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알려주는 문화유적 안내판 - 고궁, 박물관, 왕릉까지 한 권으로 완전정복
구완회 지음 / 낭만북스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아빠가 알려주는 문화유적 안내판.

주변에 있는 꼬마들을 보면 가끔 자신의 "아빠"에 대해 과장해서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 아빠는 말야..."하고 늘어놓는 이야기들을 듣다보면 그 아이의 아빠는 슈퍼맨이다. 꼬마가 바라는 거의 모든 것을 다 해 줄 수 있는, 자상하고 친절할 뿐만 아니라 능력있고, 아는 것 많고, 할 줄 아는 것 역시 많은 그런 다재다능함을 갖춘 사람. 실제로 그러기 힘들텐데 말이다. 아이들의 바람이겠지. 우리 아빠가 그랬으면 좋겠다는... 아닌가? 아이들 눈에는 아빠가 정말 그렇게 보이는 걸까.   [아빠가 알려주는 문화유적 안내판]이라는 제목을 보면서 그런 슈퍼맨 같은 아빠들의 모습이 먼저 떠올랐다. 초점이 조금 어긋나는 것 같지만 숙제를 대신 해주기도 한다는 다소 극성맞은 엄마들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아이의 방학 숙제를 심지어는 전문업체에 맡겨서라도 완성도 있는 과제물을 제출한다는 이야기까지 듣고서는 놀랐던 기억도 난다.  난 사실, 아이들을 그렇게 키우는 것에 반대한다. 자기 일은 스스로 하도록 해야지 부모가 평생 따라다니며 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우선 점수 좀 잘 받아보겠다고 아이에게서 스스로의 삶을 살아나갈 싹을 잘라버리는 일인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아.. 이야기가 너무 딴데로 흘렀구나. 이 책이 그렇게 극성스런 부모를 대상으로 한 책이 아닌데 말이다. 아이들의 숙제를 대신(!) 해주는 따위의 일은 강력히 반대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부모의 모습에는 적극 찬성한다.  [아빠가 알려주는 문화유적 안내판]은 그런 면에서 참 바람직한 부모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와 함께 고궁, 박물관, 왕릉을 거닐며 역사이야기, 사람이야기, 인생이야기를 재미있게 해 줄 수 있다면 아빠가 얼마나 멋있어 보이겠냐는 말이다. 글쓴이는 구완희.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대안학교 등에서 아이들에게 역사와 여행을 가르쳤"던, "지금은 그 둘을 연결하는 행복한 작업을 하고 있다."(책앞날개)는 사람.

 

  이 책은 주로 서울을 중심으로 한 역사 기행이다. "아빠가 먼저 읽고, 아이와 함께 문화유적을 돌아보며 역사를 재미있게 이야기해주는 책!"이라는 설명이 이 책의 성격을 가장 잘 대변해주고 있는 표현일 것이다. 책의 구성은 각각의 유적에 대해 "알고 가면 좋은 이야기"를 통해 개괄적인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고, 그 다음으로 답사장소를 둘러볼 수 있는 "추천코스"를 지도와 함께 간략히, 그 다음엔 본격적으로 관람에 대한 정보와 그 곳에 가면 볼 수 있는 "안내판"을 그대로 옮겨싣고, 안내판의 내용 중 어려운 부분을 아빠가 해설해줄 수 있게 쉽게 풀이하고 있는 식이다. 물론 유적지에 대한 사진도 컬러판으로 제공하고 있고. 아빠가 미리 공부하고 아이와 함께 유적지에 가서 이렇게 설명해 준다면, 아이는 아빠를 앞으로도 계속 슈퍼맨으로 여기지 않을까 싶다.

 

   역사를 전공한 글쓴이의 글이라 그런지 깊이있으면서도 쉬운 설명이 마음에 들었다. 역사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잘 몰랐던 옛 건축물과 관련한 상세한 설명도 도움이 됐다. "중요한 것은 하나의 이야기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p213)와 같이 글쓴이가 역사해석의 방법론을 알려주는 것도 무척 좋았다. 역사는 한 가지의 정해진 답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이 책의 장점을 말했으니 이번엔 단점도 얘기해보련다. 단점이라기보다는 아쉬운 점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역사기행이다보니 책에서 다루어지는 대부분의 이야기가 조선시대에만 한정되어 있다는 것. 다음에는 다른 지역의 문화유적 안내판에 대한 책도 써줬으면 좋겠다. 그러나 글쓴이가 친근하고 쉬운 설명을 위해 일부러 그렇게 쓴 것이겠지만, "ㅋㅋ"나 "ㅎㅎ" 혹은 "(?)"와 같은 인터넷 용어의 남발은 보기에 다소 거북했다. 132쪽의 셋째줄, "성종의 형님인 원산대군"은 "월산대군"으로 수정해야 할 것 같고, 176쪽의 셋째줄 '상복위'는 '상위복'으로, 304쪽 선릉 안내판의 둘째줄에 나오는 "정종"은 문맥상 "성종"이 맞는 것 같다.

 

  다음에 부모가 되었을 때의 내 모습이 이 책을 쓴 이와 비슷했으면 좋겠다. 함께 역사 공부하는 부모를 위한 안내서. [아빠가 알려주는 문화유적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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