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훔친 황제의 금지문자 - 문자옥文字獄, 글 한 줄에 발목 잡힌 중국 지식인들의 역사
왕예린 지음, 이지은 옮김 / 애플북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 부끄러운 일이다."고 윤동주는 말했다. 그렇다. 그렇다.  하지만 윤동주 같은 "영향력 있는(?)"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 아닐 뿐더러 앞으로도 그렇게 될 일 없는 그저 평범한 나같은 사람은 그런 면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글이라고 끄적대봐야 일기 정도가 전부인 나 같은 사람의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힐 일도 없을 터이고, 누군가에게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쓸 일이 인생을 살면서 몇 번이나 되겠는가. 그래서 내가 쓰는 것들, 글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뭣한 그 것들을 끄적대면서 심각하게 고민해 본 적이 별로 없다. 그래서 글이 쉽게 씌어지더라도 부끄러움을 느껴본 일은 별로 없다.
 

   [영혼을 훔친 황제의 금지문자]를 읽었다. 중국사에 있었던 "문자옥文字獄"에 관해 쓴 책이다. 글쓴이는  "역사소설, 산문, 수필 등 다양한 글을 저술"(책 앞날개)해 온 전직 교사이기도 한 왕예린王業霖. 책에서는 중국사의 25개 왕조에서 있었던 문자와 관련한 30개 정도의 사건들을 간략하게 나열하고 있다. 문자옥이라.. 글쓴이는 문자옥을 "문자로 말미암은 '감옥'"(p6)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사건들은 중국사의 필화사건이라고 부를만한 것들이다. 그러나 책의 내용은 다소 산만한 구석이 있다. 글쓴이는 출판사로부터 문자옥에 관한 글을 써 달라는 요청을 받고서도 글을 시작하지 몇 번이나 망설였다고 한다. "문자옥"이라고 정의할 만한 사건들의 범주나 사료의 출처와 진위여부, 인물에 대한 평가 등을 놓고 고민이 많았던 모양이다. 

 

   이 책 전반을 관통하는 문자와 관련한 사건들은 글쓴이가 인용하고 있는 몽테스키외의 주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지식은 위험을 부르고, 경쟁은 화를 부른다."(p150). 올곧은 성품으로 직언을 하다 최고통치자인 황제의 비위를 거슬러 자신 뿐만 아니라 친인척들마저 화를 당하도록 만들었던 인물들이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대표적인 예가 소식이다. 뜻하지 않게 화를 당한 인물들도 있다. 명 태조 주원장은 자신의 출신에 대한 열등감을 문자의 옥으로 달랬던 것 같다. 글쓴이는 "선문당이 사람 잡은" 예로 주원장을 들고 있다. "보좌에 재위했던 30년 동안, 매일 수많은 상소문을 꼼꼼히 읽으며 그 속에서 꼬투리를 잡아내는 주원장의 노고야마로 노동의 신인 헤파이스토스도 경탄할만큼 대단한 것이다."(p163)라고 표현할 만큼 수많은 문자의 옥을 불러왔던 주원장의 열등감과 그 때문에 희생된 수많은 문인들의 이름이 이 책에 새겨져 있다.

 

  나의 중국사에 대한 전반적인 배경지식의 부족탓이겠지만 글이 다소 어렵기도 하고 산만한데다 재미도 덜 했다. 그러나 글 때문에 목숨까지 내놓아야했던 많은 지식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윤동주의 시가 떠올랐다. 글은 함부로 쓰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남의 글을 함부로 평가해서도 안 될 일이다. 이 책은 내 기대와는 다소 다른 책이긴 했지만, 독자의 함량 부족 탓이리라. 다음에 중국사에 관한 배경지식을 더 많이 쌓고 난 다음에 다시 한 번 읽어보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