
생활하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한옥, 그러나 글쓴이는 한옥을 불편하다고 생각하면서 우리가 놓쳐버린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 옛 건물들이 가지는 자연과의 조화, 신경쓰지 않은 듯하지만 사실은 많은 생각을 담고 있는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서 예전엔 무심코 보아넘겼던 것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한번도 관련지어 생각해보지 못한 서양건축물과의 비교 또한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많은 사진이 실려있지만 글쓴이가 보고 생각한 바를 그대로 느끼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내가 그 현장에서 글쓴이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바라보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옥산서원, 병산서원, 개심사. 글쓴이가 서서 바라본 그 각도, 글쓴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그 느낌을 가질 수 있는 현장에서 이 글을 읽으면 더 와닿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웠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했으니, 이젠 보는만큼 알 수 있도록 글쓴이가 말하는 건축물들이 있는 곳을 차례차례 답사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쓴이의 이런 말은 오래 기억될 것 같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히 어느 한쪽에서 다른 쪽에 영향을 끼쳤다는 일방통행식 시각을 버려야 할 때이다. 결국은 동서양 모두 사람 사는 문제와 자연을 바라보는 문제에 대해 동일한 고민을 해왔다고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양쪽 문화 속에 숨어 있는 지혜를 골고루 다 볼 수 있다. 세계는 점점 동양이나 서양 어느 한쪽 문명권의 문화만 가지고서는 불완전한 채로 남을 수밖에 없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p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