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의 식탁을 탐하다
박은주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재미있는 주제의 책이다. 에세이를 곁들인 요리책은 가끔 봐왔지만 이 책은 그런 책과는 또다른  성격의 책이다. 한 분야의 대가를 이룬 이의 삶을 이야기하는 책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삶을, 그들이 즐겼던 음식과 연결짓고 있기도 하고, 그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기도 하고, 요리와 관련된 용어를 설명하기도 하는. 이런 표현이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음식으로 비유해보자면 "짬뽕"맛이 나는 책이랄까.

 

 글쓴이는 박은주. 기자다. 신문사의 "엔터테인먼트 부장"으로 "잠자리에 누워 다음날 점심,저녁 메뉴짜기, 요리책 보기만 하기, 요리 먹으며 감동하거나 욕하기 등이 취미 중 하나"(책앞날개)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는. 글은 무겁지 않다. 가볍게 읽을만하다. 글쓴이 역시도 재미있고 가볍게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쓴 것 같다. "이 책이 독자의 다음 끼니에서 약간의 화젯거리가 될 수 있다면, 꽤나 큰 영광이겠다."(p9)는 머리말의 마지막 문장을 보자면...

 

  "가상" 인터뷰 형식으로 13명의 대가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그런데 이야기의 초점이 되는 것은 13명의 대가의 삶과 함께 한 "요리"다. 글쓴이는 꽤 여러 분야의 글을 참고해서 이 책을 썼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상의 인터뷰 형식인 탓에, "그 혹은 그녀가 직접 하지 않은 말도 들어갔다."(p9) "당신이 먹은 음식을 말해보라, 당신이 누구인지 알려주겠다."는, 나는 이 책을 통해 처음 들어보았지만 남들은 이미 다 아는, 브리야 사바랭이란 사람의 유명한 말이 있단다. 그렇구나. 이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그런 관련성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즐겨먹는 음식과 그 사람의 생의 관련성을.

 

  13명의 대가들 중 동양인은 소동파와 호치민 둘 뿐이고 나머지는 서양인들이다. 호치민과 쌀은 그나마 익숙한데, 소동파의 동파육은 내겐 낯선 음식이고, 그 외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서양인 대가들의 음식들도 대부분 내겐 낯선 음식들이라 책을 읽으며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듯한 즐거움이 있었다. 글쓴이는 대가들이 즐겼던 음식을 소울 푸드(soul food)란 용어를 사용해 설명하고 있다. soul food라.. 발자크에게는 커피가, 로시니에게는 송로버섯이, 엘비스 프레슬리에게는 정크푸드가, 마르셀 프루스트에게는 마들렌이, 헤밍웨이에게는 모히토가 소울푸드였다. "외로웠던"이라고 일반화해도 될지 모르겠다만, 영혼이 외로웠던 예술가들, 그들의 지친 영혼을 위로했던 소울푸드에 대한 이야기는, 가볍고 경쾌하게 쓰인 글 속에서도 왠지 모를 짠한 감정을 느끼게 했다. "소울푸드란, 뭔가 거창한 게 아니라, 어쩌면 자기의 가장 비참한 인생이 아름답게 녹아 있는 그런 음식들인지도 몰라요. 가난한 소년의 기억은 가수왕이 된 나에게는 영원히 아프고 영원히 그리운 기억이었는지도 몰라요."(p185)라는 앨비스 프레슬리의 말은, 그리고 그 말과 나란히 실려있는 "청년 시절, 엘비스 프레슬리가 벤치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는 모습(1958)"이란 제목이 붙은 사진과 함께라서 더욱  그랬다.

 

   기자가 쓴 글이라 그런지 인물이나 음식 이외에도 문학과 예술,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의 재미난 이야기꺼리가 함께 녹아들어 있어, 읽으면서 "포만감"이 들었던 책이다. 책을 덮으며 생각해 본다. 나의 소울푸드는 무엇일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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